[E·D칼럼] 한국 원전, 황금알과 오리알 사이
[E·D칼럼] 한국 원전, 황금알과 오리알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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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07.11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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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균렬 / 서울대학교 원자핵공학과 교수

 
후쿠시마와 부품비리로 국내 원자력은 위아래 모두 휘청거렸다. 그리고 원전 안전은 아직까지 헛돌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 원자력계 상황은 원전을 유지하고 수출산업으로 키우려는 정부의 관점과 원전 축소와 폐지를 주장하는 단체의 시각이 첨예한 대립으로 이어지고 있다.

우선 정부는 이렇다 할 대안을 내 놓지 못하고 있다. 지배구조도 문제지만 혁신양상은 찾아보기 어렵다. 여론에 밀려 무늬만 원전비중 축소라는 궁색한 대안을 내놓고 우왕좌왕이다. 궁극적으로 최소화되어야 한다면서도 당장 안전이라는 발등의 불을 어떻게 꺼야 하는가에 대해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한국전력은 모회사로서의 지배권 행사만을 우선시하고, 자회사들은 현재의 이권에만 반응한다. 종사자들은 이중삼중의 통제 아래 수동적 주체로 전락하여 안전신화에 집착하고 방어적 공상에 안주하고 있다. 얽히고설킨 모습속에서 혁신적 전략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원자력 관련 기관을 통합하는 새로운 지배구조가 필요하다. 전력거래 시장에서 벗어나 전력공급을 책임지는 구조로 재편해야 한다.

이를테면 원자력공사와 같은 체제가 요구된다. 한국수력원자력, 한전KPS, 한국전력기술, 한전원자력연료는 수익성에 매몰된 통제구조에서 벗어나 정부와 규제기관의 직접적 관리 아래 재편되어야 하며, 원전에 대한 민간의 개입과 이권을 최소화해야 한다.

원자력은 현재의 안전과 미래의 안보까지 담보하는 비용을 계상하여 수익이 아닌 투자와 안전비용을 중심으로 한 운영원리를 마련해야 한다. 시민사회, 지역주민 등과 새로운 소통구조를 마련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원전 안전 관련 각종 위원회의 독립적 운영, 원전운영 주체들의 대등한 위상과 상호견제, 민간기업에 대한 통제, 지역주민 등 시민사회 진영과의 소통체계 확보, 원자력 종사자들의 소명의식과 권한강화를 제안한다.

결국 원전 안전은 견제적 균형, 사회적 통제, 다층적 관리라는 삼합으로 확보되어야 한다. 특히 현재의 원전 산업 종사자들만 들어있는 폐쇄된 문화에서 국민 모두를 이해당사자로 넣는 개방된 풍토로 전환해야 된다는 점도 잊어선 안 된다.

미국이 올해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를 제치고 세계 1위 산유국에 오른다는 전망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1위 산유국 자리에서 한동안 내려오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한다. 비결은 셰일 에너지 개발로 이는 미국 경제 회복을 주도하고 있다. 셰일가스가 미국에겐 바구니에 굴러 들어온 황금알인 게 분명하다.

에너지는 공급이 늘어나면 가격은 내려간다. 하지만 미국의 원유 생산량이 늘었음에도 에너지 가격은 별반 내려가지 않고 있다. 미국 외 산유국들이 지정학적 불안정으로 원유를 적게 생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셰일가스가 우리에겐 바구니에서 떨어진 오리알일 수밖에 없다.

원자력 분야 황금알은 원전 해체 시장에서 찾아야 한다. 미래창조과학부는 늦게나마 원전 해체 관련 기술 개발의 전진기지 설립을 위한 예비타당성 조사를 시작하고, 2016년께 설계에 들어가 2019년까지 건립을 마친다는 구상을 밝혔다.

국제에너지기구가 추산한 국내 원전 1기 해체 비용은 1조원에 가깝다. 해외의 경우 영구정지 원전 140기 중 18기만 해체됐고, 나머지는 해체를 준비하고 있다. 국제원자력기구는 2050년까지 총 430여기가 해체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한다.

해체는 사업 특성 상 원전밀도는 높되 인구밀도는 낮은 지역이 유치하는 게 맞다. 특히 우리처럼 국토가 좁은 나라에서는 더욱 그렇다. 원인 제공자인 사업자와 나아가 방사성폐기물 처분장이나 처리장과도 가까워야 한다. 40여 년 전 고리 원전은 주변에 세계 최고 인구밀도를 코앞에 두는 실수를 범했다.

원전 해체에서 기술보다 중요한 건 안전이다. 또 안전은 비용이 아니라 투자다. ‘세월호’는 가라앉았지만 ‘고리호’로 대변되는 폐로 논란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그러나 해체에 관한 한 ‘월성호’ 대비가 더 시급하다. 폐로와 무관하게 중수로 특성 상 이미 훨씬 더 많은 폐기물이 부지에 쌓여 있기 때문이다. 동해안 황금알이 낙동강 오리알로 전락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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