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칼럼] 월드컵에서 느낀 국내 태양광 산업
[E·D칼럼] 월드컵에서 느낀 국내 태양광 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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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07.17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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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성호 / 한국전기연구원 미래전략실 선임연구원

 
매일 밤과 새벽을 달구었던 2014 브라질 월드컵이 끝났다. 비록 우리나라는 16강에 들어가지 못하였지만, 강팀끼리의 재미있는 경기가 많았던 터라 졸린 눈을 비비며 챙겨보았던 것 같다. 그러던 중, 쉴 새 없이 움직이는 선수들 사이로 1분마다 동시적으로 회전하는 경기장 펜스에 눈을 돌리게 되었다. 특히 영어로만 적혀 있던 다른 광고판들과는 달리 한자까지 섞여 있었던 '中國·英利, YINGLI SOLAR'라는 광고판은 더욱 눈에 띄었던 것 같다.

잉리(英利) 솔라는 1998년 창업 이후, 폴리실리콘부터 모듈까지 수직 계열화를 이루어 수익률이 비교적 높은 세계 최대의 태양광 업체 중 하나이다. 2007년에는 뉴욕 증시(NYSE)에도 상장되었고, 지난 2010 남아공 월드컵 때부터 중국 기업으로는 최초로 월드컵 스폰서로 지정되어 활동하고 있다. 이 업체가 스폰서로써 많은 돈을 내면서까지 월드컵 후원을 하게 된 것은, 월드컵을 주로 보게 되는 출전국들이 대부분 생산 제품의 수출 대상국들이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는 그 효과를 톡톡히 보았는데, 지난 남아공 월드컵 기간 동안 뉴욕 증시 상장 주가가 50% 가까이 오르고, 물량 주문도 엄청나게 몰렸다고 한다. 그야말로 다른 스폰서들보다도 월드컵 특수를 톡톡히 보았던 것 같다. 특히 이번에는 유럽 대륙 중심의 기존 수출 대상국들뿐만 아니라, 시장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는 남미 시장에 대한 적극적인 노림수였을 것이다.

중국의 태양광 산업은 이미 세계 최대 수준이다. 정부가 주도적으로 2000년대부터 태양광 산업의 육성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투자가 활성화 되고 관련 설비가 급속히 늘어났다. 2013년까지의 누적 보급량 기준으로 독일과 이탈리아에 이어 세계 3위로 올라섰고, 앞으로도 우리나라가 10년 넘게 설치한 태양광 보급용량(2012년까지 1,024MW)보다 많은 양이 거의 매년 신규로 증가할 것이 예상되고 있기 때문에(2013년 1.6GW), 그들에게 적용되고 있는 규모의 경제 효과나 학습 곡선은 실로 어마어마한 영향력을 발휘한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다른 국가들에 비하여 절대적으로 부족한, 수요 대비 전력 공급 현황과 중서부 지역을 위한 독립형 자가 발전 형태인 Micro(또는 Nano) Grid 보급 전망은 중국 내의 기업들이 자생할 수 있는 내수 시장 규모를 형성하기에 충분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정부의 무차별적인 지원이 중단되고 M&A 과정을 거치면서 경쟁력을 보유한 기업들이 집중적으로 지원받게 되는 산업 구조와 환경이 만들어져, 기존보다 더 기초 체력이 강화된 업계 챔피언들이 양성될 것이다.

시장 형성 초기에 태양광 산업을 이끌었다고 볼 수 있는 독일이나 일본은 원천 기술 중심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앞서 나가고 있고, 중국은 기술 도입을 통한 원가 절감을 추진하여 가격 경쟁력으로 무섭게 밀어 붙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샌드위치가 되어 버린 국내 태양광 산업은 어떠한 전략을 통하여 살아남을 수 있을까?

흔히 이런 상황에서 경영전략을 조금이라도 들어보았던 사람들은 선택과 집중, 핵심역량 확보, 기술혁신을 통한 차별화 및 신시장 창출 등을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선택이나 집중할 수 있는 영역 자체가 점차 좁아지고 핵심역량의 확보나 기술혁신을 위한 내적 및 외적 투자 또한 위축된 상황에서 전략을 논하고 수립하기에는 다소 힘이 빠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나마 새롭게 세계 태양광 산업의 최대 시장으로 재부상하고 있는 일본의 경우처럼 제조 자체보다는 발전시스템, 전력저장장치, 에너지관리시스템 등을 통합하여 구축하고 운영하는 솔루션 사업 및 발전 서비스 영역으로의 확장이 정보통신기술 강국인 우리나라가 나아가야 할 방향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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