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칼럼] 쓰고난 원전연료 어떻게 할 것인가
[E·D칼럼] 쓰고난 원전연료 어떻게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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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10.31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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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균렬 / 서울대학교 원자핵공학과 교수

 
말도 많고, 말도 다르고, 말도 모를 사용후핵연료 공론화. 여럿이 공론(公論)하는 건 맞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속 빈 공론(空論) 처럼 들리는 낯선 단어들의 조합.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같은 언어로 소통하고, 같은 온도로 체감하며, 같은 세대로 교감하는 공론(共論)이 필요한 시점이다.

우선 아리송한 '사용후핵연료 공론화'라는 용어부터 익숙한 표현인 '쓰고 난 원전연료 어떻게 할 것인가'로 바꾸자. 올 연말까지 처리 방법에 대한 대정부 권고안을 도출해야 하는 사용후핵연료공론화위원회 '사공위'가 후반 막바지에 접어들고, 그러나 대다수 국민은 그들이 울안에서 무슨 꿍꿍이속인지 알 길이 없다.

돌아 보건데 사공위는 회임부터 이미 미숙아를 잉태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일부 위원 탈퇴와 불참, 전문성 결여, 일과성 행정과 함께 표류하는 형국이다. 예부터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 했다. 오늘 사공위가 거친 바다를 건너려면 튼튼한 배에 커다란 돛과 단단한 노를 다시 채비해야 한다.

우리가 원자력에 기대는 한 이 땅 어딘가에는 원전을 짓고, 쓰고 난 연료를 모아둘 시설을 만들어야 하지만, 모두 내가 사는 곳만은 안 된다면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왜 국민은 정부의 발표나 정책을 믿지 못하고, 정부는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하는지.

국내 가동 중인 원전 23기에 정부는 앞으로 원전 11기를 추가로 건설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원전에서 타고 나온 연료는 매년 750톤. 모두 원전 내 시설에 임시저장 중이지만, 2024년 한빛 원전을 시작으로 2025년 월성, 2028년엔 고리와 한울 원전의 저장소가 가득찰 것으로 보인다.

사정이 이러하니 겨우 10년을 남겨둔 시점에서 사공위는 저장부지부터 처리방식까지 모든 논의를 한꺼번에 하겠다는 계획이다. 영국이 5년 넘게, 캐나다가 3년 걸려 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과제를 훨씬 더 짧은 기간에 하려다간 딸꾹질이 아니라 아예 몸져누울 수도 있다.

우선 현행 관련 법규가 미비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더 이상 늦어지지 않도록, 임시저장의 공간적, 시간적 확장선 상에서 중간저장을 부지 맞춤형으로 제도를 정비하고, 부지 내의 경우는 중간저장이라도 사업자가 관리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바꾸는 것을 포함하여 실현 가능한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임시저장과 중간저장의 각각의 장점과 편익을 취하되 철저히 환경안전과 국민안심에 입각한 제3의 부지 내 '녹색저장' 등의 개념과 용어를 규정하고, 지역사회의 신뢰와 수용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법과 제도를 정비해야할 것이다. 아울러 국제적, 지역적 협력에 의한 공동부지 선정과 관리도 논의할 필요가 있다.

좁은 국토와 많은 인구를 볼 때, 부지 외 중간저장시설 확보는 요원할지도 모른다. 그 보다는 기존 부지를 용도 변경 등을 통해 재활용하는 것이 혜안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이를테면 원전 폐로 후 제염 해체와 철거를 거쳐 부지를 복원한 다음, 녹색저장시설로 연계하는 등 맞춤형 원전 사후 백년대계 수립이 필요하다.

원전연료는 원자로, 증기발생기 등 대형기기와 함께 부지 내에 저장하는 방식이 차선이지만 불가피한 선택이 될 수 있다. 다만 이 경우에도 지역사회의 목소리를 수렴하여 공감할 수 있는 구체적 실천계획과 실효적 운영방안이 나오는 것을 전제로 해야 할 것이다.

이제 봄여름 지나, 가을을 걷고 있다. 겨울이 오기 전에 여정의 종착역을 확약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원자력은 우리에게 오랜 가을로 남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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