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칼럼] 기술혁신시대, 인간이 나아갈 방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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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12.11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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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성호 / 한국전기연구원 미래전략실 선임연구원

 
기술혁신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 켈리포니아주의 실리콘밸리(Silicon Valley)에는 많은 IT 관련 기업들이 자리 잡고 있다. 그 중에는 반도체 설계와 제조로 유명한 인텔(Intel)도 포함된다.

본사 건물들 중에 창업자의 이름을 따서 지은 로버트 노이스(Robert Noyce)라는 이름의 빌딩이 있는데, 1층을 보면 정보화 사회를 이끌며 새로운 산업 혁명을 주도하였던 인텔의 역사와 반도체의 개발 및 생산 과정 등에 대한 소개 내용이 전시되어 있어서 실리콘밸리를 찾는 남녀노소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전시관을 둘러보는 중에 컴퓨터개론 수업을 들었다면 누구나 익숙할만한 이름 하나를 마주칠 수 있다. 바로 고든 무어(Gordon Moore)다. 인텔의 공동창업자인 그는 반도체 집적회로의 성능, 즉 메모리 용량이나 CPU의 속도가 18개월에서 24개월마다 2배로 증가한다는 내용을 발표한 바 있다. 이는 무어의 법칙(Moore’s Law)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기술 개발 및 혁신의 비약적인 속도를 설명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기술개발 및 혁신의 빠른 속도는 시대가 갈수록 점차 가속화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필자가 컴퓨터를 처음 접했던 때를 돌이켜 보면, 농구 게임 하나 하려고 당시에 1.2MB(Mega Byte)이었던 5.25인치 디스크를 두 장이나 넣어 가면서 실행시켰던 기억이 난다. 5.25인치 플로피 디스크용 드라이브는 물론이고, 많이 작아졌다면서 신기해하던 3.5인치 플로피 디스크용 드라이브도 지금은 보이지 않게 된지 오래되었다.

뿐만 아니라 MP3, PDA 등 다른 기술로 대체 또는 통합되면서 이제는 우리의 손을 떠나 기억 저편으로 사라지고 있는 혁신 제품들도 하나 둘 씩 쌓여가고 있다. 1만8000개의 진공관 등으로 구성되어 있어 커다란 방을 하나 차지해야만 했던 무게 30톤짜리의 초기 컴퓨터 에니악(ENIAC)의 계산수준은 70년도 채 지나지 않은 지금, 손에 들고 있는 150g 미만의 스마트폰의 성능을 이길 수가 없다.

이러한 기술개발 및 혁신의 가속화가 사회적으로 긍정적인 효과만을 가져왔을까? 정보경제학자인 MIT 슬론(Sloan) 경영대학원의 에릭 브린욜프슨(Eric Brynjolfsson)과 앤드루 맥아피(Andrew McAfee)는 그들의 저서 'Race against the machine'(번역본: 기계와의 경쟁, 정지훈·류현정 옮김)에서 기술개발 및 혁신의 가속화로 기계가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할 수 있게 되었으며, 이것이 현재 세계적으로 공통적이라고 볼 수 있는 실업과 일자리 부족 문제의 한 원인이 되었다고 분석하고 있다.

ATM(Automated Teller Machine)이 늘어나면서 은행원들이 줄어들었고, 무인발권기나 무인판매점이 늘어나면서 관련 직원들도 점차 사라졌다. 게다가 기술의 발달과 이를 사용하는 인간의 학습능력으로 1인당 생산성도 전보다 훨씬 높아져서, 전에 두 명이 하던 일을 이제는 한 명으로도 충분히 해낼 수 있게 되어 추가적인 고용도 필요 없게 된 것이다. 정확하게 정형화된 프로세스 및 규칙에 의해서 진행될 수 있는 간단한 성격의 업무들은 코딩만 제대로 한다면 기계로의 대체가 가능한 시대가 되었으며, 그러한 업무에 있어서 24시간 쉬지 않고 일할 수 있는 기계의 생산성과 실수 없는 반복 능력을 인간이 따라잡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이제 인간이 할 수 있는 역할은 프로세스에서 정립해 놓은 규칙을 벗어나는 예외적인 일이 발생했을 때에 그것을 처리하는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는 것처럼, 전에 발생하지 않았던 상황에 대처하는 것 등에 한정될 것이다. 결국 인간은 기계가 하지 못하는 영역에서 승부수를 띄울 수밖에 없다. 기계가 수행 가능한 영역에서 같이 경쟁하는 것은 이제 더 이상 승산이 없다.

어느새 기계는 진보되어 보다 더 나은 수행 능력으로 그 자리를 대체하게 될 것이다. 결국 기계가 할 수 없고 대체하기 어려운 영역에서 경쟁력을 키워나가 기계를 경쟁상대가 아닌 협력대상이자 도구로 삼아,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우리 인간이 나아갈 방향으로 보인다. (최근에 에릭 브린욜크슨과 앤드루 맥아피의 새로운 저서 'The Second Machine Age'의 번역본 '제2의 기계시대'가 출판되었다. 연말이 가기 전에 독서로 한 해를 마무리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권해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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