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칼럼] 원자력, 이제는 공감이다
[E·D칼럼] 원자력, 이제는 공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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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12.18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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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균렬 /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에너지는 일상에서 피부로 느낄 수 있을 만큼 중요한 화두로 떠오른 지 오래다. 다사 분망한 우리도 석탄, 석유, 가스를 저울질하고 원자력, 신재생과 함께 급변하는 동북아 해시계 위에 한반도의 그림자를 어디에 어떻게 놓을지 고민해야 한다.

수십 년 동안 석유를 손에 넣으려는 국가 간 열전, 송유관 건설을 둘러싼 각축, 그리고 이러한 싸움을 부추기는 지정학적 요인을 가늠하고, 고속성장으로 석유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며 세계시장을 예측불허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는 중국의 동향을 주시해야한다.

에너지 안보와 공급에 초점을 맞추고 새로운 공급원으로서 갈수록 비중을 늘려가고 있는 천연가스에도 주목해야 한다. 특히 21세기 최대혁신으로 보이는 셰일가스는 세계가 앞으로 백 년 정도는 쓸 수 있는 천혜를 가져다주었는지도 모른다. 우리도 놓칠 수 없는 뜨거운 땔감이다.

에디슨에서 원자력에 이르기까지 빛의 속도로 일상을 변화시키고 산업을 일으켜온 전기를 미래에도 계속 흐르게 하기 위해 어떤 연료를 택해야할지 싸움을 벌이게 될 것이다. 기후변화가 지도자와 투자자가 내리는 결정에 중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태양, 풍력 또한 혁신과 창업, 정치와 투쟁, 희망과 절망, 비운과 행운의 역사를 점철하고 있다. 이들은 이제 거대한 규모로 성장했지만 세계 에너지 시장에서 보면 아직은 미미한 수준이다. 그럼에도 당분간은 지구 에너지 균형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전기차의 재림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는 자동차가 석유를 몰아내기 위해서는 갈 길이 멀어 보이지만 언젠가 경쟁력이 입증되면, 세계는 에너지 판을 다시 짜야만 할 것이다. 전기에 대한 각국의 집착은 더욱 커지고, 에너지 문제가 우리의 미래를 규정하게 될 것이다.

결국 20세기는 광물을 캐내기 위한 전쟁이었고, 21세기는 전기를 만들기 위한 암투를 벌이고 있다. 한반도는 아무리 뒤져도 이렇다 할 자원이 보이지 않는다. 화석도 풍력도 태양도 평지도 대안도 합의도 녹록하지 않다. 어쩌면 우리가 현재 향유한 유일한 자원은 두뇌일지도 모른다.

셰일가스는 널렸지만 이를 자원으로 퍼 올리는 나라는 지금 미국 밖에 없다. 두뇌와 기술이 진정한 자원이라는 방증이다. 자연에 가치를 부여하는 자는 바로 인간이다. 우리에겐 온갖 재난을 뛰어넘어 세계 전자와 조선 시장을 장악한 인간이라는 궁극의 자원이 있다.

이젠 냉정하게 다차원적인 한반도 에너지 보존식을 국민과 함께 풀어가야 한다. 국내엔 재미있는 일이 끊이질 않아 총성 없는 에너지 전쟁이 남의 나라 얘기처럼 들린다는 게 애석하다. 사막과 태양을 모두 가진 중동이 원자력에 눈을 돌리고 있다. 우린 원전을 버려야하는 걸까. 독일처럼.

독일이 통일했다고 한국도 당장 통일을 할 수 있을까. 태양을 전기로 바꾸려면 평지가 널린 독일과 달리 남한 면적의 6%를 굴착기로 갈아엎어야 한다. 경관훼손은 차치하고라도 주민갈등과 국론분열은 명약관화하다. 과학기술이 어려운 게 아니라 대한국민이 힘들다.

우리는 반세기 넘게 기울어 간다던 원자력을 들여와 인적 자원 하나로 세계 굴지의 원전 강국에 등극했다. 예서 말 것인가. 누가 이들에게 돌을 던지랴. 원자력, 이제는 공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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