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범년 / 한국수력원자력 부사장 겸 발전본부장
[인터뷰] 김범년 / 한국수력원자력 부사장 겸 발전본부장
  • 송병훈 기자
  • hornet@energydaily.co.kr
  • 승인 2015.01.02 08: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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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정의 엄격함과 결과의 완벽성… 원전 정신(魂) 회복해야"
통합경영관리모델 통한 책임경영체제 구축… 최고 발전회사 도약
수력·양수 메카 위상 재정립, 태양광 등 신재생분야도 중점 추진

[에너지데일리 송병훈 기자]지난해 8월 한국수력원자력 부사장 겸 발전본부장으로 선임된 이후 CEO의 지근거리에서 한수원의 혁신을 이끌고 있는 김범년 부사장. 김 부사장은 기자와의 2015년도 신년 인터뷰에서 '원전 정신'의 회복 필요성을 강조했다. 원전 불모지에서 현재의 모습까지 오기까지는 품질과 안전에 최선을 다하던 선배들의 '독한 원전정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만큼 모든 직원들이 초심으로 돌아가 스스로에게 더욱 엄격해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잇따랐던 원전비리로 인해 이전까지는 의기소침해 있던 임직원들도 '이제는 다시 제대로 시작해보자'라는 각오가 충만하다"면서 "원전비리의 터널 끝에서 나올 수 있다는 믿음속에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소임을 다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국민들께서도 한수원이 변하는 모습에 아낌없는 격려와 관심을 보여주시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 지난 겨울과 올 여름, 안정적인 전력수급은 우리 사회의 현안 중 하나였다. 올 겨울의 전력수급상황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여겨지는데 안정적인 전력수급을 위한 한수원의 대책은 무엇인지.

▲ 겨울철 안정적인 전력수급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전력생산원가와 단위발전량측면에서 큰 강점을 지닌 원자력발전소가 충실히 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원자력발전소로부터 생산된 전력은 전체 공급량의 약 30%이지만, 기본부하(상시공급)를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발전소를 고장없이 잘 운영하는 것이 목표이자 전략이다.

한수원은 지난 여름 발전정지 유발요인을 철저히 제거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여 큰 현안없이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었다.

이번 겨울기간동안도 가동원전의 취약설비 중점관리와 인적오류방지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즉, 중요 부품과 설비에 대한 다중·다차원 점검체계가 잘 운영되는지 본사 경영진이 직접 현장을 수시 확인하고 있으며, 정비와 운전과정에서의 오류를 방지하기 위해 각 발전소장 책임하에 관찰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또한 정비품질과 발전량을 고려해 동계기간중에는 가급적 계획예방정비를 최소화하고 있다. 또한 고장발생시에도 정확하고 빠르게 정비할 수 있도록 회사내 엔지니어링조직을 중심으로 사내·외 전문기술인력풀을 편성해 긴급상황에 대응하고 있다.

한수원은 현재 23기의 원전 뿐만 아니라 16기의 양수 및 28기의 수력발전소를 운영하고 있다. 이들 설비용량은 약 530만kW로 원전 5기의 용량과 맞먹는 만큼 그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게다가 양수발전소의 경우 발전명령후 3분만에 전력생산이 가능한 ‘3분 대기조’인 만큼 긴급 전력수요에 대비, 이를 잘 활용해 나갈 방침이다.

- 최근 몇 년간 각종 사건과 비리로 인해 한수원을 비롯한 원자력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고, 각종 재발방지대책을 도입·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현재까지의 성과와 향후 전망에 대해 말씀해주신다면.

▲ 우선 내부 자정능력을 확보하기 위해 감사조직을 전문화하고, 내부고발제도를 활성화하고 있다. 외국에 서버를 둔 레드휘슬 제도를 시행하고 있으며, 직원들의 윤리의식을 제고하기 위해 2직급 이상 직원의 '재산등록제도'를 운영, 높은 도덕률을 설정하고 비리 유발요인을 제거하고 있다.

또한 비리방지를 위해 퇴직자의 협력업체 재취업을 금지하고, 퇴직 임직원을 고용한 업체에 대해 입찰시 페널티를 부과하는 등 제도의 실효성을 강화했다.

원전비리 근절을 위한 인사제도의 혁신으로 외부인재를 지속적으로 영입, 조직의 활성화와 투명성을 높이고 비리의 내부고리를 완전히 끊도록 하고 있다.

구매제도 개선을 최우선 과제로 선정, 수의계약 비율을 지속적으로 감소시키고 있다. 구매사업단의 독립성을 강화하고, 입찰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해 적격심사제 도입, 구매계획 사전공개 등을 시행하고 있으며, 원전분야 품질서류에 대해서는 제3의 기관이 진위여부를 확인하도록 하는 등 다시는 원전비리가 발붙이지 못하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이같은 변화를 향한 진정어린 노력이 조금씩 결과로 나타나 이전까지는 의기소침해 있던 임직원들도 "이제는 다시 제대로 시작해보자"라는 각오가 충만하다.

직원들 모두 언젠가는 원전비리의 터널 끝에서 나올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소임을 다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국민들께서도 한수원이 변하는 모습에 아낌없는 격려와 관심을 보여주시길 기대한다.

-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전 안전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때보다 높아졌다. 설비개선 등 원전 안전을 위한 한수원의 노력과 향후 계획을 말씀해달라.

▲ 지난 2011년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인해 원자력계는 많은 반성과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게 됐다. 원전의 안전에 충분한 것은 없다는 것을 깨닫고 안전 확보를 위해 더욱 철저한 점검과 분석은 물론 이를 보완하기 위한 여러 설비개선을 수행하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직후 정부와 한수원은 가동원전 등 국내 원자력 시설에 대해 긴급안전점검을 통해 지진, 해일, 중대사고 등 6개분야 50건(한수원 46건, 기타기관 4건)의 장단기 개선대책을 도출했으며, 이에 추가하여 한수원은 해외원전사례, 자체점검 등을 거쳐 10건의 추가개선대책을 자체 발굴했다.

한수원은 도출된 총 56개 개선대책 중 현재까지 36건을 완료했으며, 규제기관의 심사결과에 따라 지속적으로 보완하고 있다.

그리고 현재 월성 1호기와 고리 1호기에 대해서도 추가적인 스트레스 테스트를 시행, 극한 자연재해의 발생에도 원전의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음을 확인했으며, 원전의 안전성을 한단계 더 높이기 위한 Action Item을 발굴·시행하고 있다.

- 최근 발생한 원전 사건, 고장정지 등과 관련 원전운영의 투명성이 도마에 올랐었다. 한수원에서 원전운영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시행하고 있는 대책들에 대해 설명해달라.

▲ 먼저 원전 운영에 대해 모든 원전 현장에 독립적인 안전감시조직을 신설, 상시적으로 가동원전을 점검하고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24시간 주제어실과 현장을 순찰하며, 원전 운영의 세부적인 사항까지도 철저히 점검하고 있다.

또한 올해부터 원전이상상태 자동통보시스템(NEWS)를 구축, 원전에서 보고대상사건이 발생될 경우 인적개입을 배제하고, 시스템에서 감시하는 운전변수에 의하여 자동으로 본사, 규제기관, 지자체 등에 이상상태를 통보하도록 했다.

발전소에서 발생하는 주요 이슈에 대해 항상 민간환경 감시기구에 보고하도록 절차를 개정했으며, 발전소에서 발생한 중요한 안전관련 현안들에 대해 지역주민들이 포함된 민간검증단을 운영하는 등 지역과 국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고, 안전성을 확인받고 있다.

- 제2차 국가에너지 기본계획에 따르면 한수원은 2030년까지 국내원전 37기를 운영하는 것으로 돼 있다. 또한 해외원전 11개 수주를 목표로 추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국내·외에 다수호기를 운영함에 있어 문제점 및 향후 추진방향을 말씀해주신다면.

▲ 한수원은 현재 운영중인 23기의 원전과 건설중인 원전 5기, 건설준비 중인 원전까지 더하면 수년 내에 30기가 넘는 원자력발전소를 운영하게 된다.

이들 원전을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운영하기에는 현재의 경영방식과 CEO 집중형 체제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 통합경영관리모델을 통한 책임경영체제를 구축할 계획이다.

현재의 경영체제를 근본적으로 혁신해 세계 최고의 발전회사 시대를 준비한다는 전략이다.

통합경영관리모델이란 원전의 안전운영을 최우선 가치로 직원 개인과 개인, 조직과 조직간 책임과 역할을 명확히 구분하면서도 조직간 장벽을 타파하는 것을 기본으로 원활한 협업 프로세스 구축과 경영관리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는 경영모델이다.

우리 회사에서는 지난해 4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세계 최우수 원전회사를 벤치마킹, 한수원 고유의 선진경영모델인 통합경영관리모델을 개발하기 위한 기본계획을 수립했다.

이를 위해 지난해 9월 원전운영, 엔지니어링, 품질안전 등 각 분야 사내 최고 전문가 22명을 선발, 추진팀을 구성했으며, 추진팀은 올해 5월까지 우리 회사 특성에 부합하는 책임경영제 도입방안 검토, 업무 프로세스 가시화, 통합경영관리모델 체제 구축 등의 업무를 수행해 나갈 예정이다.

- 원자력에 비해 수력·양수 분야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이 사실이다. 2015년도 수력·양수 및 신재생 분야에 대한 한수원의 계획은 무엇인지.

▲ 수력·양수 분야도 9·15 순환정전이후 안정적 전력공급의 마지막 보루로서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무거운 사명감과 책임감을 가지고 운영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발전사별로 나누어져 있던 수력·양수부문을 통합한 이유도 이러한 역할과 기능이 효과적으로 작동되기 위함이다. 통합 5년차가 되는 2015년은 질적, 양적인 측면에서 국내 수력분야의 리딩 컴퍼니로서의 위상에 걸맞는 행보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2015년도 수력양수분야에서는 먼저, 운영된 지 40년이 넘은 삼랑진양수 1,2호기를 전면 교체하는 현대화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사업이 완료되면 출력증강과 효율향상으로 전력계통 안정화에 큰 몫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국내 수력 메카로서의 위상을 정립하고자 수력문화센터 건립을 추진할 예정이다. 이곳에는 수력과 관련된 유·무형 사료가 집대성될 계획이다.

그리고 현재 해외건설 사업으로 추진중인 네팔 차멜리아 수력발전소의 성공적인 준공을 위해 막바지 힘을 쏟는 한편 신규 해외수력 사업 개발을 위한 노력도 더욱 강화할 방침이다.

신재생에너지분야는 우리회사의 2015년도 총 의무공급량 1980GWh을 달성하는 것이 중점과제다.

이를 위해 현재 추진 중인 노을 및 부산연료전지 사업이 적기에 진행되도록 노력할 예정이며, 우리 회사 유휴부지를 활용한 쏠라파고스 태양광사업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쏠라파고스란 오염되지 않은 갈라파고스 군도처럼 원자력과 태양광발전이 함께하는 친환경 AREA를 구축하자는 의미로 약 3MW의 태양광발전이 설치될 예정이다.

또한 풍력사업 개발에도 적극 참여, 기발굴한 사업중 4개 사업의 착공을 목표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 구매에도 적극 동참, 정부정책에 힘을 실을 수 있도록 노력할 방침이다.

- 2015년을 맞는 포부와 주요 활동방침을 말씀해주신다면.

▲ 한수원은 최근 3년간 질곡의 시기를 거쳐 왔다. 이는 국내 전력수요에 부응하기 위한 설비확장단계에서 적기 원전건설에 집중하다보니 초대형 원전운영회사로서의 경영체계를 미처 구축하지 못한 탓이라고 판단한다.

이로 인해 비리요소와 품질관리에 현안이 생겼다고도 할 수 있다. 이제 2015년은 세계 3위 규모의 원전운영회사로 발돋움하는 시기라고 생각한다. 한수원은 사장 경영철학 구현을 위하여 2014년 8월 '5대 핵심가치'를 새로 설정했다.

이 '5대 핵심가치'를 모든 업무의 출발점이자 귀결점으로 연계, 효과·성과중심(Effectiveness & Validity)의 신년도 업무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운전 및 정비분야 모든 부서의 이행상태를 매월 점검해 수시 코칭하고, 부사장으로서의 역할을 확실하고도 충실하게 수행해나갈 방침이다.

또한 CEO의 큰 경영을 보좌하기 위한 2015년도 저의 두가지 핵심 경영전략으로 '원전 정신' 회복과 '운영체계 및 시스템 확보'를 설정하고 있다.

면저,' 원전 정신'의 회복이란 우리 원자력인들은 저렴하고 안정적인 전력을 공급함으로써 대한민국 근대 경제성장의 밑거름 역할을 해왔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그 배경에는 과학기술의 불모지에서 당시로서는 최첨단 산업이었던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하고 운영하기 위해 '과정의 엄격함과 결과의 완벽성', 즉 품질과 안전에 최선을 다하던 선배들의 '독한 원전정신(魂)'이 있었다.

이제 저를 포함한 모든 직원들이 초심으로 돌아가 스스로에게 더욱 엄격하고, 한치의 빈틈도 용납치 않는 '원전 정신'을 회복해 안전운영을 이끌어가고자 한다.

그리고 30여기 원전 운영에 대비한 운영체계와 시스템의 확보 역시 중요하다. 과거 10기 남짓한 발전소를 운영하던 시기에는 본사에서 발전소의 세부적인 사항까지 낱낱이 파악할 수 있었기 때문에 고도화된 운영전략이나 시스템이 없어도 현장을 파악하고, 문제를 해결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

하지만 다양한 노형의 운영호기가 계속 증가함에 따라 다수 호기를 체계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새로운 운영시스템과 패러다임의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
 
이에 따라 회사에서는 본사 각 본부간, 또 본사와 발전소간 명확한 지휘·지원체계, 분명한 운영목표와 전략, 프로세스 등을 시스템화하는 통합경영모델을 구축해 최대형 원전회사로서의 강하고 효과성 높은 지속성장 원동력을 만드는데도 노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저는 직원들에게 늘 우공이산(愚公移山)의 자세로 묵묵히 어려움을 헤쳐 나가자고 강조하고 있다.

어렵고 힘든 기간이었지만 우리가 원자력안전에 대한 국제적 규범과 수준에 보다 더 엄격하고 원전정신에 투철하며, 동시에 이를 담을 수 있는 시스템을 확보해 반드시 국민의 신뢰를 받는 글로벌 에너지 회사로 거듭나는 한수원의 모습을 지켜봐 주시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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