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사무생산성의 혁신이 필요하다
[기고] 사무생산성의 혁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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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1.02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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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용 / 효성중공업 연구소 CTO&연구소장(전무)

 
독일과 일본의 차이

일전에 일본 전문가가 일본이 요사이 독일 배우기에 열심이라는 강연을 하는 것을 들었다. 주지하다시피 일본은 잃어버린 20년을 보내며 경제가 바닥으로 떨어지는 현상을 경험했다. 아베정권이 들어서고 경제를 살리고자 애를 쓰고는 있으나 별로 효과는 없는 듯 하다. 반면에 독일은 통일 이후 녹슨 전차라는 비아냥을 들었지만 20여년이 지난 지금은 경제의 모든 지표는 선진국들 중에서도 가장 활력이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이 전문가는 일본에서 찾아낸 독일과 일본의 격차를 야기한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사무생산성이라고 했다. 일본인의 연평균 업무시간은 약 1745시간 정도이고 독일인은 1393시간이라고 한다. 일하는 시간은 더 긴데 오히려 생산성은 더 적다는 이야기이다. 이 아이러니에 대해 일본에서는 일하는 태도와 방식의 차이가 있음을 발견하고 이를 개선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고 한다.

첫째, 독일인은 하루에 정해진 업무량이 있는데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점심도 간단히, 때로는 안먹기도 하는 등 업무강도가 대단히 강하다고 한다. 업무량 달성을 하지 못할 것 같으면 연장근무를 하지 않도록 일과중에 있는 회의조차도 참석을 안하는 등 철저히 오늘 할 일을 정해진 퇴근시간 전에 끝나도록 노력한다고 한다. 결과지향적이라는 말이다. 반면에, 일본 사람은 과정을 중시하기 때문에 자신이 퇴근 후 일을 더 하더라도 일과중에 회의라든지 다른 사람이 자신에게 부탁하는 것을 뿌리치지 못한다고 한다.

둘째, 업무의 생산성이라는 것은 나만 잘해서는 되는 것이 아니고 내 업무와 관련된 타인이나 타 부서와도 항상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다 같이 잘 해야 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전체 업무가 성공적으로 끝나기 위해서는 모든 관련된 사람 혹은 부서와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커뮤니케이션과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 여기서 필연적으로 업무 관련자나 관련부서들 사이에 의견차이가 발생하기 마련인데, 독일 사람들은 불편하더라도 솔직하게 자신의 의견을 말하여 공론화 하고 이를 토의를 통해 합의된 결론을 신속히 도출한다고 한다. 반면 일본은 타인이나 타 부서에 대한 의견제시나 불편한 지적은 금기시 되어 있어 합의된 결론을 얻기까지는 많은 시간을 요하거나 해결되지 않은 상태로 시간만 가는 경우가 자주 있다는 것이다.

이 강사는 일본보다 더 많은 시간, 즉 연 2163시간을 회사업무에 사용하는 한국이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따라하지 않으려면 일본에서 일어나고 있는 반성에 대해 잘 공부해야 할 것이라고 결론을 지었다.

업무생산성이 가장 낮은 '한국'

금년 중반 쯤에 OECD 국가들 중에서 일인당 업무생산성이 가장 낮은 나라로 한국이 지목되었다는 발표가 있었다. 지난 수 년 간 한국은 세계 최장의 근무시간에도 불구하고 경제성장률은 왜 바닥을 헤매는가에 대한 이슈가 대두되기는 했다. 그러나 이상하리만큼 큰 관심을 끌지는 못하였다. 반면 국가경쟁력이나 낮아졌다거나 전투적인 노사관계가 해외자본의 국내 투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얘기들은 언론들이 항상 대서특필을 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를 않았다.

우리는 회사에서 업무를 하면서 너도 나도 다 선배들이 습관적으로 해온 업무수행 방식을 되살펴 보거나 개선하려는 생각은 별로 없지 않을까 한다. 따라서 한국기업에 근무하는 외국인, 물론 해외기업에서 오랜 근무를 했던 분이 자신의 의견을 국내 잡지에 실었는데 너무나도 정말 우리들이 안고 있는 문제들을 너무 아프게 지적하고 있어 공유해보고자 한다.

첫째, 그는 한국기업의 경우 경직된 피라미드 조직과 상명하복의 군사문화가 만연해 있고 이 결과로 끊임없이 여러 형태의 보고가 연속되는 점을 생산성 하락의 주범으로 꼽았다. 심지어 언제 지시가 있더라도 항상 보고 준비가 갖추어진 소방수와 같지만 반대로 전략수립과 수행에는 미흡한다고 지적하였다.

둘째, 빈번한 회식에도 불구하고 진정한 커뮤니케이션은 부족하고 오히려 파벌을 형성하여 전사적인 커뮤니케이션에는 오히려 마이너스가 되고 있는 지적이다. 또한 영어 열풍은 과도하지만 회사에서 영어는 전혀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글로벌 비지니스 세계에서 약점을 가질 수밖에 없다. 또 다른 아이러니는 초고속 인터넷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가 가장 발달한 나라지만 업무시간 중에 사용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는 업무의 집중도를 현저히 이완시킨다.

셋째, 회식 후유증으로 인해 사무실에 있기는 하나 업무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업무시간 중에 흡연을 하는 사람들이 자리를 비우는 시간, 비흡연자들은 커피를 마시는 시간 등이 업무시간의 상당히 많은 비율을 차지하기 때문에 업무시간 중에 주어진 업무를 완수하기 힘들고 이에 따라 잔업을 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넷째, 업무를 대하는 자세가 내용보다는 형식에 너무 집착한다. 보고자료를 만들 때 내용 보다는 어떻게 치장을 잘할지 신경을 많이 쓴다. 대화를 할 때도 내용을 정확히 이해하고 업무를 어떻게 해야할 지 컨센서스가 중요한데, 항상 상사가 이야기하면 내용도 정확히 전달이 안된 상태에서 무조건 예를 하는 부하가 생산성 저하에 크게 기여한다.

다섯째, 조직에 들어오는 신입사원들의 연령은 높고 수준이 낮아서 회사가 이들에 대한 교육을 다시 시켜야 하기 때문에 이로 인한 업무의 생산성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이는 산업과 대학교 사이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학교에서 미리 준비를 한 다음 입사를 하면 되는데, 이런 노력은 없고 학생은 이상한 스펙쌓기에 몰입을 해서 커다란 낭비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피라미드 형태에서 분산처리 형태로

그렇다면 이런 결과를 가져온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일까?

한국에서는 정부나 기업이나 학교를 포함한 모든 조직이 가부장적이고 피라미드 형태의 조직에다가 상명하복의 일사불란한 군대식 문화까지 가미된 상태가 너무 오랫동안 굳어진 것이 문제라고 생각된다. 전제 군주시대에나 걸맞는 조직 체계인 피라미드 조직은 근대세계에 들어오면서 사라진 유물인데, 한국은 불행히도 일본을 통해 피라미드형 조직에 군사문화를 받아들였고 아직도 이를 청산하지 못하고 있다.

참고로 조직구조의 생산성을 컴퓨팅 구조의 생산성과 아날로지를 해보는 것은 아주 흥미로운 작업이다. 컴퓨팅 구조의 역사를 고찰해 보면 컴퓨터가 회사의 업무에 적용이 되기 시작하면서 초기의 독립형을 벗어나 1960년대 후반에 Mainframe 컴퓨터와 Dummy 터미널이 연결된 중앙집중방식 시스템이 도입되었고, 이는 당시의 피라미드 형태의 조직과 잘 부합되어 사무생산성 향상에 큰 기여를 하였다. 그러나 1980년대에 들어 이 방식은 신속한 반응의 요구와 업무복잡도의 기하급수적인 증가에 대처를 하기 어려워짐에 따라 점점 한계에 봉착했으며, 결국 Workstation 서버와 PC 터미널이 연결된 분산처리방식에  의해 퇴출당하는 운명을 맞이하게 되었다.

1960년대에는 마이크로프로세서의 성능이 제한적이어서 터미널에 충분한 지능을 담을 수 없었기 때문에 지능을 Mainframe 컴퓨터에 집중시키고 정보의 분석과 판단을 전담하게 하는 방식을 채택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프로세서의 성능이 무어의 법칙에 의해 급격히 발전함에 따라 터미널로서 강력한 성능으로 무장한 PC가 채택됨에 따라 이를 효과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Workstation을 서버로 활용하는 변화가 일어나게 된 것이다.

중앙집중방식 컴퓨팅의 특징을 살펴보면 이름에서도 드러나듯 중앙에 강력한 지능으로 무장한 Mainframe Computer가 데이터의 수집, 분석, 판단 등을 수행하고 이 컴퓨터와 연결된 터미널은 프로세서 성능의 한계 때문에 사용자와의 인터페이스만을 담당하는 방식이었다. 따라서 이 터미널을 Dummy Terminal이라고 불렀다. 반면에 PC를 터미널로 쓰는 분산처리방식은 PC가 이미 강력한 지능을 갖게 되었기 때문에 많은 일들을 독립적으로 수행할 수 있고, 역량을 넘어서는 일에 대해서만 서버의 컴퓨터를 이용하는 방식으로 변화되었다. 그래서 이런 방식을 클라이언트-서버 방식이라고도 명명하며 중앙에서 통제권을 행사하던 Mainframe Computer는 이름도 서비스하는 컴퓨터라는 서버로 바뀌었다. 더욱 극적인 것은 Dummy Terminal이 Client Computer, 즉 고객이라는 개념의 변화가 생긴 것이다.

결국 컴퓨터를 이용한 업무 생산성의 향상을 위해서 피라미드 형태의 시스템에서 보다 수평적, 분산적인 클라이언트-서버 형태로 바뀐 것이다. 초기의 클라이언트-서버 시스템은 성능이나 안정성 및 가격 측면에서 오히려 대단히 열세를 면치 못했으나 핵심기술들의 급격한 발전으로 인해 대세가 되었으며, 2000년대 들어와서는 더 나아가 상황에 따라 수시로 서버의 역할이 변화하는 P-to-P 방식의 컴퓨팅으로 진화해 왔다.

여기서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은 사람이 모여서 일하는 조직도 업무생산성의 향상을 위해서는 조직 구조와 업무프로세스가 피라미드 형태로부터 분산처리 형태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성과가 높은 조직이 되기 위해서는 조직의 책임자는 조직의 핵심적인 일, 방향과 목표 설정 등의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것은 변함이 없지만 과제 수행에 들어가서는 그 과제를 수행할 수 있는 역량이 있는 사람을 선정하고, 이 사람에게 권한을 위임해서 자율적으로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점이다.

일개미와 같이 회사 일만 전념하다 잃어버린 20년을 경험한 일본을 답습할 것인가? 아니면 일과 삶의 조화를 이루면서도 세계 최고의 경쟁력과 지속발전하는 독일을 배울 것인가? 우리들에게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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