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EU 배출권거래제 10년의 빛과 그림자
[진단]EU 배출권거래제 10년의 빛과 그림자
  • 김양수 기자
  • seoam@seoamart.co.kr
  • 승인 2015.05.25 22: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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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출량 줄이면서도 GDP는 오히려 증가
무상 과잉할당으로 배출권 가격변동성 커져
소비자 부담 되지 않도록 정책적 고려 필요

[에너지데일리 김양수 기자] 2012년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5억9000만톤으로 세계 7위 수준이다. 정부는 2009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2020년 배출전망치 대비 30% 감축으로 정한 바 있다. 이런 시점에서 현대경제연구원이 최근 ‘EU 배출권거래제 도입 10년의 교훈’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내놔 관심을 모았다. 세계 최대 배출권거래시장을 형성한 EU의 성과와 한계를 돌아봄으로써 우리의 과제를 모색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세계 최대 배출권거래 시장 형성

EU는 2005년 최초로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를 도입했으며 현재 세계 최대 규모의 배출권거래 시장을 운영하고 있다. 2015년 현재 31개국(회원국 28개 및 노르웨이 리히텐슈타인 아이슬란드 등 3개 비회원국)을 대상으로 배출권거래 시장이 형성돼 있다.

2012년 기준으로 전세계 배출권 거래량 107억3000만톤 중 72%에 해당하는 77억2000만억톤이 EU 배출권거래 시장에서 거래됐다.

EU의 배출권거래제는 1기(2005∼2007년), 2기(2008∼2012년), 3기(2013∼2020) 동안 다양한 시행착오를 겪으며 발전하고 있다.

1기에는 25개 EU회원국을 대상으로 출범해 에너지다소비업종을 중심으로 시범 운영됐다. 5%이내 유상할당을 규정했는데 실제로 0.12%를 유상할당했다.

배출권 평균가격은 2005년18.4유로/톤→2006년18.2유로/톤→2007년0.7유로/톤으로 떨어졌다. 1기에 배출권을 과잉공급한 상황에서 2기로의 배출권 이월을 금지해 가격이 폭락한 것이다.

2기 기간인 2012년 배출량은 1990년 대비 8% 감축 목표로 10% 이내로 유상할당을 규정했고 실제로 3.07%를 유상할당했다.

배출권 평균가격은 2008년25.8유로/톤→2010년15.4유로/톤→2012년7.5유로/톤으로 변화했다. 유럽 재정위기 및 경기 둔화로 인한 배출권 수요 감소가 온실가스 배출권 가격 하락의 주된 원인으로 작용했다.

3기의 경우 2020년까지 2005년 대비 21% 감축을 목표로 발전부문 100%, 산업부문 20%, 항공부문 15% 유상할당을 규정했다. 1기 및 2기의 국가할당계획을 폐지하고 EU 차원의 단일할당으로 전환했다. 보다 적극적인 감축을 위해 제도를 정비한 것이다.

저탄소 기술 개발 및 재생에너지 활성화

1990∼2012년까지 EU 28개국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나 감축하면서도 GDP는 오히려 45%나 증가했다.

2012년 EU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중국, 미국에 이은 세계 3위 규모이나 2005년 배출권거래제도 도입 이후 배출량 감소폭은 확대됐다. 2012년 배출량은 35억톤으로 2005년 대비 12.1% 감소했으며 2005년부터 2012년까지 연평균 1.6% 줄었다.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 역시 2005년 8.04 톤CO2eq.에서 2012년 6.91 톤CO2eq.로 감소했으며 GDP(PPP 기준) 대비 배출량 역시 2005년 299.5톤/백만 달러에서 2012년 247.6톤/백만 달러로 감소했다.

1990년부터 2012년까지 국제운송을 포함한 운송 분야를 제외한 산업 대부분 분야에서 배출량이 감소했는데 제조 및 건설 부문의 감소폭이 가장 컸다.

2012년 기준 EU의 배출량은 전력 및 난방 부문이 37%로 가장 높았으며 운송 25%, 제조 및 건설 부문 15%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EU는 배출권거래제 도입 전후 발전회사들을 중심으로 저탄소 기술 개발을 유도해 전세계적으로 저탄소 프로젝트 개발을 촉진했다.

EU의 재생에너지 투자액은 2005년 294억 달러에서 2011년 1148억 달러로 급증했으나 유럽재정위기의 여파로 관련 보조금이 대폭 삭감되면서 2013년에는 484억 달러로 축소됐다.

EU 집행위원회는 NER 300 프로그램을 통해 12억 유로에 달하는 23개 신재생에너지 프로젝트를 지원 대상으로 선정하고 이를 통해 민간부문으로부터 20억 유로의 투자를 유도한 것으로 평가됐다.

2012년 EU의 재생에너지 용량은 전세계 총량 1470GW 가운데 22.5%인 330GW에 달한다. 특히 EU의 태양광 발전은 전세계 총량의 70% 수준이며 풍력도 38%에 달하고 있어 재생에너지 발전 분야의 선두적 역할을 수행했다.

EU는 2020년까지 전세계 재생에너지 추가 실현 가능 잠재력 총량의 21%인 1294TWh를 보유하고 있다. 추가 실현 가능 잠재력이란 현존하는 모든 장애물이 극복되고 모든 발전요소가 활성화됐을 경우 각 국가들이 재생에너지 부문에서 2005년 수준에서 2020년까지 추가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잠재력을 의미한다.

EU는 배출권거래제 활성화로 탄소기술 투자에 대한 경제적 동기를 제공함으로써 관련 산업의 발전 및 고용 촉진의 긍정적 효과를 가져왔다.

2013년 전세계적으로 649만2000개의 일자리가 직간접적으로 재생에너지 분야와 관련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EU의 일자리는 123만8000개로 전체의 19.1%를 차지했다.

EU는 유로 2020전략을 통해 2020년까지 전체 에너지소비 중 재생에너지 비율을 20%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EU의 재생에너지 분야의 일자리는 2010년 106만7000개에서 2020년 202만3000개로 약 2배 가량 증가할 전망이다. 태양 부문은 약 5배, 풍력은 약 1.7배 등 관련 부문의 직·간접 일자리가 대폭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기업의 부당이익 문제 발생

배출권거래제 도입 초기 경기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무상 과잉할당으로 배출권의 가격변동성이 커졌다. EU는 배출권 할당에 있어 수요와 공급에 대한 계획 없이 과거 배출량 기준 무상 할당방식을 채택함으로써 경기 변동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다.

2008년 금융위기 여파로 배출권 가격이 폭락했고 탄소시장은 급격히 위축됐다. 1기가 종료되는 시점인 2007년 말 2기로의 잉여 배출권 이월을 금지함으로써 배출권 현물가격이 톤당 0.03유로까지 폭락했다.

탄소배출권 초과 할당으로 인해 기업이 배출권을 판매해 이윤을 얻는 부당이익 문제도 발생했다. 1기와 2기 배출권 총배당량과 실제 배출량 간의 차이로 인해 발생한 약 10억톤 규모의 잉여 배출권은 기업의 부당수익으로 전용됐다.

초과할당 기업은 주로 에너지다소비 기업에 집중됐는데 에너지 가격 상승이 소비자들에게 간접적으로 전가돼 일부 전력회사 등은 초과 이윤을 창출했다.

탄소배출권 할당 방식 변경에 따라 일반산업분야의 이탈 가능성이 존재하고 있다. 탄소 누출은 온실가스 규제 강화로 개별기업의 생산비용이 증가해 생산시설을 해외로 이전한다는 우려를 의미한다.

2014년 EU 기후변화총국에 따르면 EU ETS 제3기 동안 탄소 누출의 우려가 있는 175개 업종에 대해서만 대상 기간 동안 무상할당비율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일반산업분야에 대한 무상할당 방식은 2013년 80%에서 2020년 30%까지 축소한 이후 2027년에는 모든 산업이 유상할당 방식으로 전환될 예정이다.

배출권 할당에 있어 유상할당 방식이 확대될 경우 산업 경쟁력이 저하되는 산업에서 탄소 누출이 발생할 가능성이 존재하고 있다. 특히 탄소집약도가 높은 석유화학, 철강, 플라스틱 등 제조업의 생산량 감
소로 인한 해외 이전 사례가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공정하고 투명한 거래제 운영 필요

EU의 시행착오를 교훈 삼아 한국의 배출권거래시장이 조기에 안정적으로 정착되기 위한 과제가 도출됐다.

첫째, 공정하고 투명한 배출권거래제를 운영해야 한다. 배출권의 할당과 거래로 인해 소비자에게 비용 부담이 전가되지 않도록 하는 정책적 고려가 필요하다.

둘째, 저탄소 기술 개발 및 재생에너지 부문의 투자 확대가 필요하다. 저탄소 기술 개발에 대해 금융 및 세제지원 등 다양한 인센티브 제공을 통해 관련 분야의 투자를 촉진해야 한다.

특히 저탄소 기술 개발 및 제조 중소기업 육성, 대기업과 중소기업 연계를 통한 저탄소 기술 관련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노력이 중요하다.

EU의 NER 300과 같이 배출권 유상할당에 의한 경매 수익은 다시 저탄소 기술 개발 및 재생에너지 부문 육성을 위한 투자에 활용하는 등 규제와 투자의 선순환 연결고리가 마련돼야 한다.

셋째, 탄소금융상품 개발 및 관련 신산업 발전을 지원해야 한다. 배출권 가격 불안정성을 최소화하고 배출권거래시장 활성화를 위해 탄소배출권펀드 등 탄소금융상품 개발 및 사업 연계가 필요하다.

탄소산업과 금융산업을 연계할 수 있는 전문인력 양성 등 중장기적 차원에서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준 높은 전문인력을 양성해야 한다.

넷째, 탄소 누출 민감업종에 대한 대안이 필요하다. 배출권 유상할당 비율을 점진적으로 확대 시행할 경우 우리 경제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에너지다소비 산업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특히 탄소집약도가 높은 석유화학, 철강 등 제조업 부문의 해외 이전 방지를 위한 고려가 있어야 한다.

다섯째, 동북아 탄소시장의 허브로 도약할 수 있도록 제도 정비 노력이 필요하다. 현행법상 1∼2기에는 해외탄소시장과의 연계가 차단돼 있으나 3기가 시작하는 2021년 이후부터는 검토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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