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문승일 / 기초전력연구원장
[인터뷰] 문승일 / 기초전력연구원장
  • 송병훈 기자
  • hornet@energydaily.co.kr
  • 승인 2015.05.26 08: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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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新엔진, 전기보다 더 확실한 엔진 없어"
나주·제주분원 발걸음 시작, 에너지신산업 준비 박차
'전기통일' 준비 필요… 주변국 잇는 新경제벨트 형성

[에너지데일리 송병훈 기자] 1988년 4월19일 설립된 기초전력연구원은 전력산업분야에서 학문적 발전과 기술개발을 연결하는 구심체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올해 초 제10대 기초전력연구원장으로 부임한 문승일 원장은 창간 16주년을 맞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기초연구와 연구원의 중요성, 그리고 '전기를 통한 통일'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리고 현재 추진중인 에너지신산업의 비상을 역설했다.
문 원장은 "기초전력연구원의 기본 기능과 역할을 다시 찾고, 분원 활성화를 통해 에너지신산업의 매개체 역할을 충실히 해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문 원장은 이어 "전기를 통한 통일, 동북아 연계는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이 훨씬 많은 사안"이라며 "전기가 새로운 산업, 새로운 엔진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다음은 문 원장과의 일문일답 내용이다.


- 제10대 기초전력연구원장으로 부임하신지 2개월여가 흘렀다. 그동안의 소감과 느끼신 점을 말씀해 주신다면.

▲ 공식 부임은 2월 말이었지만, 사실상 대외적으로 알리게 된 것은 3월20일 비전선포식을 통해서였다. 비전선포식을 통해 전력산업계의 기초전력연구원에 대한 기대와 관심을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

당시 원장으로 취임하면서 세가지 비전을 제시했다. 먼저 기초전력연구원의 기본 기능과 역할을 다시 찾겠다고 공표했다. 이를 위해서는 과거 담당했던 전력산업기반기금 사업을 총괄 관리 기능을 어떤 형태로든 다시 회복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그 기능이 사라지고 나서 현재는 전력분야의 기초연구와 인력양성을 체계적으로 하고 있는 기관이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둘째로는 분원을 활성화 시킬 방침이다. 연구원이 넉넉한 상황은 아니지만 이 사업은 적극적으로 시행해 나갈 방침이다. 비전선포식 당시 나주분원과 제주분원 구상을 밝힌 바 있고, 나주분원(에너지밸리분원)은 이미 개원한 상태다. 한국전력을 중심으로 빛가람에너지밸리를 실리콘밸리보다 더 큰 밸리로 만들기 위해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이와 관련 지난 3월 에너지밸리센터 건립을 위해 5개 기관이 MOU를 맺은 바 있다. 나주분원은 에너지밸리의 기초연구와 인력양성, 비전제시 등에서 걸맞는 역할을 담당해 나갈 예정이다.

제주분원 역시 의미있는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이번 정부의 화두는 에너지신기술과 융합사업이라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전기차 사업만 하더라도 충전인프라 구축과 법·제도 개선 등이 시급하며, 이를 가장 빨리 실현할 수 있는 곳이 제주도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주의 에너지밸리에는 핵심기업들이 빨리 입주해 산업클러스터가 형성되고, 제주에는 전기차와 같은 에너지신기술 시장이 형성돼 서로 연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구상대로 내실을 다지며 진행된다면 우리나라 산업의 흐름을 변화시킬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본다.

그리고 통일을 준비하겠다는 방안도 피력했다. 현재 통일에 대한 구체적인 준비나 접촉을 하고 있는 사람이 없다고 보여진다. 전기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정부가 나설 수 없는 부분에, 아카데미 차원에서 처럼 기초전력연구원이 담당할 수 있는 방안이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정부에서 지원을 해준다면 정부예산으로, 그렇지 않다면 연구원 자체예산으로 역할을 해나갈 계획이다. 평양을 바로 갈 수는 없겠지만 북경이나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동북아와 연계, 북한의 교수들을 연사로 초청하는 포럼을 개최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정부가 밝힌 에너지신산업 6개 사업은 사실상 모두 전기분야다. 그리고 지난 정부의 스마트그리드사업의 연장이기도 하다. 스마트그리드를 예로 들면 10년 전 만해도 그런 용어 자체도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었다. 그런 연구에 연구비를 선뜻 지원할 수 있는 기관이 많지 않다. 이 역시 기초전력연구원이 필요한 부분이다. ESS도 마찬가지이고, 지금부터 그러한 준비를 하지 않으면 10년 후에는 이러한 연구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없게 될 수도 있다. 기초연구비는 큰 금액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이에 대해 관계자들의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기초전력연구원의 원장님으로 부임하신 이후 여러 행보에서 ‘전기를 통한 통일’에 대한 관심을 읽을 수 있다. 이에 대한 의미를 밝혀주신다면.

▲ 사실 '전기통일'이란 전기계에 몸담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으로 생각한다. '전기통일'에 대해 직접적인 의견표명을 하게 된 것은 과거 DJ정부 시절 50만kW의 전력을 북한에 보내자는 의견이 대두되면서부터라고 할 수 있다. 그 당시 개인적으로는 여기에 찬성할 수 없었고, 이같은 의견을 신문에 기고한 바 있다. 전기라는 게 그냥 연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북한의 전력시스템이 우리의 전력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하는데 당시 북한의 시스템으로서는 불가능한 상황으로 판단됐다. 따라서 남북 모두 전기연결과 운송이 가능해지도록 기술적 준비를 하자고 주장했던 것이다. 요즘 용어로 말하면 에너지신산업과 신기술을 키우자는 얘기와 상통한다고 본다.

당시 구체적으로 적시를 했던 것 중 하나가 HVDC 기술이다. 100만~200만kW 북한에 전력을 보내려면 제어할 수 있게 해줘서 보내야만 의미가 있는 것이지, 우리쪽 전력이 남는다고 보내는 것이 아니다. 그 당시 기술개발 부분에 있어서는 소홀히 했던 것이 사실이고, 지금도 그 당시에 비해서 나아지기는 했지만 원하는 만큼은 발전했다고 보기 어렵다. 전기가 공급되지 않고서는 북한을 통일무드로 끌어들일 수 없다. 전기의 연결이 통일이 구체화되는 순간 제일 먼저 테이블에 올라가야 한다.

그리고 현재 우리의 전력망을 그대로 북한에 보내는 계획도 반대하는 입장이다. 북한에서 그것을 구현하는 데에만 수십년은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마이크로그리드, 에너지자립섬과 같은 신기술이 북한에 적용되는데 적절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북한의 전력망은 계통이 아니라 지역별로 연결돼 있는 형태라고 본다. 전압과 주파수도 우리와는 차이가 있다고 여겨진다. 우리가 북한에 전기를 공급한다면 일부는 북쪽에서 HVDC 같은 신기술을 통해서, 원산이나 평양같은 곳은 지역별로 공급을 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지역별 마이크로그리드, 셀이 몇개씩 생기고 그 다음 연결이 이루어지는, 이러한 기술적인 방법들은 전기 전문가가 아니면 깊이 알 수가 없다. 따라서 정부가 전기통일을 계획할 때는 초창기부터 전기 전문가가 반드시 참여를 해야 한다. 그렇게 되지 않는다면 시간과 비용, 신뢰까지 낭비하는 결과가 초래될 가능성이 크다.


- 올해 기초전력연구원이 추진할 주요 사업을 소개해 주신다면.

▲ 첫번째는 앞서 언급했던 2개 분원 설립을 들 수 있다. 이미 설립된 나주분원의 경우 채용도 더 할 계획이다. 관련 MOU를 체결한 5개 기관이 수시로 의견을 조율하고 공동이용시설과 공동설비를 구축할 예정이다. 향후 입주하게 되는 대기업 및 중소기업의 기초연구와 전력공기업의 사업 중 펀더멘탈을 나주분원이 담당하게 될 것이다. 나주분원이 그 구상처럼 그 역할을 한다면 서울의 본원을 책임져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나주시도 기초전력연구원에 거는 기대가 크다.

이달 말 설립될 예정인 제주분원은 앞서 말한 전기차, 그리고 제주도의 교통망을 새로운 망으로 바꾸는 사업을 담당해 나갈 예정이다. 개인적으로는 이를 New Grid라고 표현한다. 제주도의 '탄소중립 섬(Carbon Free Island)' 프로젝트도 수년 전부터 주장했던 내용이다. 특히 장기적으로는 전기차의 인증기관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며, 그 역할을 기초전력연구원에서 담당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또한 역시 통일준비 역할이다. 전기는 한반도를 둘러싼 일본과 러시아, 중국을 참여시킬 수 있는 중요한 카드라고 여겨진다. 일본과는 실제 몇몇 경로를 통해 접촉을 진행하고 있다. 일본과의 전력망 연계는 할 수만 있다면 지금부터 해도 우리는 손해 볼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전기는 꼭 남아서만 파는 것이 아니다. 제어만 제대로 한다면 우리에게 훨씬 유리하다.

에너지신산업은 4개의 축으로 추진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그 첫번째는 시장을 만드는 것, 두번째는 실증, 세번째는 인력양성, 그리고 마지막으로 법과 제도를 바꾸는 것이다. ESS, 에너지자립섬 등 에너지신산업은 기대 이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보여진다.

하지만 그것을 넘어서는 무언가를 만들어줘야 한다. 현재 프로젝트베이스의 형태로 진행되고 있는 에너지신산업의 틀을  만들어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법체계의 혁신이 필요하다고 보여진다. 현재의 법체계는 100년 전의 기술을 전제로 만들어진 것이다. 여기에는 여야가 없을 것이다. 큰 그림에서 국회와 정부와 산업계의 깊은 논의가 필요할 것이다.

- 독자 및 관계자분들에게 당부말씀이 있으시다면.

▲ 세상이 바뀌고 있다. 바뀌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 순간 변화를 받아들일 수 없다. 이 변화가 판을 키워나가는 변화라면, 전기를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빠르게 인정하고 동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리나라는 좁은 국토 내에서 에너지 다소비 산업의 리드 아래 급격한 성장을 거듭해 왔다. 그러나 앞으로는 힘들다. 원전, 송전선로를 계속 신규 건설하기도 힘들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에너지신기술을 얘기하면 항상 경제성 문제를 얘기한다. 하지만 경제성 논리에 우리가 매몰돼 있을 필요는 없고, 경제성은 여러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

또한 한국전력과 같은 공기업에 새로운 역할을 부여해 주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전력산업이 갖고 있는 포텐셜을 국가가 잘 활용해야 한다. 전기가 새로운 산업, 새로운 엔진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대한민국이 새로운 엔진을 키워나가야 하는데 전기보다 더 확실한 엔진은 없으며, 그동안 준비도 많이 돼 있다고 본다.

그리고 통일과 관련 전력망 연계는 남북만으로는 의미가 없다. 중국과 러시아까지 연결돼야 한다. 함께 가야 우리가 생각하는 북한의 전력망 문제가 자연스럽게 해결되고 잃는 것보다 얻는 것이 훨씬 많다. 동북아의 새로운 경제벨트가 형성되는 것을 상상해보면 된다. 북한과 러시아를 연결하면 유럽과도 연결이 되고 세계가 연결이 된다. 이제는 100년 동안 기다렸던 변화가 시작되고 있고, 앞으로의 100년을 전기가 더 많은 것을 바꿔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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