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한화-삼성 '빅딜'… 주유업계 '비상'
[기획] 한화-삼성 '빅딜'… 주유업계 '비상'
  • 이진수 기자
  • 1004@energydaily.co.kr
  • 승인 2015.05.26 09: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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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토탈로 탈바꿈, 주유소 사업 진출 최대 관심사
19조원대 석화사업… 노조반발 등 문제 해결도 남아

 
[에너지데일리 이진수 기자] 한화와 삼성토탈의 인수 합병이 5개월만에 마무리됐다. 이른바 '빅딜'이라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회사명은 한화토탈로 변경됐다. 하지만 노조의 반발 등 문제는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한화 기업으로 탄생하기에는 아직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럼에도 한화토탈이 출범하면서 주유소 사업진출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면서 향후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화 “국내 1위 석유화학 사업 세계 톱 5 성장" 포석

삼성종합화학과 삼성토탈은 최근에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한화종합화학'과 '한화토탈'로 변경하기로 결정했다. 한화그룹은 삼성 측에 3년에 걸쳐 납부하기로 했던 유화부문 전체 인수대금 1조600억원 중 1차분인 4124억원을 지급했다.

이로써 한화그룹은 삼성물산, 삼성SDI 등 삼성그룹 계열사의 삼성종합화학 지분 57.6%(자사주 제외)와 삼성종합화학의 삼성토탈 지분 50%를 인수했다.

삼성그룹과 한화그룹은 지난해 11월 삼성전자가 보유한 삼성테크윈 지분 32.4%와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등이 보유한 삼성종합화학 지분 57.6% 등 삼성토탈과 삼성탈레스를 포함한 화학과 방위사업을 (주)한화와 한화케미칼 및 한화에너지에 총 1조9000억원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한화그룹은 이번 빅딜로 인해 석유화학 부문 규모가 2배 이상 상승했다. 삼성종합화학과 삼성토탈의 지난해 매출은 각각 1조8956억원과 8조7910억원이다.

한화그룹의 지난해 석유화학 사업 부문 매출은 8조6000억원이였다. 매출 10조원이 넘는 두 회사를 인수하면서 석유화학 사업 부문은 19조원대까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석유화학 기초 원료 에틸렌 생산규모는 세계 9위 수준인 291만톤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한화그룹은 “국내 1위인 석유화학 사업을 세계 톱 5로 성장시키기 위해 지원과 투자를 아끼지 않을 것”이라면서 “양사 직원들의 고용보장, 처우 유지 등 독립적인 경영도 보장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양측은 이 과정에서 매각을 반대하는 계열사들의 반발 및 매각에 따른 위로금 등 최종 계약을 앞두고 진통을 겪었지만, 위로금 지급 등에 합의하면서 5개월만에 M&A를 마무리하게 됐다.

하지만 비노조원으로 구성된 삼성토탈 비상대책위만 이를 수용한 상황이고, 아직까지 양사 노조의 협상이 남아 6월까지 마무리한다는 한화그룹의 계획에는 차질이 생길 수 있다.

 
▲ 정유시장 진출 가능 할까… 알뜰주유소 시장 공급 능력 충분

한화그룹이 한화토탈을 앞세워 16년만에 정유업계로 진출 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 정부가 2016년까지 알뜰주유소 민영화를 위해 준비하고 있는 ‘알뜰주유소 자립화’가 한화그룹으로서는 정유업계에 진출 할 수 있는 최적의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화토탈은 석유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삼성토탈 시절에 한국석유공사가 단독 주관한 2부 시장에서 휘발유와 경유 공급권을 모두 따냈다.

삼성토탈은 석유공사에 2012년부터 알뜰주유소에 월 3만5000배럴의 휘발유를 공급하기 시작, 2013년 10월까지 삼성토탈에서 반제품휘발유 총 2억1330만리터를 공급했다. 이후 석유공사는 품질보정 후 2억2017만리터를 전국 알뜰주유소에 공급했다.

삼성토탈은 경유생산을 위해 2조원대의 대규모 설비시설을 증설을 추진했다. 제2 파라자일렌 공장이 가동되면서 휘발유·항공유·연료유 이외에 경유까지 생산이 가능해졌다. 제2공장 가동되면서 연간 500만배럴의 휘발유와 700만배럴의 경유를 생산하고 있다.

한화는 1969년 경인에너지개발을 설립해 정유 및 주유소 사업을 했다. 1999년 외환위기 여파로 현대오일뱅크에 공장과 영업망을 매각하면서 사라졌지만, 한 때 1000여곳이 넘는 주유소를 운영했었다.

한화토탈 및 업계에 따르면 한화토탈(옛 삼성토탈)은 연간 기준으로 항공유 190만t, 휘발유 50만t, 경유 100만t, LPG 48만t의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다. 배럴로 환산하면 휘발유 약 430만배럴, 경유 약 800만배럴이다. 한화토탈의 지난해 매출 8조7914억원 중 에너지부문 비중은 26.4%(2조3222억원)다.

그동안 삼성토탈이 석유제품 공급 능력을 갖추고 있으면서 주유소 사업에 뛰어들지 않은 이유는 인프라 및 운영경험 부족과 포화상태에 처한 시장 상황 때문에 삼성그룹에서 진출을 막았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한화그룹으로 인수되면서 경험부족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 또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알뜰주유소 자립화가 이르면 내년에 이뤄질 예정이어서 인프라 투자에 대한 고민을 한번에 해결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현재 포화상태에 있는 주유소 시장 상황이 주유업계 복귀를 망설이게 하는 유일한 이유지만, 전국 주유소 갯수는 2010년 1만3000개로 정점을 찍은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등 점차 안정화되고 있다.

하지만 기존 정유사들과 경쟁하기엔 규모가 작다는 단점도 있다. 국내 정유사 중 설비 규모가 가장 큰 SK이노베이션은 원유를 정제해 하루 111만5000배럴의 석유제품 생산이 가능하다. 이는 한화토탈의 7.4배 수준이다.

GS칼텍스와 에쓰오일은 각각 78만5000배럴, 66만9000배럴을 생산할 수 있다. 정유사업 규모가 가장 작은 현대오일뱅크도 일일 생산량이 39만 배럴 수준이어서 한화토탈의 2배 이상 차이를 보이고 있다.

유통·영업망 등 인프라 구축의 어려움은 알뜰주유소 자립화를 통해 일시에 해결 가능하다. 알뜰주유소는 이르면 2016년 민영화가 이루어질 수 있다. 정부는 지난 2013년 12월 알뜰주유소 자립화 계획을 발표한 이후 내년을 목표시점으로 삼아 구체적인 방안을 검토중이다.

알뜰주유소 자립화 계획이 처음 발표됐을 당시 삼성토탈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됐었다. 현재 전국 알뜰주유소는 1136개다. 당시 1000여개 주유소를 운영하면서 한화그룹 계열사로 성장·발전해오다 2006년 계열 분리한 석유유통 대리점 동일석유는 주유소 사업에 진출할 수 있는 요건을 갖추고 있다.

동일석유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누나 김영혜 씨와 김 회장의 세 아들이 지분 100%를 나눠갖고 있다. 수도권과 충청 지역을 중심으로 37개의 직영주유소 및 충전소를 운영하면서 70여개 자영주유소 및 다수의 산업체에 석유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 규모는 4496억원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가능하면 민간영역에서 서로 경쟁하도록 만들어 시장기능을 활성화하는 쪽으로 구체적인 방안이 검토될 것”이라며 “다만 지금과 같은 공동구매 형태는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 정유시장 진출보다는 현 수준 유지 전망 우세

지난해 국내 정유사들은 원유가격 하락으로 사상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다. 특히 각 사의 주력인 정유사업에서 대규모 손실을 보였다. 지난해 초부터 정제마진이 크게 악화된 가운데 연말에는 국제유가가 급락해 대규모 재고손실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올 1분기에는 유가 급락에 따른 석유제품 수요가 늘어 정제마진이 다소 개선됐다. 이에 힘입어 정유사들이 흑자전환에 성공했고, 당분간 현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정유사들은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한화가 정제설비를 증설하고, 고도화시설을 갖추려면 천문학적인 자금이 필요하다. 잔사유고도화 콤플렉스(RUC)와 올레핀다운스트림 콤플렉스(ODC)를 준비하고 있는 에쓰오일의 경우 예상 투자액이 5조원에 달한다.

따라서 정유업계에선 한화토탈이 대규모 투자를 통해 정유사업에 진출하기보단 현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대내·외 정제설비 보수가 예정돼있고, 유가 급락에 따른 일시적 수요 증가로 마진이 개선됐다"며 "하지만 국내에서 문 닫는 주유소가 늘어나는 등 시장 상황은 여전히 좋지 않아 한화토탈이 대규모 자금을 투자해 정유사업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화 관계자는 "석유제품 매출이 늘어 주력 사업의 일부로 키우는 것은 맞다"면서도 "정유사업을 본격화하는데 준비하는 시간과 비용이 커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사업 방향이 확정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정유업계에서는 한화그룹이 당장 논란의 대상이 되면서 뛰어들지는 않을 것으로 예측하면서도, 주유소 사업에 틈새시장이 있다고 판단한다면 내년쯤 참여 결정을 내릴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화토탈 관계자는 "신규사업 진출에 대한 사항은 새 경영진이 결정할 사항"이라며 "현재 알뜰주유소 공급 사업과 해외 수출 물량이 정해져 있어 당분간은 계획에 따라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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