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지속가능한 에너지 정책 제언’ 좌담회
[기획] ‘지속가능한 에너지 정책 제언’ 좌담회
  • 송병훈 기자
  • hornet@energydaily.co.kr
  • 승인 2015.07.23 15: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원자력 정책, ‘안전’과 ‘안심’ 구분 접근해야"
원자력발전 미래·역할 재조명 어느때보다 필요한 시점
원자력, 부정적·위험한 요소도 충분한 정보 제공 필요

[에너지데일리 송병훈 기자] 에너지 미래에 대해 논의하는 민간 전문가 그룹 '원자력에너지미래포럼'이 출범했다. 원자력에너지미래포럼은 원자력을 비롯한 에너지 문제에 대해 민간 중심의 깊이 있는 토론과 숙의를 통해 폭넓은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고 한국원자력문화재단(이사장 김호성)은 설명한다.
포럼에는 김진우 연세대학교 특임교수, 윤원철 한양대학교 경제금융학부 교수, 윤재영 한국전기연구원 책임연구원 등 10명의 전문가가 참여하고 있으며, 향후 논의과정에서 필요한 분야 전문가를 추가로 위촉될 예정이다.
23일 출범식과 함께 첫번째로 진행된 ‘지속가능한 에너지 정책을 위한 제언’ 좌담회의 주요 내용을 담았다.

 
김복철 지질자원연구원 국토지질연구본부장 = 그동안 정부에서는 각 부문별 목표를 설정하고 정부 주도의 지속가능한 에너지정책을 추진해 왔으나 아직 국제적인 수준에 비해 그 성과가 미미한 것이 사실이다.

‘지속가능한 에너지정책’에서는 무엇보다도 기후변화 대응 측면이 강조돼야 한다. 최근 후쿠시마 원전사고 등의 여파로 원자력발전에 대한 국민들의 뿌리 깊은 불신 등을 감안할 때 원자력발전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나 두려움을 불식시키고 이의 사회적 수용성을 높이는 과정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다. 특히 기후변화의 대응수단으로서 2020년 이후 이산화탄소 감축목표를 실질적으로 이행해야 하는 여건에서 우리나라의 주요 전력공급원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원자력발전의 미래와 그 역할에 대한 재조명이 다른 어느 때 보다도 필요한 시점이다.

김현진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 = 현재 에너지의 세계는 양적 측면의 도전과 질적 측면의 도전을 받고 있다.

양적 측면의 도전은 우리 인류가 사용할 수 있는 화석연료라는 것이 근본적으로 지속가능하지 않은 에너지원이라는 점에서 항상 존재해 온 문제였다. 다만 최근 셰일가스 개발 등으로 어느 정도 시간벌기에 성공한 측면이 있고, 이로 인해 상대적으로 양적 위기에 대한 불안감은 완화돼다고 볼 수 있다.

질적 측면의 도전은 우리 인류가 에너지를 확보하되, 지구환경에 유해하지 않는, 깨끗한 에너지를 구해야만 한다는 도전 과제를 주고 있다. 특히 화석연료의 연소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로 인해 지구온난화가 가속화되는 상황 속에서 화석연료의 사용을 줄이고, 온실가스를 덜 발생하는 깨끗한 에너지로의 전환이 지속가능한 에너지 정책의 최대 과제가 되고 있다.

따라서 지속가능한 에너지 정책에 대한 논의는 두 가지 조건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에너지에 대한 논의가 돼야 할 것이다. 어떻게 하면 합리적인 가격의 에너지를 지속적으로 확보할 수 있을까, 그리고 어떻게 해야 질적으로도 지구환경에 유해하지 않은 깨끗한 에너지를 확보할 수 있을까, 이 두 가지를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방향이 돼야 한다.

빠르게 다가오는 온실가스 감축 시대에 지속가능한 에너지 정책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와 같은 틀 속에서 원자력 에너지 미래 포럼이 지속가능한 에너지원으로서의 원자력의 가능성과 한계, 보완 및 개선책 등을 논의하고 국민과 소통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을 기대한다.

이와 함께 사고의 영향이 너무 크다는 점, 원자력 운용에 대한 불신, 정보 및 인식 부족에서 오는 오해 등으로 인해 불신의 대상이 되고 있기도 한 원자력에 대해 원자력의 두 얼굴,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을 객관적으로 살펴봐야 한다.

심준섭 중앙대학교 공공인재학부 교수 = 정부의 원자력 정책은 무엇보다 ‘안전’과 ‘안심’을 구분해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안전은 과학적, 기술공학적 안전성을 의미하는 반면 안심은 주관적, 심리적 믿음 또는 신뢰 상태를 나타낸다. 성공적인 원자력 정책은 안전과 안심 모두를 필수적인 전제 조건으로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국내 원자력 정책은 대부분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원자력 관련 시설의 안전성을 확보하는 데만 초점을 맞춤으로써, 상대적으로 어떻게 일반 대중들을 안심시킬 것인가의 문제에는 소홀히 한 측면이 있다. 정부는 전문가들을 앞세워 과학적이고 전문적인 용어들을 사용해가면서 국내 원자력 관련 시설의 안전성을 역설했지만, 정작 국민의 눈높이에서 국민들을 안심시키기 위한 노력은 매우 부족했다. 한 마디로 정부와 국민 간의 위험 커뮤니케이션(risk communication)이 매우 미흡했던 것이다.

원자력의 위험성과 편익에 대한 실체적 지식이 부족한 상황에서, 사람들은 원자력에 대한 일반적인 수준의 믿음과 가치를 형성하게 마련이다. 대중들은 정부와 원전 운영기관의 원자력 관리 능력이 미흡하거나, 정책결정 과정이 폐쇄적이며 공정하지 못하거나, 또는 정부가 자신들과 가치를 공유하고 있지 않다고 느끼게 되면 정부의 원자력 정책을 신뢰하지 않게 된다. 일반 대중들이 원자력 정책을 신뢰하지 않는 한 원자력의 위험성에 대한 어떤 과학적 접근과 설명도 대중들의 두려움을 쉽게 진정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다. 더욱이 신뢰 기반이 공고하지 않은 상태에서 원자력의 사회적 수용성을 제고하려는 노력들이 성공을 거두기는 어렵다. 원자력에 대한 사회적 ‘안심’은 원자력 정책의 미래를 결정하는 가장 핵심적인 토양이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에너지정책학과 교수 = 선진국에만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지우는 교토의정서의 기한은 2020년이다. 2020년이 지나면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가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져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전력시장은 연료비가 가장 저렴한 발전기를 돌리는 경제급전 방식의 변동비 반영시장(CBP)을 채택하고 있어, 연료비가 싼 유연탄 발전기 대신 더 비싼 LNG 발전기를 가동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발전부문의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전력시장제도 자체의 변화가 불가피하다.

다만 석탄발전을 LNG 발전으로 대체할 경우 전기요금이 오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전기요금 고지서에 각종 정책비용의 항목별로 값을 자세하게 제시하는 등 소비자들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면서 소비자 단체와 연계해 국민들을 설득, 수용성을 제고하는 과정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윤원철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 원자력에 대한 사회적 수용성 제고의 대상은 원자력에 대한 적극적 지지나 우호적인 입장을 보이는 계층이 아니라, 부정적 혹은 적극적 반대 입장을 보이는 계층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사회적 수용성 제고의 핵심은 단순히 원자력에 대한 홍보가 아니라 원자력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필요성을 제대로 알리는 데 있다. 이를 위해, 원자력의 긍정적 측면 이외에도 부정적이고 위험한 요소까지도 충분한 정보가 제공될 필요가 있다.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참여를 통한 공론화는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으며, 충분한 논의를 거쳐 국민적 공감대를 확산하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할 것이다. 해외 사례처럼 원전 정책과 비중을 결정하는 데 있어 국민투표 결과를 참조하는 방안도 고려돼야 한다고 본다.

국민경제와 산업발전 측면에서의 원자력 육성은 분명 필요하지만 사회적 합의가 도출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추진 동력을 얻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해외에서 원전 건설이나 운영 및 유지보수 용역 수주는 상대적으로 국내 여론과 무관하게 추진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적극적인 추진이 필요하다.

이태준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 앞으로 원자력계가 지속가능한 원자력에너지 정책 프로세스를 위해 갖추어야 할 소통 패러다임은 첫째, 원자력에너지에 대한 사회적 공론화와 논의 과정에서 과학적 정보나 전문가 중심의 담론을 일방적으로 제공하는 데 천착하기보다, 원자력 리터러시가 부족한 일반 국민들이 이해하기 쉽고 흥미롭게 다가설 수 있는 시민참여형 프로세스로 변화돼야 한다.

둘째, 원자력에너지에 대한 비합리적·감정적 판단과 자기발견적·임기응변적 선택행위를 예방하고 처방하기 위해 원자력에너지 정책분야에서 손실을 크게 발생시켰던 대표적인 판단의 오류와 편향된 인식을 유형별로 정리하고 이에 대응 가능한 선택설계안을 개발할 것을 제안한다.

끝으로, 원자력계의 신뢰제고를 위한 투명성 높은 원자력에너지 소통 프로세스를 확립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정책대상자들이 원자력에너지 공론화에 참여하고 진정성 있는 소통에 임하도록 하는 첩경은 원자력계의 신뢰회복 여부에 달려있다.

정주용 한국교통대학교 행정정보학과 교수 = 현재 우리나라의 에너지 수급상황은 수요는 급증하고, 공급에는 별다른 대안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과거와 별다른 차이가 없는 듯하다. 현재의 상황을 보자면 원자력이 미래에도 우리의 중추적인 에너지원으로 활용될 수 있을지 미지수다. 기술적인 문제를 차치하고라도 사회적 합의가 또 다른 변수로 부상할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따라서 공급측면에만 몰두하고 있는 현재의 에너지 정책은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에너지 소비구조에 대한 적절한 대안을 갖고 생산과 연계해야 한다고 본다. 특히 화석연료와 원자력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아직도 공급구조를 다변화시키지 못하고 있다. 효율성이 담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섣불리 대안에너지 공급을 늘리겠다는 정책은 공염불일 가능성이 높다.

정부의 정책결정은 너무 느리고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다. 얼마 전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의 활동이 마무리돼 곧바로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이 공표될 것으로 믿고 있지만 그동안의 상황으로 볼 때 기대가 크지 않다. 우리가 분석하고, 풀어가야 할 문제의 핵심은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명칭 : (주)에너지데일리
  • (우)07220 서울 영등포구 당산로38길 13-7 주영빌딩 302호
  • 대표전화 : 02-2068-4573
  • 팩스 : 02-2068-457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병훈
  • 제호 : 에너지데일리
  • 신문등록번호 : 서울 다 06719
  • 등록일 : 1999-07-29
  • 인터넷등록번호 : 서울 아 01975
  • 등록일 : 2012-02-16
  • 발행일 : 1999-09-20
  • 발행인 : 양미애
  • 편집인 : 조남준
  • 에너지데일리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에너지데일리.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energydaily.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