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칼럼] 원전, 국민 정밀점검에 합격하라
[E·D칼럼] 원전, 국민 정밀점검에 합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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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10.15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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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균렬 /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중국이 2030년 세계 최대 원자력 강국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중국 정부가 내년부터 다시 시작되는 5개년 계획에서 원전을 매년 7기정도 신설한다는 방침을 굳혔다고 한다. 중국은 자체개발한 신형원전을 도입해 2030년까지 종주국인 미국까지 제치겠다는 것이다.

중국 원자력은 미국, 프랑스, 일본, 러시아에 이어 한국을 제치고 세계 5위. 2020년에는 50기를 넘어서며 프랑스와 나란해지며 2030년에는 100기 이상으로 미국을 따라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원전은 현재 25기가 가동, 26기가 건설 중이다. 2011년 후쿠시마 사고 이후 원칙적으로 동결해왔던 기존방침을 바꾸고 신규건설에 다시 뛰어든 것이다.

세계 최대인 중국 인구가 2030년 14억이라면 원전을 100기로 잡더라도 국민 1인당 원전은 1000만 명당 1기를 밑돌지만, 한국은 현재 인구 5000만에 원전 24기가 가동 중이니 200만 명당 1기에 가깝다. 5배가 넘는 것. 국토 면적으로 따지더라도 중국이 1000만, 한국은 10만 제곱킬로미터이니 100배 넓은 중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우리가 훨씬 더 많다.

게다가 고리와 신고리 본부 30 킬로미터 안에는 340만 명이 살고 있고 세계적으로 원전과 인구밀도가 높다. 그런가하면 월성과 한울본부가 있는 경북엔 국내 원전의 절반이 가동 중이다. 전남에 자리한 한빛원전은 만일의 사고 시 방사성물질이 국내를 지나가게 되는 유일한 곳으로, 전국적으로 가장 큰 위험요소를 안고 있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원전안전과 민간방재 전담조직을 강화하고 지방과 힘을 합쳐야 할 것이다.

체르노빌 사고는 원전에 전원이 끊겼을 때 비상 디젤발전기가 작동하기까지 걸리는 1분을 줄이기 위한 실험을 하던 중 대형사고가 일어나고 말았다. 모든 원전은 사고에 대비해 겹겹의 방호벽을 두고 있지만, 이는 예측 가능한 각본에 국한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사고는 불행히도 인간의 예측가능 범위를 벗어나 일어나곤 한다.

기술은 수학으로 태어나 과학으로 영글고 공학으로 만들어진다. 수학에서는 완벽했더라도 과학을 거쳐 공학에 이를 무렵엔 오류가 들어갈 수 있다. 초기상태와 운전환경을 예측하는 것도, 고장빈도와 사고결말을 판단하는 것도 결국엔 인간이다. 당연히 계산실수나 조작오류가 들어갈 수 있고, 의사결정 시 非과학이 스며들 수 있다. 문제는 공학은 실수나 오류 앞에선 무력화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폭스바겐은 배기기체 소프트웨어 조작으로 인해 시험 중 부정확한 배출기체 수치가 나와 도로운행 시엔 허용기준을 넘겼다고 한다. 이에 폭스바겐과 아우디는 배기기체 연비조작 소프트웨어를 제거해도 성능에 지장이 없는 신기술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문제가 된 차량에 장착된 촉매장치는 연료손실과 연비감소라는 단점을 갖고 있다. 이 방식은 질산화물을 모았다가 연소시키는 형태로 배기기체를 줄이는데 이 과정에서 연료가 닳아진다. 높은 연비를 자랑해온 폭스바겐에 이는 치명적이었다. 배기기체를 줄이려다 연비가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지금 사태를 일으키도록 경영진과 기술자들을 유혹했다.

그러나 비싸지더라도 강화되는 환경규제를 통과하려면 신기술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 실제 환경부는 디젤 차량에 대한 규제를 2년 뒤 강화한다. 질소산화물 허용치를 내리고 이를 차량출고 전 시험하는 방식에서 실제 주행과정에서 나오는 배기기체를 점검해 더욱 까다로워진다.

원전도 마찬가지. 운영허가 만료를 앞두고 있는 모든 원전에 대해 그간 운전이력을 꼼꼼히 살피고, 인적실수나 계측오류 등 현장기록도 샅샅이 뒤져야 한다. 행여나 경영진을 흐리게 한 의사결정은 없었는지, 기술진을 따돌리는 공학판단은 없었는지, 전문가마저 놓쳤던 사각지대는 없었는지, 일반인에게 가려졌던 고장사례는 없었는지 되돌아보자. 이제 원전도 당국의 탁상 문서검토가 아닌 국민의 현장 정밀점검에 합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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