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전력저장이 미래 에너지시장을 바꾼다
[기획]전력저장이 미래 에너지시장을 바꾼다
  • 변국영 기자
  • bgy68@energydaily.co.kr
  • 승인 2015.11.06 11: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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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저장 통해 비용 절감… 에너지 생산 참여하는 능동적 소비자 탄생

<LG전자의 ESS 시험설비>
 
[에너지데일리 변국영 기자] LG경제연구원은 최근 ‘배터리가 에너지 시장 바꾼다’는 제목의 보고서를 내놨다. 전기자동차의 핵심인 리튬이온 전지부터 전력저장에 이르기까지 배터리가 에너지시장을 바꿀 수 있는 가능성은 높다. 그런 이유로 배터리에 대한 관심은 물론 많은 기업들이 배터리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과연 배터리가 에너지시장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지 전력시장을 중심으로 보고서 내용을 정리한다

■미래 전력망, 친환경적으로 변화

전력저장은 미래 전력망과 전력소비 환경을 친환경적이고 효율적으로 변화시키는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전력저장을 이용해 전력망의 품질을 높이고 피크발전량을 줄일 수 있다. 이를 통해 전력의 공급 안정성과 전력생산 단가 하락을 기대할 수 있다.

태양광이나 풍력과 같은 신재생에너지원의 불안정한 전력 품질을 안정시킴으로써 신재생에너지 발전원 확대의 촉매 역할도 할 수 있다.

또한 전력저장은 지역 분산형 마이크로 그리드의 확산도 가속시킬 것이다. 저장 단가가 싸질수록 다양한 발전원과의 조합이나 보다 작은 규모의 마이크로 그리드 구축이 수월해져 전력 공급의 효율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전력 사용자의 입장에서는 수급 환경의 변화와 무관하게 편리하고 안정적으로 전력을 소비하거나 에너지 비용을 절감하는 데도 전력저장은 유용하다. 나아가 소비자의 전력 생산 참여나 에너지 자립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전력저장이 확대되면 다양한 전력거래 시장을 활성화시킬 뿐 아니라 전력 서비스 산업의 구조개편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전력저장 단가의 하락에 따른 전력저장 시장의 급성장은 피크전력 생산 수요의 감소와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통해 신규 대형 화력이나 원자력 발전 수요를 제약하는 요인이 될 것이다. 전기차의 보급이 늘어나면서 화석연료의 수급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전력저장의 영향은 전력저장 단가 이외에도 전력 가격 구조나 체계, 정책적 지원, 경제 사회적인 여건 등 에 따라 지역별로 상이하게 펼쳐질 것이다. 전력망이 고도화된 지역에서는 전력저장이 수급 전체의 효율화 및 지능화와 맞물리면서 관련 제품 및 서비스 시장이 성장할 것이다. 전력 시스템이 구축 중인 신흥국의 경우 친환경적인 분산형과 중앙집중형이 적절하게 공존하며 이와 관련한 사업 기회들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다.

 ■전력저장은 에너지수급의 오랜 숙원

에너지산업에서 저장이 주목을 받고 있다. 에너지, 특히 전기의 편리하고 저렴한 저장은 에너지 수급에 있어 오랜 숙원이었다. 그동안 전기는 한번 만들어지면 바로 소비되고 사라지는 에너지였다. 상당히 많은 전기가 소비되지 않고 버려졌다. 주요국에서 생산한 전기의 8∼13%가 송배전에서 손실되거나 사용되지 않고 버려진다.

비록 저장에 대한 니즈가 높아 양수 발전, 커패시터, 전지 등 다양한 방법들이 시도돼 왔지만 쉽게 접할 수 있는 장치나 시스템은 부족했다.

공기압축 저장, Flow 전지 등을 비롯해 다양한 혁신적인 전지 유형들이 개발 중이거나 상업화를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에너지 밀도와 충방전 특성 등 성능 측면이나 시장을 고려 할 때 현재로서는 리튬이온 전지를 중심으로 한 전지가 유력한 후보다.

얼마 전 까지만 해도 기대에 부응하는 값싸고 안전하면서도 성능이 좋은 저장장치는 찾아보기 힘들었지만 휴대용 전자기기가 발달하고 전기차가 시장에 본격적으로 나오면서 상황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전지가격의 가파른 하락

최근 들어 리튬이온 전지를 중심으로 한 전력저장이 빠르게 확산될 조짐이다. 전력저장 장치의 가격이 급속히 떨어지고 있으며 새로운 대형 시장도 열리기 시작했고 기업들의 참여와 투자로 생산 규모 또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전력저장 산업이 성장의 선순환 고리에 접어들기 시작했다는 평가다.

전력저장의 상용화 측면에서 최대 걸림돌은 전지의 높은 가격이었다. 전력저장을 통한 전력 공급의 경제성을 확보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최근 전지의 가격이 빠른 속도로 하락하고 있어 상황은 달라지고 있다.

2005년 kWh당 1500 달러를 상회하던 전기차용 전지 가격이 이제는 300∼400 달러 수준으로 하락했다. 2020년대 kWh당 100 달러 시대도 충분히 가능하리라는 전망이다.

전지의 가격 하락은 MWh급 이상의 대용량 저장에 대한 전력회사들의 수요와 수십 kWh 이상의 전지를 실은 하이브리드 자동차, 그리고 전기차의 성장에 힘입은 바 크다.

또한 태양광이나 풍력을 이용한 발전의 효율과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저장 장치가 필수적이다. 거꾸로 저장이 태양광이나 풍력 발전의 확산을 가속한다. 전력망용뿐 아니라 가정이나 빌딩용 저장 수요도 본격적으로 가세하고 있다.

시장 조사 기관인 SNE리서치 자료에 따르면 2015년 19억 달러(0.4GW)에 불과한 리튬이온 전지 기반의 전력저장 시장이 5년 뒤에는 5배 이상 증가한 107억 달러 (4.6GW) 규모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 6월 독일에서 열린 세계 최대 태양광 산업 관련 전시회인 인터솔라에서도 태양광 패널 못지않게 전력저장이 큰 관심거리였다. 전지 기업은 물론 전력 설비, 심지어는 자동차 기업들까지 전력저장 시스템을 선보였다.

전력저장이 확산되면 과연 무엇이 달라질까. 전기를 생산, 수송하며 거래하는 것은 물론 소비하는 데에 이르기까지 적잖은 변화가 예측된다. 심지어는 이동형 전력 저장 장치인 전기차도 전력의 수급과 일상생활의 변화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전력저장 통해 안정적 소비 가능

전력저장은 계량기 앞쪽의 전력망뿐 아니라 뒤쪽의 가정이나 상업용 혹은 산업용 빌딩 등 전력을 소비하는 영역에서도 다양한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이러한 변화와 함께 과거 수동적 소비자들이 능동적 참여자로 바뀔 것이다.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다양한 사업자들이 나타나고 전력저장이 발전원과 결합할 경우 전력망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도 있다.

전력저장만으로도 가정이나 상업용 빌딩, 공장 등의 예기치 못한 전력 흐름 이상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보다 편안하고 안정적인 소비를 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일본에서는 비상전원용 전력저장이 급성장했다.

정부의 보조금 지원과 맞물리면서 2012년 약 640억원에 불과하던 시장이 2013년에는 2400억원 규모로 커졌다. 올해는 약 58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정책적 지원이 이어지는 가운데 내년부터 전력시장이 전면 개방될 예정으로 있어 일본의 전력저장은 향후에도 고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전력저장을 통해 비용 절감도 가능하다. 시간대별 요금제라든가 최대 전력수요를 기준으로 하는 용량요금제 등의 환경에서 효력을 발휘할 수 있다. 저장을 통해 비싼 가격대의 소비를 피하거나 정산요금의 단가를 낮출 수 있다.

북미 빌딩용 전력저장 시장이 기지개를 피고 있는 것이 좋은 예다. 2014년 31MW에 불과했던 북미 빌딩용 전력저장 시장은 2018년 1GW 이상으로 급성장할 전망이다. 전력저장 설치 비용 하락으로 빌딩의 용량요금 절감에 대한 니즈 충족이 수월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저장은 수요관리의 효과적 수단

전력저장이 소비 측면에서 추가적인 수익으로 연결될 가능성은 높다. 쌀 때 구매해 저장해두었다가 비싼 시간대에 팔아 차익을 챙기는 것이다. 물론 제도적 뒷받침이 있어야 하지만 버려지는 전력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력망 전체 운영 효율을 높일 수 있다.

수요자원거래도 수익 창출의 좋은 예다. 전력거래 시장의 신호에 따라 수요를 절감시켜 얻은 효용을 참여자들과 나누는 것이다.

국내 수요자원 거래는 지난 7월 말 현재 총 2.4GW 규모의 수요 자원이 모아졌고 개시 8개월 만에 178GWh가 거래됐다. 아직 저장이 수요관리에 있어 역할이 크지 않은 상황이나 가장 효과적인 수단의 하나라는 점은업계의 공통된 인식이다.

전력저장이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하면 소비자들의 전력거래 참여 또한 빠르게 확산될 수 있을 것이다. 수요관리를 통해서 전력망은 보다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

전력저장이 소비처의 발전원과 연결될 경우 소비자는 더 이상 소비자로만 머물지 않게 된다. 외부 환경에 관계없이 편하게 전력을 소비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안정적인 전력 공급자도 될 수 있다.

소비자 혹은 커뮤니티 등이 잉여의 생산능력을 갖춰 자급하는 모습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최근 독일에서는 태양광 패널에서 나온 전기를 전력망에 연결해 파는 대신 자가소비 쪽으로 소비자들이 바뀌고 있다.

태양광 발전을 통해 얻는 수익보다 만든 전기를 직접 소비하는 편이 더 이득인 상황이 됐다. 즉 태양광 발전차액 지원 수준이 전력 소매 가격보다 낮다.

독일 정부에서도 전력망 안정과 자가소비 유도를 위해 태양광 연계 전력저장 설치 비용의 30% 까지 보조금을 지원한다. 태양광에 전력저장이 붙더라도 경제성을 갖출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고 있다.

세계적으로도 ‘태양광-전력저장 패키지’ 수요 또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기업들도 이러한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고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태양광 발전과 저장의 연계 사업에만도 최근 들어 기업간 제휴가 급증하고 있다. 

■전력소비 데이터 중요성 상승

당장은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전력망의 가장자리에서 기존의 방식대로 지낼 것이지만 저장을 비롯해 관련 지능화 기술, 제도적 뒷받침 등이 확산되면서 보다 많은 능동적 소비자, 에너지 생산에 참여하는 소비자들을 볼 수 있을 전망이다.

소비자들은 조합의 형태이건, 중간의 관리 서비스 사업자를 두건 다양한 방식으로 에너지 비용을 절감하거나 돈을 벌 수 있고 나아가 전체 전력수급의 안정화, 효율화에도 기여할 수 있게 된다.

결국 계량기 주변을 누가 어떻게 지배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다. 전력 수급의 모든 정보가 계량기를 통해 만들어지고 전달되기 때문이다. 수급 데이터의 보안 및 프라이버시가 걸릴 수도 있지만 사업 기회를 노리는 기업들은 이를 놓치지 않을 것이다.

일본은 2016년부터 전력소매를 자유화하면서 발전에서 판매까지 완전 개방하게 된다. 기존 전력서비스 기업은 물론 가전, 통신, 건축기업들까지 가세해 새로운 사업모델 구축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 7월 하니웰은 스마트 미터링 전문 기업을 51억 달러에 사들이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보다 강력한 에너지 수요관리 솔루션을 만들 심산이다.

이를 통해 하니웰은 스마트시티 프로젝트의 추진도 가속할 예정이다. 발전과 저장, 통신과 모니터링 및 제어 등이 집적돼 효율적이면서도 쾌적한 에너지소비 환경을 만드는 것이 스마트 그리드 혹은 스마트 시티에서 추구하는 것이다.

전력저장이 친환경적이고 효율적인 미래 전력망과 소비 환경을 마련하는 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데 이견은 없다. 정책, 기술 등 다양한 요인들이 전력저장 확산에 영향을 미친다.

무엇보다 전력저장 설치비용의 수준에 따라 그 파급효과가 단계적으로 나타날 전망이다.

향후 5년 내에는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원과 전력저장이 결합한 시너지 효과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정책이나 금융과 연계한 다양한 전력거래 모델들이 등장하기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이후 전력저장 설치비용이 더욱 하락할 경우 신규 피크발전소는 물론 나아가 대형 화력이나 원전 수요 감소할 것이다.

전력서비스 산업의 구조개편도 본격화될 것이고 전지 가격의 하락으로 전기차 보급이 늘어나면서 석유나 석탄 등 화석연료에 대한 수급에 까지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들은 보다 분산되고 독립적인 형태의 에너지 생태계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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