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원전비리 발붙일 수 없는 '개혁로드맵' 제시돼야
- 국내·외 원자력의 현황과 전망
[특별기고] 원전비리 발붙일 수 없는 '개혁로드맵' 제시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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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1.04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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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영 / 한국전력국제원자력대학원대학교(KINGS) 교수

 
혼용무도(昏庸無道)의 2015년

지난해 말 교수신문이 우리사회를 ‘세상이 온통 어지럽고 도리가 제대로 행해지지 않는다’는 뜻의 혼용무도(昏庸無道)라는 사자성어로 표현했다. 원자력계를 돌아보면 원자력계 역시 그 궤(軌)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던 것 같다.

많은 일들이 부침했던 2015년, 굳이 우리의 주목을 끌었던 단어 몇 가지를 고르라면 계속운전, 해체산업육성, 스마트원전 수출, 영덕 주민투표, 그리고 사용후핵연료 공론화 정도가 아닐까 싶다. 이 중 사용후핵연료 공론화는 공론화위원회의 결과물이 여러 가능성을 열어둔 포괄적 권고안으로 제출된 상태인 점을 감안할 때 문제점을 거론하기에는 시기상조로 보여진다. 따라서 이를 제외한 네 단어로부터 새해 원자력계가 풀어야 할 숙제를 찾아보려 한다.

고리원전… 국민 납득 못시켜

계속운전을 보면, 3년 가까운 심의 끝에 월성 1호기에 대한 계속운전이 지난해 2월27일 원안위에 의해 승인되었다. 그러나 고리 1호기의 경우에는 계속운전에 관한 158개 안전성 요건을 모두 만족함에도, 악화된 여론에 떠밀려 6월12일 한국수력원자력 이사회가 계속운전 신청을 포기하기로 함으로써 2017년 6월 영구정지에 들어가게 되었다.

반핵단체의 왜곡은 집요했다. 그들은 국제기준을 무시하고‘불시정지’를 모두 ‘사고’로 왜곡하면서 고리 1호기 폐쇄를 주장했다. 하지만 2014년 말까지 우리 원전이 겪었던 693건의 불시정지 사례 중 2등급은 단 세 번, 나머지는 단순고장 혹은 등급분류가 불필요한 경미한 사례였을 뿐 사고는 아예 없었다. 고리 1호기의 불시정지도 대부분 운전경험이 일천했던 초기 15년간 일어났고, 1993년 이후에는 연 0.5회 미만의 경이적인 기록을 보였다.

그럼에도 이런 원전을 폐로키로 한 것에는 후쿠시마 사고의 여파도 컸지만 2012년 2월 고리 1호기의 소외전원상실 은폐, 그리고 잇따라 드러난 원전비리가 고리본부에 집중됨으로써 회복불능으로 악화된 여론이 결정적이었다. 비리 재발방지를 위한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나 국민들을 납득시킬 만큼 충분하지 못했던 것이니, 결국 계속운전의 과학적 안전성 판단 기준을 정부 스스로 무력화함으로써 세계에 우리 사회의 미숙함을 드러내는 우를 범한 것이다.

해체센터, 사탕발림 유치 안돼

원전해체산업 유치 경쟁은 미래창조과학부가 2014년 초 2019년 개설을 목표로 한 원자력해체기술종합연구센터(해체센터) 유치의향서를 접수하면서 의향서를 제출한 8개 시·도간 촉발되었고, 고리 1호기 해체가 기정사실화 되면서 한층 과열 양상을 띠고 있다

과열의 직접적인 원인은 해체센터 유치시 기대되는 정부 지원금과 IAEA가 2004년 내놓은 2050년까지 해체산업시장 1000조원의 전망 때문이다. 하지만 IAEA의 전망에는 핵연료 농축, 재처리와 군사용 시설이 포함되어 있어 우리가 접근 가능한 시장 규모는 고작해야 200~300조원 정도다.

즉, 이 시장은 세계에 산재한 연간 4~7조원 시장에 불과하며, 선진국의 70% 정도인 우리의 기술수준을 고려하면 블루오션으로 보기 어려운 시장이다. 또 해체센터의 기능에 대한 충분한 검토도 필요하다. 만약 해체센터에서 해체 폐기물을 집중 처리할 필요가 있다면 이를 투명하게 공개하여 유치할 지역주민의 사전 동의를 구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와 지자체들은 이런 실상을 포함하여 전문분야인 해체기술 개발과 대부분 현지에서 이루어질 해체 작업이 어떻게 주민들의 고용 혹은 이익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함께 종합적으로 검토, 고민함으로써 상생할 수 있는 결론을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막무가내식의 치적 쌓기나 사탕발림의 유치 유도는 향후 해체산업의 추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스마트원전, 그리고 주민투표

스마트원전 수출은 지난해 3월9일 사우디에서 전해진 양국간 스마트원전과 인력양성에 관한 협력양해각서 체결 소식을 언론이 2조원 규모의 중소형 원전 수출이 성사된 듯 섣부른 보도를 쏟아냄으로써 회자되었다. 그러나 이 양해각서는 PPE (Pre-Project Engineering), 즉 본 건설사업 이전에 필요한 엔지니어링 작업을 공동투자로 추진한다는 내용으로 실제 사업 수주에 이르려면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한다. PPE를 통해 미진한 부분, 특히 스마트원전 개발이 일반 원전의 핵증기공급계통에 해당하는 일체형원자로에 집중되었기 때문에 원자로의 안전과 성능을 담보할 안전계통과 보조계통 설계개발과 대형원전 위주의 세계 부품 시장으로부터 소형의 안전등급 부품의 조달가능성 확인에 향후 업무가 집중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기관간 역할분담과 사업비 등의 문제로 아직 PPE 수행체계조차 갖추지 못하고 있음은 우려스럽다. PPE의 성공적 수행을 통해 실제 원전건설에 돌입하게 되면 막대한 중소형원전시장 선점효과를 얻을 수 있다. 따라서 서로를 인정하는 성숙함을 바탕으로 새해에는 PPE 수행체계를 공고히 함과 동시에 착실히 미비점을 보완해가는 한해가 되었으면 한다.

영덕 주민투표는 원전건설지역 지정고시가 완료된 영덕군에서 법외 투표 논란과 찬반 주민간 갈등이 첨예하게 대립, 후유증이 심각히 우려되는 가운데 11월11일부터 양일간 치러진 원전 유치 반대 주민투표였다. 그 결과 유효 요건인 3분의 1에 미달하는 32.53%의 투표율을 보임으로써 언론의 관심권 외로 물러났다. 그러나 이 투표에서 반원전 측이 조직적인 부정투표를 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시민운동의 도덕성에 흠결을 남겼고 원전비리로 인한 불신이 재확인되어 누구도 승자가 되지 못하는 상처뿐인 결과만 남겼다.

최우선 과제는 신뢰회복

이렇듯 국내에서의 찬반오호(贊反惡好)의 양극단을 달리는 원전산업의 양상과는 달리 해외 원전산업은 후쿠시마 사고의 여파에서 벗어나 확산 추세에 있고, 온실가스 저감을 위한 현실적 수단으로서의 역할이 부각되었다.

IAEA는 2020년까지 원전시장을 6410억달러(741조7000억원) 규모로 추산했고,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구온난화를 2℃이하로 제한하려면 2040년까지 현재 원자력발전량의 두 배 이상인 862GWe로 확대해야 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세계적으로는 현재 원전설비용량의 20% 정도인 약 70기가 건설중이며, 160기의 건설이 계획되어 있다. 5월 초 프랑스 니스에서‘기후를 위한 원자력 선언’이 채택되었고, 11월 파리에서 개최된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도 온실가스저감 목표 달성을 위한 원자력 이용의 필요성이 강조되었다. 이와 함께 원전 안전에 대한 기술적 확신을 바탕으로 원전 강국들의 움직임도 가속되고 있다.

후쿠시마사고 당사국인 일본은 지난해 8월11일 센다이 1호기의 임계를 기점으로 원전가동국 대열에 복귀했고, 영국은 원전산업 재건을 위해 2020년까지 100~120억 파운드(한화 17조3000억원~22조5000억원)를 투입키로 한 전력시장개혁계획 아래 2025년까지 원전설비 16GWe를 건설할 예정이다. 100여기를 운전중인 미국은 원전 5기를 추가 건설 중이며, 11월6일 오바마 대통령은 ‘원자력의 신성장동력화’를 선언하고 연 9억불의 R&D자금을 지원하는 등 대대적으로 원전산업 부흥에 나서고 있다. 중국은 원전설비를 2020년까지 58GWe로 증가시킬 계획이며, 영국 힝클리포인트C 원전 건설에 지분투자를 통한 사업 참여의 길을 여는 등 에너지를 통한 세계패권 전략을 펼치는 러시아와 함께 가장 공격적으로 세계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이렇듯 확산 추세의 세계 원전시장에서 우리의 신성장동력을 마련하는 것은 다음 세대를 위한 우리의 의무다. 하지만 러시아, 중국, 미국, 일본과 프랑스와의 치열한 경쟁 환경에서 자금력이나 외교력이 가장 약한 우리가 내세울 거라고는 건설 및 운전실적을 바탕으로 한 시장 신뢰밖에 없다.

지난해 우리 원자력계는 양극단을 오가는 소모적인 한해를 보냈고 그 속에서 원전비리로 무너진 신뢰의 문제가 남아있음을 확인했다. 따라서 새해에는 원전비리로 상실된 국내·외 시장에서의 신뢰회복이 최우선 과제가 되어야 하며, 최소한 비리가 발붙일 수 없는 산업구조로의 개혁로드맵이 제시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 이런 후에야 삼척과 영덕의 주민들을 안심시킴으로써 계획된 원전건설을 원만히 추진할 수 있을 것이며, 확산 추세의 해외 원전 시장에서 우리 몫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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