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신년인터뷰] 김제남 국회의원
[2016 신년인터뷰] 김제남 국회의원
  • 송병훈 기자
  • hornet@energydaily.co.kr
  • 승인 2016.01.04 09: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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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에서 재생에너지원으로, '정부의지'가 중요"
솔직·투명 공개 미비, 원전 확대는 에너지다소비구조 유지
사용후핵연료 권고안은 '공론 없는 권고'… 졸속 처리 안돼

[에너지데일리 송병훈 기자] 정의당 김제남 국회의원은 지난해 12월28일 진행된 에너지 전문 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본인을 '대한민국 1호 녹색정치인'으로 소개했다. '탈핵'을 주장하는 대표적인 의원 중 한명으로서 여러 의미가 깃든 호칭으로 읽힌다.
김 의원은 이날 무엇보다 '정부정책 의지'와 '정직함'의 중요성을 설파했다. 솔직하게 정보를 공개하고, 정부가 의지를 가지고 정책을 추진하면 원전 축소 및 탈핵, 그리고 신재생의 확대는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독일과 일본에서 이같은 사례를 확인할 수 있다고 김 의원은 강조했다.
김 의원은 또 "전력공급 과잉, 공급우선주의 시대에 살다보니 '모자라다. 늘려야 한다'라는 선입견이 자연스럽게 자리잡았다"면서 "원자력 안전과 관련한 정보 및 기술도 아직 믿을만큼 투명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김 의원과의 일문일답 내용이다.

 

- 그동안의 의정 활동을 통해 정부의 원자력발전 확대 정책에 대한 분명한 반대입장을 표명해왔다. 에너지원으로서 국내 원자력발전 정책에 대한 의원님의 기본적 입장이 무엇인지.

▲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통해 원자력발전이 더 이상 안전하지도 경제적이지도 않다는 것이 드러났다. 특히 단 한번의 사고로 자국민의 생명과 안전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 원자력발전은 지속가능한 에너지원이 아니며, 원전에 대한 의존을 점차 줄여나가 종국에는 탈핵으로 나아가야 한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의 원자력발전소 밀집지역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제2차 에너지기본계획에서 2035년까지 원전비중을 29%로 확대하겠다면서 현재 가동중인 24개 원전에 추가로 16~17기의 원전을 건설할 계획이다. 원전비중이 높아진다는 것은 그만큼 원전사고의 위험도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는 위험요인을 제거하고 줄여나가는 것이 핵심이다. 따라서 정부는 원전을 확대할 것이 아니라 노후원전부터 하나씩 줄여나가야 한다.

- 원전비리 척결에 대한 정부 및 원전산업계의 대응과 결과에 대한 평가는 어떠한지.

▲ 원전비리 이후 ‘원전비리방지법’이 제정되고 각종 규제가 강화됐다. 바람직한 방향이다. 하지만 비리를 예방하기 위한 투명성은 여전히 미흡하다. 오히려 지난 연말부터 진행된 사이버테러 이후 기본적인 접근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또한 지금도 원전비리에 대한 수사는 계속 진행중에 있다. 그러나 2013년 10월10일 원전비리 중간결과 보고 이후 원전비리에 대한 정부의 공식 브리핑이 없었다는 사실은 정부가 원전비리에 대해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단면이다.

원전비리는 취업을 제한하고 정보를 통제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규제기관인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원전비리에 대해 수사할 수 있는 권한을 주어 제도적으로 원전을 관리·감독할 수 있어야 한다. 원안위에게 특별사법경찰권을 주는 법안이 무산된 점은 정부가 원전비리를 척결할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게 한다. 원전비리는 국민의 안전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에 제도적 보안이 시급하다.

- 국내 원전에 대한 안전 방침이 강화됐고, 원전 현장에서 후속대책이 진행중이다. 정부와 한수원의 원전 안전 강화 대책과 결과에 대한 평가는.

▲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수조원을 들여 해안방벽 증축, 이동형 발전차, 수소제거기 설치 등 56개의 후속과제를 진행중에 있다. 그러나 이런 것들은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아니라 처음부터 갖추어야 했던 것이다. 그럼에도 지금이라도 안전대책이 강화되는 것은 바람직하고 다행스러운 일이다.

다만, 후속대책이 과연 실효성이 있게 진행되는지는 따져봐야 한다. 2014년 8월25일 폭우로 고리 2호기가 침수돼 정지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고리원전은 후쿠시마 후속대책으로 대대적인 보강공사를 한 곳이다.

또한 정부의 원자력 R&D에서 원전의 안전성 강화보다 원전수출과 재처리 등 연구개발비중이 훨씬 높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원전을 운영하고 주요국들은 노심용융이 일어나지 않도록 지르코늄의 개발 등 소재개발 등 안전성 강화에 더욱 노력하고 있다는 점에서 후쿠시마 후속대책에 대한 면밀한 평가가 필요하다고 보여진다.

국내 원전, 그리고 안전에 대한 정보공개나 기술력은 아직 믿을만큼 투명하지 않다고 보여진다.

 
- 파리기후협약 이후 신기후체제에 대비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원자력발전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해 원자력발전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의견인데, 이에 대한 의원님의 견해는.

▲ 무엇보다 솔직해지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는 현재 에너지 공급 과잉시대에 살고 있다. 일례로 올 하계에는 전력수급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없었고, 동계 역시 지금까지 같은 현상이다. 이는 수요와 공급의 적정성을 찾는다면 굳이 신규로 설비를 늘리지 않다도 된다는 의미가 함축돼 있다. 독일이 2050년 재생에너지원으로 100%를 충당하겠다는 것은, 우리가 100의 에너지를 사용할 때 독일은 50만 사용하겠다는 방침도 포함돼 있다. 우리가 앞으로 더욱 고민을 해봐야 하는 대목이다.

또한 기후변화협약의 근본적인 전제는 지구의 지속가능성이다. 이미 여러 사고를 겪은 만큼 원전이 화력발전에 비해 온실가스 배출은 낮다고 하더라도 온실가스 감축수단이 될 수는 없다. 그리고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원전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은 현재의 에너지다소비구조를 그대로 유지하자는 것으로, 이런 구조 하에서 우리사회의 지속가능성은 어렵다.

에너지가 사회를 유지하고 지탱하는 동력이고, 이는 지속가능해야 한다는 점에서 정부는 원전이 아닌 재생가능에너지에 대한 과감한 지원과 투자를 해야 한다.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수요관리를 통해 원전 10기 분량의 전력을 절감했으며, 발전차액지원제도를 재도입했다. 따라서 일본이 우리나라와 유사한 에너지체계와 자연환경이라는 점에서 정부가 의지를 가지고 추진한다면 충분히 가능하다.

- 정부는 안정적 전력수급 차원에서 원자력발전을 현실적 대안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국내 에너지믹스에 대한 견해는.

▲ 현재까지 에너지믹스의 주요 전제는 경제성이다. 때문에 원자력과 석탄화력발전이 기저발전의 역할을 담당해왔다. 그러나 앞으로 에너지믹스에서는 경제성보다 안전성과 수용성을 더 중요하게 평가해야 한다. 정부도 후쿠시마 원전사고와 밀양 송전탑 갈등의 경험을 통해 제2차 에너지기본계획에서 분산형 전원을 중점과제로 내세운 바 있다.

분산형 전원체제로 전환을 위해서는 재생에너지와 전력공급의 안전성과 브릿지 역할을 담당해 줄 가스발전의 비중을 지금보다 확대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연료비연동제와 송전비용 차등화 등 전기요금, 즉 가격신호를 통한 수요관리도 긍정적인 검토해야 한다.

- 향후 사용후핵연료 관리방안을 두고도 많은 논란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한 의원님의 견해는 무엇인지.

▲ 정부에 제출된 권고안은 공론 없는 권고안이며, 사용후핵연료 관리방안에 대한 공론화를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한다. 90여억원의 예산을 들여 제출된 권고안은 결국 몇몇 전문가들의 의견일 뿐이다. 공론의 과정을 통해 한번도 언급되지 않은 단기저장시설 같은 새로운 내용이 권고안의 핵심이며, 2020년까지 사용후핵연료 처리를 위한 부지 선정과 원자력발전소 부지 내에 단기저장시설을 짓도록 하는 등 현실성이 전혀 없다. 가장 큰 문제는 국민 대다수가 공론화 이후에도 사용후핵연료에 대해 알지 못한다는 점이다.

공론화위원회는 구성 초기부터 시민단체가 불참하는 등 반쪽짜리로 출발했으며, 지역대표성과 위원의 자질 문제 등 많은 문제가 지적돼 왔다. 사용후핵연료 문제는 현세대와 미래세대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된 문제다. 따라서 원전의 임시저장 공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사용후핵연료 문제를 졸속적으로 처리해서는 안 된다.

- 전력분야 국책사업에 대한 주민수용성은 풀기 어려운 사회적 문제 중 하나다. 이러한 갈등의 원인과 해결방안은.

▲ 신규원전과 송전선로 문제는 중앙집중식 전력공급체계 때문이다. 지금까지 정부의 전력정책은 공급우선 정책이었다. 이는 서울과 수도권의 전력공급을 위해 발전소와 송전선로 주변지역 주민들이 희생을 겪는 에너지 불평등 구조다. 정부도 이를 인정해서 전력정책의 패러다임을 중앙집중식에서 분산형 전원으로 바꾸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삼척과 영덕에 신규원전을 건설하겠다는 것은 중앙집중식 전력공급체계를 유지하겠다는 것과 다름 아니다.

최근 우리나라 전력수요의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다. 전력요금의 현실화와 수요관리 강화, 에너지효율향상 의무화제도(EERS)와 에너지다소비업체에 일정비율의 자가발전 도입 등을 통해 전력수요를 감소시켜 나가야 한다. 이는 선진국에서는 이미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정부의지의 문제다. 이럴 경우 신규원전과 초고압 송전선로는 필요하지 않을 뿐 아니라 노후원전을 대체할 수 있는 주요한 수단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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