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신년특집 - 탐방] 한국수력원자력 화천수력발전소
[2016 신년특집 - 탐방] 한국수력원자력 화천수력발전소
  • 송병훈 기자
  • hornet@energydaily.co.kr
  • 승인 2016.01.04 09: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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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속에 살아 숨쉬는 '근대문화유산' 화천수력
대한민국 최북단 발전소… 108MW 규모·댐수로식 채택
'일제시대 건설'·'지암리-파로호 전투… 끝까지 사수'

[에너지데일리 송병훈 기자] 우리나라의 수력발전 역사는 1900년대부터 짚어볼 수 있다. 1905년 500kW급 평안북도 운산수력이 한반도 최초 수력이며, 남한지역에는 1931년 섬진강 운암수력이 꼽힌다. 한강수계는 1943년 청평수력을 시작으로, 1944년 화천수력, 1960~1980년대 춘천, 의암, 팔당수력, 청평양수가 잇달아 건설되며 현재의 한강계 수력발전소가 완성됐다.
한강수계 수력발전소 가운데서도 (발전기능이 없는 평화의 댐은 제외하고) 최북단에 위치한 화천수력은 그 역사나 중요도를 감안했을 때 몇 손가락 안에 드는 곳이다. 또한 10억1800만톤에 이르는 저수규모를 갖고 있는 '파로호(破虜湖)'를 사용하고 있는 화천수력은 발전기능 뿐만 아니라 용수공급 차원에서도 충주댐, 소양강댐과 함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화천수력을 찾아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한국수력원자력 화천수력발전소(댐)
최북단, 그리고 청정수역

화천수력은 1944년 5월 1호기가 준공된 이후 10월에는 2호기와 함께 댐이 준공됐다. 1957년과 1968년에는 각각 3호기와 4호기가 모습을 드러냈고, 2003년 12월에는 평화의 댐 공사에 따라 비상방류구 수문이 설치됐다.

화천수력은 휴전선에서 남쪽으로 20여km 떨어진 우리나라 최북단에 위치해 있는 발전소이자, 6·25전쟁 당시 남한 전체 전력공급의 30%가 넘는 비중을 차지했다. 현재는 108MW(27MW×4기)의 설비용량을 갖추고 있으며, 수로를 통해 물을 공급하고 댐과 수로의 낙차를 이용하는 댐수로식을 채택하고 있다.

화천수력에는 총 16개의 수문이 있으며, 최대 방류량은 초당 8403m3에 이른다. 또한 인근에 오염원이 거의 없어 연중 1급수를 유지하는 청정수역이라고 한다. 기자가 찾았던 지난해 12월 초에는 하류로 물을 많이 방류한 까닭에 저수율은 50% 수준이었다. 가뭄에 따른 여러 고충을 읽을 수 있었다.

화천수력은 또 발전소가 자리잡고 있는 화천과 양구 지역에 여러 지원사업과 사화공헌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원사업으로는 교육장학사업, 지역경제사업, 지역복지사업, 지역문화사업, 기타부대사업을 들 수 있고, 사회공헌활동으로는 노인건강 프로그램, 소외계층프로그램, 환경정화 프로그램을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다. 화천수력 관계자는 "지원규모는 원전이나 화력보다 적을 수밖에 없지만 반응은 좋다"고 말했다.

대한민국 근대문화유산

화천수력 역사적 의미가 깊은 발전소다. 설움과 한(恨), 그리고 기쁨이 함께 하고 있다. 실제 화천수력 내에는 문화재청이 지정한 '대한민국 근대문화유산'이라는 명패가 부착돼 있다.

화천수력은 1·2호기 준공 시점에서 알 수 있듯 일제시대에 건설되기 시작했다. 일제가 동아시아 침략 준비에 한창이던 1939년 경인공업지구에 있는 군수공장들에 전력을 공급할 목적으로 총 시설용량 108MW 규모의 계획으로 착공했다고 한다. 그러나 건설공법이 미진했던 당시, 공사에는 대부분 강제징용된 3000명 정도의 인력이 매일 투입됐으며, 하루에 2~3명의 사상자가 발생할 정도였다 역사는 기록하고 있다. 실제 당시 인근에는 2개의 화장장이 운영됐다고 하니, 그 아픔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 화천수력발전소 내부 발전기 모습
화천댐 상부에는 '대붕제(大鵬堤)'라는 이름이 새겨진 초석이 있다. 화천댐의 준공을 알리기 위한 용도다. 그러나 광복 이후 이 초석에 많은 사람들의 분노의 표식을 남긴다. 억압됐던 자유와 억울함 등 여러 이유가 담겨있었을 것이다. 또한 한편에는 새겨진 글자가 '대붕제(大鵬堤)'가 아니라, 자세히 보면 '대명제(大,밝을명+새조,堤)'라고도 한다. 표지석에는 대명제로 써 놓고 주민들에겐 대붕제라고 말했다는 이야기다.

뿐만 아니다. 6·25전쟁 역사에도 화천수력의 이름은 남아있다. 화천발전소는 해방 후 북한 치하에 있었다. 전쟁이 발발하자 당시 전력생산이 빈약했던 남한으로서는 발전소 탈환이 절실했다. 따라서 전쟁기간중 화천발전소 탈환을 위한 피아간의 전투는 치열할 수밖에 없었고, 다섯번의 격전을 치르며 세번의 빼앗김과 빼앗음을 반복했다고 한다.

전쟁사를 보면 더욱 자세한 내용이 나온다. 1951년 서울을 포함한 중서부전선에 집중된 중공군의 제1차 춘계공세는 실패로 돌아간다. 이후 1951년 5월16일 중공군은 주력을 동쪽으로 돌려 동부전선에 배치된 국군을 포위섬멸하기 위한 제2차 춘계공세를 개시했다. 그러나 용문산 전투에서 국군 6사단이 중공군을 궤멸시켰고, 미군 2사단 역시 홍천 북쪽 벙커고지 전투에서 중공군을 격퇴시키면서 승기를 잡게 된다. 이후 춘천 지암리에서 또다시 중공군을 포위 섬멸시키고 화천으로 진격, 화천발전소는 1951년 5월29일 새벽 국군 6사단에 의해 최종 탈환된다. 이 전투는 지암리-파로호 전투로 불린다.

승전보를 접한 이승만 대통령은 현지를 방문, 당시 대붕호로 불렸던 화천댐 저수지를 오랑캐를 격파한 호수라는 뜻의 파로호(破虜湖)로 명명했다. 이후에도 적의 공격은 계속됐고, 특히 휴전협정 체결 10여일 전인 1953년 7월13일에는 화천발전소를 탈환하기 위한 중공군의 마지막 대공세가 펼쳐졌으나 필사적으로 방어하며 끝까지 사수하는데 성공했다. 화천댐에는 당시로부터 60년이 지났음에도 아직 곳곳에 총탄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이같은 격전을 치른 화천발전소의 시설 대부분이 파괴됐음은 자명한 일. 이후 복구작업에 들어가 1954년 1,2호기 모두 마무리됐을 때는 발전용량 5만4000kW에 이르렀다. 이는 당시 남한 전체 시설용량 19만8000kW의 30%가 넘는 엄청난 비중이었다. 이후 1957년 11월에는 3호기를, 1968년 6월에는 4호기를 준공함으로써 시설용량은 10만8000kW로 늘어났다.

전력피크 마지막 보루

현재 국내에는 청평을 비롯해 삼랑진, 청송, 산청 등 7곳의 양수발전소와 춘천 및 화천 등 10곳의 수력발전소가 있다. 이들 발전소의 총 설비용량은 530만kW로 원자력발전소 5기 용량을 넘는 수준이다.  국내 전체 발전 설비용량의 6.5%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여름 및 겨울철 전력수요 피크시 예비전력의 마지막 보루로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 연중 1급수의 청정수역을 자랑하는 파로호
또한 춘천수력이 위치한 곳에는 한강수력본부와 함께 수력발전의 컨트롤타워인 ‘한강원격감시제어소’에 자리잡고 있다. 제어소에서는 ‘PAROS(Power And Reservoir Operating System, 발전 및 수계운영시스템)’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이 곳에는 각 발전소의 출력, 강수량, 유입량과 방류량 등의 현황과 수위변동현황 등을 확인할 수 있으며, 한수원이 운영하는 발전소 뿐 아니라 소양강이나 충주댐 등의 실시간 자료도 수신받아 발전소 운영에 미치는 영향도 분석하고 있다.
특히 발전기를 운영하는 발전사, 송전선로를 운영하는 한전과 전체계통을 관리하는 전력거래소가 유기적인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한수원은 이와 함께 노후수력 현대화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09년 춘천수력 현대화를 시작으로 청평수력, 괴산수력, 의암수력 등 9개 호기가 완료됐고, 2025년까지 섬진강수력, 삼랑진양수 등 12개 호기에 대한 현대화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노후수력 현대화사업을 통해 앞으로 약 40년간 친환경에너지를 계속 생산하고, 친환경방식으로 설비를 개선하여 수도권 수질보호를 강화한다는 복안이다. 신규건설 분야에서도 2000년도 이후 2001년 산청양수를 시작으로 양양양수, 청송양수, 예천양수, 2012년 청평수력 4호기 증설까지 3160MW의 발전설비를 확보할 계획이다.

한수원은 이같은 자체정비 기술력, 현대화사업 및 신규건설 경험을 바탕으로 해외수력 개발사업에도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국내 신규 수력건설은 포화상태로 회사의 성장동력을 해외로 확대, 현재 네팔 차밀리아에 총사업비 4800만달러를 투자해 30MW급 수차발전기를 신규 설치중이며, 키르키즈스탄, 파키스탄 등에 수력자원개발을 진행 중이다. 신규 설치 뿐 아니라 노후설비 현대화사업도 사업개발을 활발히 모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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