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신년기획] 정유사 사후정산제도 논란 재점화
[2016신년기획] 정유사 사후정산제도 논란 재점화
  • 이진수 기자
  • 1004@energydaily.co.kr
  • 승인 2016.01.04 10: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후정산, 거래상 우월적 지위 이용한 독과점적 행위"
주유소·소비자·국가 모두에 피해… '별도 협약서' 존재

[에너지데일리 이진수 기자] 지난해 주유소업계에서는 협동조합 설립을 두고 적지않은 논란이 일었다. 그리고 올해에는 정유사의 사후정산 제도에 대한 논란이 재점화될 전망이다. 사후정산 제도란 주유소들이 기름을 구매할 때 정유사로부터 물량을 먼저 받고, 대금은 한 달 후로 책정하는 것을 말한다.
주유소업계는 이 제도가 업계의 경영난을 가중시키고, 기름값을 올리는 요인이라며 불만을 표하고 있다. 정확한 공급가를 모른 채 기름을 받다보니 정산가격이 공급가보다 높아질 수 있어 마진율을 높여 비싼 가격을 책정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한 대기업이자 공급사라는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해 유통시장에서 경쟁을 회피하고, 주유소에게만 부당한 부담을 지우는 일종의 통제수단으로 정유사가 활용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 사후정산제도 도입 배경

현재 시장점유율이 낮은 사업자 또는 잠재적 경쟁사업자들은 정유 4사와 자영주유소 간 배타조건부거래로 인해 주유소를 통해 석유제품을 유통시킬 수 있는 기회를 상당히 제한받고 있다. 계약기간이 비교적 단기라도 주유소의 정유 4사 상표 제품 선호라는 경제적 동기로 인해 시장점유율이 낮은 사업자 등에 대한 장기간에 걸친 배제효과가 내포돼 있는 것이다.

정유사들은 주유소에 정유사 기준가격을 통보하고, 주유소는 현금을 지불하고 석유제품을 구입한다. 정유사는 석유제품을 주유소에 공급한 후 수일 또는 수주가 지난 뒤 정유사가 가격을 결정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따라서 주유소는 석유제품 구입 시에 가격을 정확하게 알 수 없다. 또한 정유사가 일방적으로 기준 가격을 결정하기 때문에 정유사에 대한 종속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정유사 및 주유소 간 경쟁을 제한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고, 이같은 현상이 고착화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같은 현상은 소비자 뿐만 아니라 자영업자나 유통업체 등에도 손실이라는 게 주유소 업계의 지적이다.

▲ 정유사 중심의 배타적 거래 행위

국내 정유사들은 애매한 잠정 가격을 공시한 후 주유소에 공급하고 있다. 또 공급된 석유제품의 확정가격은 2~3주 지난 후 시장 상황과 타 정유사의 가격비교를 통해 확정가격을 설정·통보한다.

실제 주유소 사업자들은 자신이 구입하는 석유제품의 가격이 얼마인지 모르는 상황에서 구입하고 있으며, 확정가격을 통해 발생하는 유통마진은 전적으로 정유사의 결정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이른바 배타적 거래행위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거래행위가 이루어지고 있는 근본적인 원인은 정유사와 주유소 간 계약서에 존재하는 '우리제품만 팔아라'라고 강요하는 '전량구매조건'에 기인하고 있다.

지난 2008년 12월17일 공정거래위원회는 국내 정유사를 대상으로 주유소에 대해 소요제품 전량을 자신들로부터 공급받도록 의무화하는 배타조건부거래행위 및 출하 시 대략적인 가격만 통지하고 일정기간 후 할인 또는 인상가격을 최종 통보하는 사후정산 행위를 한 것에 대해 '법 위반'으로 판정하고 시정명령을 내린 바 있다.

그러나 이같은 조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후정산 행위에 대한 암묵적 거래는 계속적으로 행해지고 있으며, 주유소 사업자들은 부당한 거래에 대한 주유소 운영상의 고충을 토로하고 있는 실정이다.

▲ 시장질서 왜곡 독과점적 행위

일반적으로 사업자가 자신의 영업전략에 따라 이윤극대화를 추구함에 있어 상품의 가격은 경영에 따른 의사결정에 매우 중요한 정보다. 사후정산 행위는 경쟁을 제한할 뿐만 아니라 거래상 열위에 있는 주유소 입장에서는 부당한 불이익이 된다.

그러나 정유사들의 사후정산행위로 인해 주유소가 대략적인 가격을 입금한 후 제품을 인도받은 시점에서조차 정확한 제품가격을 알지 못하게 되면서 적절한 판매가격 책정은 상당한 어려움을 겪게된다. 이는 장기적으로 국가 경쟁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배타적 공급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주유소의 경우 정유사로부터 정확한 가격을 고지 받음으로써 석유제품공급업자의 가격을 비교한 후 구매할 수 있는 제품선택권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주유소가 대략적인 가격만을 고지 받은 후 구매(주문 및 입금 포함)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주유소의 제품선택권을 제한할 수 있다. 주유소의 제품선택권을 제한되면서 공정한 거래와 시장 질서를 왜곡할 수 있다는 의미인 것이다.

주유소업계 관계자는 “가격도 모르고 물건을 구매하기 때문에 정유사가 주유소를 상대로 확정가를 다르게 부를 수 있는 여지가 있다”며 “이는 주유소를 정유사에 귀속시키는 수단일 뿐만 아니라, 주유소의 소극적 경영을 야기해 소비자가격 차이로 이어져 유통시장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는 만큼 사후정산제도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정유업계 관계자는 “주유소 공급가는 구매 물량 등의 차이가 반영될 수밖에 없고, 주유소 별 가격차는 사후정산 때문이라기보다 개별 인건비와 임대료, 마진율에 기인한다”며 “사후정산제도 역시 공급가가 시장가보다 높았을 경우 그 차액을 정유사가 돌려줌으로써 주유소의 경영악화를 방지하는 제도이지 ‘갑의 횡포’가 아니다”라고 항변하고 있다.

 

▲ 정유사 간 경쟁 무풍지대… 소비자에 비용 전가

정유사 간 경쟁이 전혀 발생하지 않고, 철저히 경쟁 무풍지대에서 정유사들이 모든 비용을 주유소에 전가시킨 결과 정유사는 영업이익을 남긴다. 반면 자영업자나 유통업체의 물류비용을 증가시켜 국가 경쟁력 제고에 영향을 주고, 서민들은 비싼 기름값으로 가계 부담이 가중된다. 소비자들에게 전가된 비용은 정유사 직원들의 인건비와 영업이익으로 돌아간다. 국민들이 정유사들의 탐욕과 폭리의 피해자가 되고 있는 것이다.

기획재정부가 제시한 일본의 '일본 석유산업자유화 조치 및 시사점'에 따르면 일본은 지난 1994년~1999년 석유산업자유화를 취한 이후 경쟁체제 도입으로 5년간 무려 44%의 석유값 인하효과를 가져온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과 일본 석유회사의 이익구조는 사업 분야가 다소 차이가 있어 직접적인 비교의 한계가 있지만, 유통단계에서의 경쟁에 따라 일본 석유회사의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은 우리나라에 비해 상당히 낮은 편이다. 일본 석유회사의 경우 우리나라 정유사에 비해 매출액은 4배 많은데 반해 영업이익은 우리나라와 비슷한 수준이다.

▲ 주유소간 경쟁요소 저해

정유사들의 사후정산은 명백하게 경쟁회피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견해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경쟁을 회피하려는 목적 때문에 석유제품 시장 내에서 경쟁이 발생하고 있지 않다는 지적이다.

정유사들은 석유시장의 시장지배적 사업자들이다. 정유사들이 주유소들에게 사후정산을 하자고 하면 주유소들은 거절하기 힘들다. 정유사의 사후정산 거래 관행은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우월적 지위남용 행위이자 불공정 거래행위에 해당한다.

정유사와 주유소 간 석유공급계약서는 사적계약서에 전량구매를 기반으로 하는 정유사들의 일방적인 거래 조건이다. 이같은 계약 관행을 수정 보완하는 것이 시급하다.

주유소업계 관계자는 "정유사와 주유소 간에 ‘사후정산’을 뒷받침하는 '별도의 공급협약서'가 존재한다"면서 "폴 사인제도가 있지만 협약서 때문에 거래회사 석유만 구매해야 했던 불공정계약 확인서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명칭 : (주)에너지데일리
  • (우)07220 서울 영등포구 당산로38길 13-7 주영빌딩 302호
  • 대표전화 : 02-2068-4573
  • 팩스 : 02-2068-457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병훈
  • 제호 : 에너지데일리
  • 신문등록번호 : 서울 다 06719
  • 등록일 : 1999-07-29
  • 인터넷등록번호 : 서울 아 01975
  • 등록일 : 2012-02-16
  • 발행일 : 1999-09-20
  • 발행인 : 양미애
  • 편집인 : 조남준
  • 에너지데일리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에너지데일리.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energydaily.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