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신년기획]해외자원개발, 한국적 접근 방안 필요
[2016신년기획]해외자원개발, 한국적 접근 방안 필요
  • 이진수 기자
  • 1004@energydaily.co.kr
  • 승인 2016.01.04 10: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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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기업들 인수합병 등 '잰걸음' … 한국은 '낮잠'
장기적 투자사업 인식, 해외 유망자산 확보 적극 나서야

[에너지데일리 이진수 기자] 2000년대 들어 세계적으로 수요가 급증하고 가격도 급등하면서 글로벌 자원 확보 경쟁이 격화됐다. 국내에서도 자원 개발 사업의 고수익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한국 기업들이 편승해 자원 개발 기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에 참여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한국 기업들은 불충분한 정보, 개발 사업에 대한 이해와 경험 부족 등으로 성공보다는 실패가 많았다. 개발 사업의 투자 실패가 때로는 기업의 손실을 넘어 사회적인 문제가 될 정도로 큰 손실로 나타났다.

이는 해외자원개발 사업에 대한 이해도와 상당히 낮고 정보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핵심 원인은 예상치 못한 저유가와 단기간에 막대한 투자재원을 조달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부채증가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최근 자원 개발 시장의 특징과 동향을 재점검해 보고 한국 기업에 적합한 접근 방법을 모색해야한다는 지적도 있다.

 

그동안 정부에서는 해외자원개발을 독려하기 위해 ‘성공불융자금’을 빌려주고 있었다. 성공불융자제도는 해외자원개발 등 리스크가 큰 사업을 하는 기업에 정부 자금을 빌려주는 제도다. 사업이 실패하면 융자금을 면제해주고 성공할 경우 원리금 외에 특별부담금을 추가 징수한다.

지난 2011년 성공불융자로 대박이 났던 사례도 있다. SK이노베이션이 그 대표적이자 첫 사례라고 할 수 있는데, 브라질 해상유전 지분을 덴마크의 머스크 오일에 24억달러 한화로 약 2조5656억원을 받고 매각했다.

SK이노베이션은 이 사업에는 총 8017억원 가량을 투입했고 정부 또한 불융자 지원금으로 823억원 가량을 투입했다. 이 제도를 통해 융자금의 몇 배 이상을 특별부담금으로 회수했다.

하지만 성공불융자,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어두운 측면 또한 있다. 실패시 상환을 하지 않거나 매우 낮은 이자로 천천히 상환해도 된다는 헛점이 그것이다. 기업들은 성공하면 대박, 실패해도 상관없다는 식으로 아닐하게 제도를 악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올해 논란에 중심에 있던 성공불융자 예산이 전액 삭감돼면서 해외자원개발사업에 비상등이 켜졌다. 예산 삭감으로 인해 올해 진행된 해외자원개발 신규사업은 민간기업에 의해서만 추진될 수도 있다는 전망도 있다.

과거 저유가 시기에는 비용절감과 투자 감축 등 소극적 입장을 취한 반면 최근에는 전략적 인수합병이나 자산 인수, 생산 최적화 설계를 통한 효율 강화 등 공격적 입장으로 변한 것이다.

에너지 해외의존도가 높은 일본, 중국도 정부가 앞장서 해외자원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최근 2년간 에너지공기업의 신규 해외자원개발 사업이 '0'건이고, 관련 예산을 대폭 삭감하는 우리나라와 대조되는 모습이다.

▲ 일본, 자원개발예산 최대규모 책정

우리나라의 2016년 해외자원개발 예산은 올해의 1/3로 줄었다. 이에 비해 일본은 해외석유개발 관련 예산을 사상 최대규모인 748억엔(7300억원)으로 책정했다.

에너지 안보를 에너지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설정하고, 최근 저유가 상황이 자주개발률(2030년 40%)을 끌어올리기 위한 절호의 기회라고 인식한데 기인한다.

여기에 민간기업들의 경우 미쯔비시는 캐나다 엔카나(Encana)사의 셰일가스 지분 40%를 29억달러에 인수했고, 마루베니상사는 미국 헌트오일(Hunt Oil)사 이글포드 셰일가스 자산 35%를 13억달러에 사들였다. 일본국제석유개발주식회사(Inpex)도 캐나다 넥센의 셰일가스 지분 40%를 7억달러에 매입하는 등 해외자원개발에 적극적이다.

일본 정유업계 2위인 Idemitsu Kosan과 5위인 Showa Shell Sekiyu가 대등하게 합병하기 위한 협상을 시작했으며, 이를 계기로 1위 JXHD와 3위인 Tonen General Sekiyu도 경영통합을 위한 협상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일본 정유업계는 자국 내 석유제품 수요 감소와 국제유가 하락으로 힘든 상황을 맞고 있다.

일본 석유제품 수요는 2억4322만kl로 최고치를 기록했던 2000년 이후 감소하기 시작해 2013년에는 약 20% 감소한 1억9352만kl로 나타났다.

JXHD-Tonen 양사의 매출을 단순 합산하면 약 14조3000억엔이다. Idemitsu-Showa(약 7조6000억엔)의 2배에 달한다. 이들 회사는 정제시설 운영을 일원화해 휘발유 등의 안정적인 공급을 확보하면서 설비과잉을 해소해 운영 효율화를 꾀할 계획이다.

경제산업성은 ‘에너지 공급구조 고도화법’에 의거, 2017년 3월 말까지 요구하고 있는 정제시설의 규모 감축에 대응한다는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국 역시 2013년 3월 시진핑 주석 취임 이후 에너지안보를 에너지정책의 핵심으로 설정하고 저유가 기조를 이용해 전략비축유(SPR)와 석유 및 천연가스 비축시설을 확충하고 나섰다.

국영석유회사 시노펙(Sinopec)은 호주, 브라질, 캐나다, 카자흐스탄, 앙골라 등의 유망 석유·가스자산을 잇따라 매입했다. CNPC사도 미국과 캐나다의 셰일가스 지분을 인수하는 등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측면으로 접근하고 있다.

 

▲ 저유가… 석유자산가치 저평가

글로벌 에너지기업들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쉘(Shell)은 지난 4월 BG를 합병해 브라질 심해자산을 확보했다. 경쟁력있는 심해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중복기능을 없애기 위한 전략이다.

노블 에너지(Noble Energy)는 5월 로제타(Rosetta)와의 합병으로 우량 셰일자산을 확보하고 효율성을 높였다. 페트로나스(Petronas)는 스타토일(Statoil)의 아제르바이젠 자산을 22억달러에 사들였다.

랩솔(Repsol)은 영국 북해와 미국 육상 자산을 보유한 탈리스만(Talisman)을 전략적으로 인수해 OECD국가 자산을 36%까지 늘렸다.

최근 과거와 최근 저유가시 글로벌 석유회사의 대응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고유가 시기에는 자산 고평가에 따라 우량한 자산도 좋은 투자 대상이 아닐 수 있다며 하지만 저유가 시기에는 우량한 자산은 물론 나쁜 자산 역시 좋은 투자대상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 석유시장 변화 대응책은 '전략적 Positioning'

우리 정부도 저유가시대 대비하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국제유가전문가협의회를 개최하고 최근 유가 하락과 미국의 원유수출규제 폐지 등 석유시장 여건 변화에 따른 국제 석유시장 동향과 영향을 긴급 점검했다.

국제유가전문가협의회는 최근 유가급락은 1986년에 국제유가 급락한 상황과 비슷하다고 진단했다. 또 당시 저유가는 걸프전 기간을 제외하면 중국의 경제성장으로 석유소비가 급증하기 시작한 2000년대 초반까지 약 15년간 지속됐다고 설명했다.

협의회는 현 저유가 기조는 구조적인 요인에서 비롯되며, 당분간 공급과잉이 해소되기 어려울 것으로 평가했다. 2016년에도 국제유가는 올해와 유사한 배럴당 40~50달러 수준에서 형성될 것으로 전망했다.

석유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로서는 최근 저유가 상황은 위기가 아니라 에너지 자립도를 높일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면서 "자원개발이 장기적인 투자 사업이라는 특징을 고려할 때 최근 글로벌 에너지기업들이 추진하듯 해외 유망자산 확보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원 사업을 효과적으로 추진하려면 현재의 자원개발 사업의 구조를 감안할 때, 자사의 전략적 목표 달성을 위해 여러 사업 단계 중 어떤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지를 결정하는 전략적 Positioning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해외자원사업에 처음 진출하면서 개발에서 판매에 이르는 모든 단계를 단독으로 추진하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각 기업들은 탐사에서 판매에 이르는 여러 사업 단계 중 어디에서 최상의 성과를 거둘 수 있는지 판단해야 한다. 그 다음 어떤 업무에 집중하고 무엇에 중점 투자할 것인지를 결정한 후 실행에 옮겨야 한다. 특히 경기침체 우려가 확대되면서 자원개발 사업의 성과가 악화될 가능성도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활동의 초점을 투자 대상 자산의 탐색이 아니라, 개발을 잘 하는 기업의 발굴에 맞추면 보다 효과적이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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