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칼럼] 탄소와의 싸움, 이길 수 있다
[E·D칼럼] 탄소와의 싸움, 이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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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1.22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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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균렬 /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지난 세밑 파리에선 2020년 이후 신기후체제 협정에서 지구평균 온도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에 견주어 1.5도 안짝으로 낮추기 위해 노력한다고 했다. 이제 불 잔나비와 함께 대한민국 신토불이 에너지 포트폴리오를 짜야 할 때다. 신체제는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우리에겐 축복일 수 있다. 20세기가 부존자원의 싸움터였다면 21세기는 과학기술의 씨름판이다.

신체제와 함께 업계의 희비가 엇갈리고, 생산자와 소비자 경계가 무너지는 등 생태계가 탈바꿈하고 있다. 외형적으로는 평온해 보였지만 내부적으로는 치열했던 지난해를 뒤로 하며 새해는 변화무쌍한 경계조건 하에 움직이는 과녁처럼 우리에게 다시금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탄소와의 전쟁, 기술이 지구를 구제해줄 것인가, 아니면 기적이 인류를 구원해줄 것인가.

파리 협정은 에너지 세상의 새로운 길라잡이로, 탄소를 방출하는 연료를 줄이고 지구를 보전하기 위한 약속이다. 우리나라는 온실기체 배출량을 2030년 전망치 대비 37% 줄이겠다는 목표를 제출했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보일 수도 있지만 지금은 왈가왈부가 아니라 유비무환이 해답이다. 신기후체제는 도도히 흐르는 강물이고, 거스를 수 없는 물살이다. 과거에 연연해하는 것은 미래를 포기하려는 것과 다름없다.

현대는 가히 에너지를 딛고 살아간다. 덥히고, 식히고, 밝히고, 자동차를 달리고, 비행기를 날린다. 24시간 스위치를 올리고, 365일 플러그를 꼽는다. 1980년대 가정에 전자제품이 서너 개였던 게 지금은 스무 개가 넘는다. 2050년엔 지금보다 2배 가까이 에너지를 갈구할 것이다. 문제는 여태까지 화석이 상당부분 메워왔다는 것이고, 그러는 사이 푸른 지구는 알게 모르게 더워지기 시작했다.

탄소와의 싸움에서 이길 수 있는 길이 없는 건 아니다. 문제는 우리가, 동네가, 나라가 따라갈 생각이 있느냐, 걸어갈 마음이 있느냐 하는 것. 아무도 뒷마당에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면 과학기술은 갈 곳을 잃고, 설 자리가 없다. 지금이라도 난제를 풀지 않는다면 온난화와 함께 뒷마당은 어차피 예전과 같진 않을 텐데도.

혹자는 선진국들이 개발도상국들에 비해 에너지를 훨씬 덜 쓰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개발도상국들은 선진국들만큼 에너지를 많이 쓰면 안 될 거라고도 한다. 하지만 이는 홍익이나 형평에도 어긋나는 발상이다. 누가 달리는 기차를 멈출 수 있단 말인가. 2100년엔 에너지 수요가 지금의 3배가 될 거라는데. 과학기술의 숙제는 인류에게 지속가능 청정무구한 에너지 포트폴리오를 선사하는 것이다. 물론 단 한 알의 묘약이나 특효약이 있을 순 없다. 그러나 국가마다 지역마다 최적의 처방전을 찾을 순 있다.

정부가 제시한 37%는 터무니없이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천천히 뜯어보면 길이 보인다. 시간을 가로축, 탄소를 세로축으로 잡으면 가로는 2016~2030년, 세로는 0에서 37%까지 직각삼각형이 그려진다. 이 삼각형을 가로는 그대로 두고, 세로만 10, 10, 10, 7%로 나누면 4개의 삼각형이 만들어진다. 여기에 화석, 원전, 재생, 효율을 각각 대입하면 큰 그림이 그려진다.

화석연료를 당장 버릴 순 없다. 그 대신 태우고 나온 탄소를 대기로 날려 보내기 전 잡아가두어 원래 있었던 곳, 즉 지표나 해저에 묻어버리는 기술을 상용화하자. 원자력 또한 안전을 처음부터 끝까지 언제나 지키고, 쓰고 난 연료는 깊숙이 묻어버리자. 사회적 갈등도 잘 풀어나가자. 핵융합에 더 많은 투자를 하자.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는 비용을 빨리 낮추자. 지붕에 태양광판을 올리고, 언덕과 바다에 풍력공원을 만들자. 지능형 전력망으로 에너지 효율을 높이자.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 했다. 지금처럼 인류가 에너지를, 그것도 이렇게 많이 필요로 한 적이 있었을까. 그러니 21세기는 온갖 발명이 이루어지는 위대한 세상이 될 것임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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