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주헌 에너지경제연구원장
“에너지신산업, 기존 틀 안에서는 어렵다”
[인터뷰 ]박주헌 에너지경제연구원장
“에너지신산업, 기존 틀 안에서는 어렵다”
  • 변국영 기자
  • bgy68@energydaily.co.kr
  • 승인 2016.03.29 19: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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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부문 개방 통한 전력 소매시장 경쟁 ‘핵심’
가스 도매시장 개방, 긴 안목 가지고 논의해야

 
[에너지데일리 변국영 기자] 에너지경제연구원은 28일 연구성과 발표회를 가졌다. 지난해 연구원이 수행한 연구과제를 소개하고 논의하는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는 에너지 핵심현안에 대한 전문가들의 깊은 논의와 토론이 이뤄졌다. 발표회 후 박주헌 에너지경제연구원장은 기자들을 따로 만나 에너지 현안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 정부가 에너지신산업에 대한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습니다. 에너지신산업에 대한 필요성은 업계도 인지하고 있으나 다소 과열돼 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특히 성공요인이라고 할 수 있는 민간기업 투자 유치와 관련 어떤 점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신기후체제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기술발전과 ICT의 활용으로 에너지 수요관리와 효율향상, 온실가스 감축을 혁신적으로 수행하는 에너지 신산업이 그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최근 에너지 신산업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추진 의지도 확인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에너지 신산업은 기본적으로 단기적 성과에 급급하기보다는 에너지 시스템과 산업구조의 변화를 통해서 중장기적으로 추진돼야 할 과제입니다.

다양한 친환경 에너지원 및 에너지 서비스의 융복합을 통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의 창출과 관련되므로 민간의 투자 증대와 에너지 시장의 경쟁적 환경 조성이 필수적 과제입니다. 다양한 사업자와 소비자 스스로 수익성 있는 사업모델을 창출하거나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위해서는 시장의 진입장벽을 허물고 수요와 공급에 의해 가격결정이 이루어지는 시스템이 마련될 필요가 있습니다.

우선은 현재와 같이 저유가 상황 하에서 에너지 세제개편을 통해서 환경비용 등 외부비용을 반영하는 합리적 에너지 가격체계의 개선이 시급한 과제인데 이는 에너지 신산업 관련 비즈니스 모델의 창출이 에너지 요금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에너지 신산업의 초기 시장창출에는 정부의 주도적 역할이 필요하지만 장기적으로 에너지 신산업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자생적인 민간투자가 지속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 경쟁적 에너지 시스템의 조성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 에너지신산업 활성화와 함께 과거 추진했던 전력산업구조개편을 계속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에너지신산업의 비즈니스 모델은 다양하지만 궁극적으로 누구나 전력을 생산하고 판매할 수 있다는 것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결국 민간의 활발한 참여가 가능하게 될 때 에너지신산업은 그 본래 의도를 100% 달성할 수 있는데 이를 위해 현 시점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판매부문을 개방해 소매 부문에서 유효 경쟁이 일어나도록 하는 것입니다.

실제로 여타 선진국의 경우는 대부분 전력의 판매부문이 자유화돼 있습니다. 새로운 요금제 창안과 판매사업자 선택 등의 자유로운 피드백을 통해서 소비자의 욕구와 자연스럽게 반응하면서 새로운 비즈니스 영역이 창출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판매시장이 개방돼 있지 않아 신사업이 등장하기 매우 어려운 상황입니다. 물론 정부차원에서 에너지신사업 활성화를 위한 각종 정책을 수립하고 있긴 하지만 기존의 틀 안에서는 결코 성공할 수 없습니다.

정부는 2014년 제2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과 지난해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통해 에너지 정책을 공급 중심에서 수요관리 중심으로 전환을 천명했습니다. 이와 더불어 기후변화 대응, 온실가스 저감, 에너지신산업이라는 새로운 환경에 효과적으로 대응을 하기 위해서는 판매부문의 개방을 통한 전력 소매시장 경쟁 유도가 현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라 할 것입니다.


- 가스발전사들의 실적이 악화되고 있습니다. 물론 전력수급난 당시 반대의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이에 대해 현재 전력시장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점이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습니다.

▲지난 2011∼2014년 사이의 전력위기 동안 예비력이 부족해 도매시장에서 형성되는 가격인 SMP(계통한계가격)가 매우 높게 형성됐습니다. 그 당시에는 도매시장의 판매자 중의 하나인 민간 가스발전회사들의 수익이 굉장히 높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반면 도매시장의 유일 구매자인 한전의 수익성은 적자를 면치 못했습니다.

그런 상황에 반전이 일어나기 시작한 것은 2014년 말부터입니다. 신규 석탄, 원자력 발전설비가 새로운 공급력으로 더해지고 경기불황 속에 전기수요 증가폭이 크게 둔화되면서 예비력이 크게 늘었습니다. 이에 따라 SMP도 100원/kWh 이하로 떨어지게 됐 민간 가스발전회사의 실적이 악화됐지요.

주목해야 할 것은 한전이나 민간 가스발전회사 모두, 스스로 잘하고 못해서 적자 혹은 큰 흑자를 기록한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도매시장에서 결정된 요금이 소매요금으로 연동되지 않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 때문에 도매시장 요금이 높은 시기에 한전은 적자를 볼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낮은 전기요금으로 인해 전력기본계획상의 설비구성이 기저전원 위주로 짜여질 수밖에 없었던 여건 때문에 전기수요가 낮은 시기에 첨두를 담당하는 가스발전의 가동율이 낮을 수밖에 없습니다.

중단기적으로는 전기 도매가격과 소매가격이 연동되는 시스템으로 자연스럽게 진화해야 하겠고 장기적으로 정책전원인 원전, 석탄, 신재생을 제외하고는 사업자가 스스로 책임 하에 가스발전 시장 진입을 결정하고 수익성에 대해 스스로 책임을 질 수 있도록 계획적인 요소를 배제해 나아가야 할 것입니다.


- 국제 가스시장이 비전통자원 개발과 저유가 지속 등으로 급변하고 있습니다. 기존 판매자 위주에서 구매자 위주의 시장이 형성되는 가운데 우리나라 가스시장을 민간에 개방해야 될 때라는 의견이 있습니다.

▲가스공사 외의 시장 참여자에 대해 문호를 더 개방해야 한다는 데에 원칙적으로는 동의합니다. 현재 도매시장은 가스공사가 도입, 판매, 시설 등을 전담하던 과거의 상황에 맞추어 제도적 환경이 조성돼 있다 보니 다른 시장 참여자들이 활동하는 데에 많은 제약이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가스 거래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직수입된 가스가 남아도 싼 값에라도 판매할 수 없고 국내 가스시장도 기능 부전 상태여서 가격이 수급 상황을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에 비효율성이 적잖이 파생되고 있습니다.

다만 현재 가스공사가 보유한 장기계약은 천연가스의 안정적 수급을 위해 때로는 부득이하게 불리한 조건에서 체결된 경우도 있고 급격한 시장 개방으로 인해 가스공사가 의무적으로 인수해야 하는 물량을 소진하지 못하면서 재정적 어려움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우선은 현재의 유리한 시장 여건을 잘 활용할 수 있도록 직수입 활성화에 걸림돌이 되는 작은 규제들부터 해결해 가면서 동시에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도매시장 개방 방안에 대한 논의를 긴 안목을 가지고 시작해야 한다고 봅니다.


- 도시가스산업의 경쟁력 강화방안에 관한 용역연구를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작년 도시가스 수요가 전년 대비 6% 이상 감소하고 다른 에너지원과의 경쟁이 격화되면서 도시가스산업이 최근에 많이 어렵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도시가스 업계에서는 이러한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고 정부도 작년 말의 12차 장기 천연가스 수급계획에서 도시가스산업의 경쟁력 강화 필요성을 언급한 바 있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요금이 도시가스 경쟁력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만 도시가스 요금에서 원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고 이 원료비는 가스공사의 LNG 도입가격에 따라 결정되므로 도시가스 업계의 노력으로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다만 과거에 정부가 인위적으로 가격 인상을 억제하면서 쌓인 미수금을 가스공사가 해결하고 있는 것이 도시가스 가격이 상대적으로 높게 유지되고 있는 원인 중 하나라는 점은 향후 정부의 정책 방향에 시사하는 바가 분명히 있다고 봅니다.


- 해외자원개발과 관련 해당 공기업이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돌입하는 등 적잖은 변화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해외자원개발과 관련해 어떤 방향으로 나가야 합니까.

▲저유가 시기의 자원개발 방향을 두 가지 측면에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첫째, 자산에 대한 의사결정입니다. 저유가로 인해 자원개발 기업들이 어려움에 직면해 있습니다. 특히 국내 자원개발 기업들은 낮은 자원가격으로 기업들의 재무구조가 악화됨에 따라 유동성 불안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자원개발 사업은 자원가격의 변동성이 매우 높은 가운데에서 탐사, 개발, 생산까지 20년 이상 걸리는 장기적 프로젝트입니다. 따라서 단기적으로는 재무건전성 개선을 위해 비용절감, 자산매각 등의 자구 노력이 요구되지만 중장기적 성장과 자생력 확보를 위한 자산 포트폴리오의 조정이 필요합니다.

무엇보다도 재무적 어려움으로 인해 자원가격이 낮을 때 성급히 핵심자산 매각 등의 투자 의사결정을 해서는 안됩니다. 쌀 때 사서, 비싸게 파는 time speculation이 실질적으로 불가능하다면 해외자원개발에 대한 전략은 미래에 대한 전망과 정책방향을 바탕으로 적립식 투자를 하듯이 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둘째 해외자원개발의 목적을 다시한번 생각해 볼 때입니다. 기본적으로 자원개발의 목적은 비상시 에너지수급 안정화, 가격 헷징을 통한 경제 안정화, 자원개발산업 및 연관산업의 부가가치 창출에 있습니다.

따라서 향후 자원개발 기업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공급과 가격 측면의 에너지안보 강화라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공기업을 통해 해외자원개발자원개발을 주도해왔습니다. 공기업이 경쟁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기업 스스로가 자율성과 책임성을 가질 수 있는 거버넌스 구축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정부는 자원개발의 정책방향과 목표를 제시하고, 사업발굴, 투자결정 등 성장전략은 해당 공기업이 책임지고 수행하는 거버넌스 조성이 필요해 보입니다.


- 올해로 후쿠시마 원전사고 5주년을 맞았습니다. 원전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까.

▲원자력발전은 크게 에너지 안보, 경제성, 온실가스 감축 차원에서 그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
우선 우리나라는 에너지 부존자원이 거의 없어 수입의존도가 96% 이상으로 매우 낮은 자급률을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전력은 계통이 고립돼 공급 안정성 측면에서 매우 취약해 미래의 전원믹스 결정시 특정발전원에 편중되기 보다는 균형 잡힌 에너지믹스가 필요합니다.

지속적인 경제성장, 국민생활의 안정, 산업생산 증대를 위한 경제성이 고려돼야 합니다. 원전은 상대적으로 가격이 높은 화석연료에 비해 낮은 비용의 연료를 이용함으로써 발전단가가 낮은 편입니다.

신기후체제에 대응하기 위해 전원의 환경성을 고려해야 합니다. 수요절감, 송배전손실, 발전부문 신기술 도입 등은 시간 내 개선효과를 보기에 한계가 있으며 석탄 축소나 가스 확대는 막대한 비용이 들어 현실성이 부족하기 때문에 원자력발전이 발전부문에서 확대가 가능한 중요 온실가스 감축수단입니다.

국민이 우려하는 안전성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야 하며 투명성을 전제로 한 지속적인 국민과의 소통을 소홀히 하면 안 됩니다.

원전 해체시장에도 발 빠르게 대응해야 합니다. 고리1호기 해체사업을 앞두고 440조원 규모의 세계 원전 해체 시장에 효과적으로 진출하기 위해 해체모델을 개발하고 인력을 양성해나가야 합니다.


- 신재생에너지산업이 에너지신산업의 영향으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업계 일부에서는 반짝 활성화가 아니냐는 의견이 있습니다.

▲신재생에너지 아직 경제성이 부족해 정부의 보조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이런 이유로 RPS정책이 2012년에 도입됐고 2024년까지 지속될 예정입니다. 신재생에너지 발전의 경우 SMP이외에도 REC(신재생에너지 공급인정서)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다만 신재생에너지 발전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만큼 REC 가격도 지속적으로 하락할 것으로 보입니다.

일례로 태양광 모듈 가격이 최근 7년간 70%이상 하락했기 때문에 태양광 REC도 하락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신재생에너지가 경제성을 확보할 때까지 지속적인 보조가 필요할 것으로 보이며 2024년경에는 REC 가격이 0으로 수렴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즉 향후 8년 이내에는 신재생에너지의 경제성이 확보대 시장에서의 보급이 자생적으로 확산될 수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 최근 연구원은 연내 국제유가가 50 달러로 회복할 것이란 다소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습니다. 반면 국제 전문가들은 내년 상반기에나 회복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는데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향후 국제유가는 다양한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겠지만 공급 측면의 요인들이 여전히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다시 말하면 저유가 영향으로 생산비용이 높은 원유로 분류되는 미국의 셰일오일 등 비OPEC의 원유생산이 어느 정도 감소할 것인가가 가장 큰 관심사라는 것이죠. 또한 이란에 대한 서방국의 원유수출 제재가 해제됨에 따라 이란이 어느 정도 공급을 증가시킬 것인가도 관심사입니다.

국제유가는 상반기 중에는 공급 과잉이 지속됨에 따라 약세를 보이겠지만 하반기에는 이란의 증산에도 불구하고 셰일오일 생산 감소와 석유수요의 계절적 증가로 수급 불균형이 현저히 완화되면서 상승세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두바이유 기준으로 상반기 중 유가는 배럴당 평균 30∼35달러에 형성되고 하반기에는 배럴당 40∼50 달러에서 등락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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