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칼럼] 몰랐다면 '무능'이고, 알았다면 '배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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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5.19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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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균렬 /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부처님 오신 달……. 석가여래(釋迦如來)를 왼쪽에서 모시고 지혜를 맡아보는 문수보살(文殊菩薩)이 퇴출의 기로에 서있다. 그런 문수보살을 일본정부가 후쿠이현에 존속시킬 방침을 표명하기로 했다고 한다. 사연인즉, 문부과학성 전문가 검토회가 이르면 이달 중 고속증식로 ‘몬주’(文殊)에 대해 이같이 공표할 것이라고 한다.

플루토늄과 우라늄을 섞어 만든 소위 MOX 연료를 투입해 발전하는 고속로는 들어가는 원료보다 생겨나는 연료가 더 많아진다는 점에서 한때 꿈의 원자로라 불렸지만 일본 외에도 미국, 러시아, 프랑스 등지에서 화재와 폭발 등 각종 사고를 내며 계륵으로 전락한지 오래다.

1994년 운전을 처음 시작했지만 이듬해 12월 원자로 냉각재로 쓰이는 소듐이 새나오면서 멈춰 섰다. 16년이 지난 2010년 운전을 다시 시작했으나 석 달 만에 핵연료교환기가 추락하면서 지금까지 개점휴업 상태.

작년 11월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는 문부과학성에 운영사인 원자력연구개발기구를 교체하도록 권고했다. 위원회는 새 운영사를 찾지 못하면 몬주의 폐로 포함 향후 계획을 6개월 안에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시한은 이미 지났지만 새 운영사를 찾는 작업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그럼에도 일본정부가 몬주를 애지중지하는 것은 플루토늄 보유에 대한 명분을 행여나 상실할까봐 노심초사(勞心焦思)함이 역력하다.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을 제외하고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플루토늄 생산이 허용된 일본은 마음만 먹으면 핵폭탄 8000기를 만들 수도 있는 잠재적 핵보유국으로 남아 있으려는 저의가 엿보인다.

2011년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의 여파로 현재 센다이 등 극히 제한적 원전만 가동하고 있는 상황에서 재처리한 플루토늄은 갈 곳도, 쓸 곳도, 설 곳도 없다. 결국 구관이 명관, 하나뿐인 아궁이 몬주를 폐쇄할 경우 플루토늄은 불상불하(不上不下), 일본정부는 진퇴무로(進退無路).

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해 추출한 플루토늄은 원자로의 연료로도, 핵폭탄의 원료로도 쓰일 수 있다. 일본정부가 용처불명의 플루토늄 보유를 고집하는 것은 유사시 단기간 내, 이를테면 6개월 내에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려는 건 아닐까. 일례로 중국은 작년 유엔 총회 군축관장회의에서 일본이 대량의 플루토늄을 보유하겠다는 것은 최단기간에 핵무기를 제조하겠다는 건 아닌지 성토했다.

오바마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히로시마를 동반 방문해 '핵무기 없는 세계'를 호소하겠다는 미국과 일본의 표리부동한 입장은 어깨엔 북(北)핵을 지고, 머리엔 로(露)핵을 이고, 뒤쪽엔 중(中)핵을 끼고, 앞쪽엔 일(日)핵을 꿰찰 대한민국에겐 청천벽력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우리 정부는 과묵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대한국민은 어차피 삼일절 이후 혼자였는지도 모른다. 대한민국 정부는 예나 지금이나 정쟁엔 열을 쏟았지만 민생은 늘 뒷전이었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원폭이 없었다면 우리는 지금쯤 어디만큼 가고 있었을까. 상상하기도 싫다. 해방 후 얼마 있다 뼈아픈 전쟁, 그리고 끝이 보이지 않는, 지구 상에 유일하게 허리가 잘린 나라.

여의도를 보나, 북악산을 보나, 세종시를 보나 기댈 데가 별로 없다. 도쿄전력이 후쿠시마 사고원전 방사성 오염수를 바다에 버릴 때도, 오염된 선박의 평형수를 항구에 퍼낼 때도, 우리 정부는 국민의 안위를 외면했다. 몰랐다면 무능하고, 알았다면 배임(背任)이다. 북한이 탄도탄을 쏘아대고, 핵폭탄을 터뜨려도 백안시하기 일쑤, 며칠 언론과 함께 화들짝하다가 슬그머니 꼬리를 내리고 만다. 별 거 아니란다.

국민은 국민대로 이력나고 말았다. 사나흘이면 홍진에 다시 묻힌다. 아무 일도 없었던 듯. 후쿠시마 때 일본정부에 항의 한 번 못했던 우리 정부는 여론에 떠밀려 사후약방문 격으로 수산물 규제하면서 몇 번이나 일본의 눈치를 살폈다. 이번 몬주 재개 움직임에도 우리 정부는 침묵하고 있다. 무지한 걸까, 의연한 걸까. 불감증일까, 무기력일까. 우리 국민도 이젠 강한 정부, 착한 국회를 가지면 안 될까. 하릴없이 계절의 여왕에게 다시 한 번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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