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칼럼] 원자력이라는 이름의 전차(電車)
[E·D칼럼] 원자력이라는 이름의 전차(電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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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7.14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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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균렬 /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초입(初入)은 눈부시고, 진로(進路)는 좋았는데 퇴로(退路)가 어둑하다. 우라늄을 천천히 태워 엄청난 힘을 꺼내 쓰는 건 좋았는데, 일단 태우기 시작하면 끄기가 쉽지 않고, 끄더라도 한참 뜨거워 오랜 시간 꾸준히 식히지 않으면 자신이 녹을 수도 있고, 물에서 떨어져 나온 수소가 모이면 공기 중 산소를 만나 터지기도 한다. 물론 핵폭탄과는 아주 다르다. 핵연료에는 태울 수 있는 우라늄이 기껏 100 중 5개 밖에 없기 때문이다. 나머지는 무용지물. 핵폭탄에는 90개 넘게 들어 있어 100만분의 1초에 버섯구름과 함께 불바다가 될 수도 있다.

원자핵을 쪼개는 건 좋은데, 자칫 원자로가 뚫리고, 발전소가 꺼지고, 전력망이 흔들릴 수 있다. 게다가 방사선이 나오고 어떤 건 수 만년이 지나야 사라진다. 잘못하면 인간은 물론 자연을 해친다. 새로 생긴 플루토늄이라는 금속은 잘하면 전기를 만들 수도 있지만, 잘못하면 핵폭탄의 원료로 쓰일 수 있다. 독극물이기도 해서 일단 밖으로 나오면 주워담는 데도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기후변화가 떠들썩하며 이산화탄소가 주범으로 지목되고, 화석연료가 된서리를 맞았다. 그런가 하면 신재생과 원자력이 때를 놓칠세라 구세군을 자칭하며 서로 목청을 높이고 있다. 그러나 침착하게 살펴보면 온난화가 슬그머니 꼬리를 내리고 조금은 애매한 기후변화라는 단어가 자리를 꿰차고 있다. 아마도 40억년이 넘는 영겁의 세월 속에 산업혁명 이후 통계자료로 지구가 더워지고 있다고 하기엔 이젠 머쓱해졌는지도 모른다.

냉정하게 보면 탄소보단 수증기가 지구를 덥히고 있고, 사실 탄소는 식물에겐 동물의 산소에 해당한다. 실제로 탄소가 많았던 시절 지구는 지금보다 더 푸르른 세상이었다. 더욱이 지구는 여태 그래왔듯이 앞으로도 빙하기와 간빙기를 되풀이할 것이고, 상상초월 시간 속에 사하라 사막은 다시 에덴 동산이 될 것이다. 그러니 신재생도 원자력도 기후변화라는 다분히 선정적 구호에 편승하지 말고 기회와 위기를 스스로 저울질하자.

제 아무리 원자로 사고는 백만 년, 천만 년, 심지어 일억 년의 1번이라 외쳐도 국민은 믿을 게 따로 있지 할 수도 있다. 체감현실은 10년에 한 번 꼴이다. 더군다나 우리는 불행히도 원전 밀도로 보나 인구 밀도로 보나 세계에서 둘째 가라면 서럽다. 한 술 더 떠 북한의 공격이 언제 현실로 찾아올지 아무도 모른다. 그런데도 우리에겐 제대로 된 방공호나 방재소 하나 없다. 국민은 태연하고, 정부는 태평하다. 뭔가 크게 잘못됐다.

또 하나 원자력이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은 방사선이다. 백 년, 천 년 안전하다 해도 쓰고 남은 연료를 처분할 수 없다면 애당초 생각을 다시 해야 한다. 아직도 한국을 비롯 몇 나라는 소위 4세대 원전에 기대를 걸고 있다. 그러나 사용후핵연료 처분에 대한 명쾌한 답이 없는 한 국록(國祿)과 인력 낭비로 끝날 수도 있다. 답은 우라늄 대신 토륨이나 태양에 있을 수도 있다. 핵융합일 수도 있고, 태양광일 수도 있다.

토륨을 이용한 원자력이나 수소를 사용한 핵융합은 나름대로 신재생 반열에 올라도 손색이 없다. 문제는 언제 어디서 혁신이 나올 거냐, 누가 먼저 성배(聖杯)를 찾을 거냐. 좀더 정확히는 인류가 수소폭탄을 만들고 정년퇴임할 때인데 과연 핵융합에 돌파구는 있는 거냐. 어찌 보면 국제 정치도 세계 시민도 인내의 한계점에 다다르고 있는지도 모른다. 시계가 째깍거린다. 자칫하다간 공상과학으로 끝나버릴 수도 있다.

혹자는 인류 궁극의 에너지 원은 우주에 있다고 믿는 것 같다. 암흑 물질과 암흑 에너지가 바로 그것이다. 아인슈타인의 생각대로 시간과 공간이 엮여있고, 얼마 전 우주에서 중력파까지 찾아냈으니 분명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인류를 구원해줄 것 같다. 꿈은 이루어진다고 하지만 그래도 앞으로 천 년은 기다려야 하지 않을까.

그러니 현재로선 화석연료와 원자력과 재생가능 에너지가 답이다. 비율은 나라마다 마을마다 복불복(福不福). 딱히 황금률이라는 게 없는데 다분히 소모적 갑론을박보단 생산적 기술개발이 관건이다. 역사를 돌이켜보면 삶의 질은 과학자의 눈과 기술자의 손을 거쳐 높아졌다. 정치가의 입도 아니었고 운동가의 발도 아니었다.

누가 석탄에, 원전에 돌을 던지랴. 그 힘을 아꼈다가 탄소가 덜 나오는 화력 발전을 하고, 방사선이 적게 나오고 더 안전한 원자력 발전을 하는 데 쓰자. 인구가 조밀한 대한민국에서 10기가 넘는 원전이 한 곳에서 돌아가도 아무런 사고가 없는 그런 기술을 만들자. 태양이나 풍력도 이제 중국을 제칠 만큼 기술력을 키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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