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칼럼] 너무도 자연스러운 '개방, 공유, 소통, 협력'
[E·D칼럼] 너무도 자연스러운 '개방, 공유, 소통, 협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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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8.12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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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성호 / 한국전기연구원 기술경영정책팀장

 
지난 달, 미국 보스턴에서 개최된 전력 및 에너지 분야 학회에 참석하는 동안에 잠깐 시간을 내어 같은 지역에 있는 MIT 대학의 미디어랩(Media Lab)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몇 년 전에 졸업한 대학원 선배가 그 곳의 한 연구실에서 근무를 하고 있었는데, 학회에 가기 전에 연락이 닿아 미리 약속을 잡을 수 있었던 것이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MIT 미디어랩은 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에 속한 하나의 연구소로써 다학제간 연구가 주로 이루어지고 있다. 디지털 기술을 이용한 표현 및 미래기술 연구뿐만 아니라 특정 기술의 여러 가지 응용 분야 및 활용 가능한 분야들을 새롭고 흥미로운 방법으로 연구하는 데에 힘을 쏟고 있었다.

미디어랩을 둘러보면서 느낄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의 문화였다. 지난 몇 년 동안 우리나라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개방, 공유, 소통, 협력이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미디어랩 건물 내부를 들여다보면 각 연구 그룹은 하나의 거대한 원룸을 사용하고 있었고, 원룸 밖에서 연구 그룹 내부를 훤하게 들여다 볼 수 있도록 출입문 및 복도와 연구 공간을 구분하는 벽 전체가 모두 유리로 되어 있었다(물론 화장실 문과 벽은 유리가 아니다).

안에 어떤 장비나 도구들을 갖추고 있으며, 누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지나가면서 다 볼 수 있다. 심지어 연구 그룹 내에 위치한 교수의 공간도 훤히 들여다볼 수가 있어서, 만나러 갔다가 부재중인 것을 알고 헛걸음으로 돌아오게 되는 경우는 전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보였다. 또한, 각 연구 그룹의 출입문 옆에는 큰 터치스크린들이 설치되어 있어 과거와 현재에 수행하는 프로젝트의 주요 내용 및 구성원들에 대한 자세한 소개를 알 수 있는 등 자신의 주위 연구 그룹 사람들이 무슨 일을 있는지 쉽게 파악할 수 있었다.

물리적인 측면에서 구성원들이 함께 일하고 있는 공간의 힘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크고 놀랍다고 한다. 공간을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따라서 구성원 간의 소통이 원활해질 수도 있고 단절될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해 볼 때에 미디어랩에 적용된 유리라는 소재를 사용한 효과는 알게 모르게 그 조직에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개방적인 환경과 문화를 갖춘 조직들은 신속하게 정보를 공유하고, 서로 학습이 가능하며, 의사결정 또한 빠르다. 이렇게 오픈된 업무 환경으로 유명한 회사로는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구글 등이 있는데, 이들은 공통적으로 현재 세상에서 가장 창의적이고 경쟁력이 있는 조직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의 혁신적 아이디어들이 어디에서 나오고 있는지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요즘 읽고 있는 책을 통해 알게 된 'Affordance'라는 단어가 있다. 어떠한 행동을 유도한다는 뜻으로, 행동 유도성 정도로 번역된다. 디자인이나 실내 건축, 사용자 인터페이스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되고 있는데, 이미 세계의 많은 기업들이 이 개념을 바탕으로 조직 내의 공간을 혁신적으로 바꾸어 왔다. 선배한테 들은 바로는 미디어랩에서도 개방된 환경 속에서 자신이 고민하고 있는 연구 문제들을 자연스럽게 화두로 꺼내고 각자의 생각과 아이디어를 보태어 주는 등 정보를 공유하고 소통하며 협력하는 문화가 너무나 자연스럽다고 한다.

이 외에도 러닝머신 위에서 걸으며 노트북으로 자료를 보는 사람, 소파에 기대어 편한 자세로 일하는 사람, 개방된 휴게 공간에서 잠깐 동안 탁구를 치거나 축구 게임을 하는 사람 등을 볼 수 있었는데, 저 친구는 일 안하고 뭐하는 거야라는 식으로 쳐다보거나 눈치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소통과 협력을 통하여 신뢰와 친근함이 쌓인 구성원들 사이에서는 각자가 일에 좀 더 집중하고 전념할 수 있는 자신의 상태를 만들기 위한 하나의 방법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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