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칼럼] 원전, 안팎이 똑같아야 한다
[E·D칼럼] 원전, 안팎이 똑같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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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9.23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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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균렬 /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원전에 관한 한 안전논란은 예나 지금이나 뜨겁긴 마찬가지지만 우리 사회에선 쌍방이 자기주장만 내세우다 김빠지는 경우가 다반사, 그러다 언론의 무관심과 국민의 무감각 속에 언제 그랬냐는 듯 일상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논란의 불은 원자로에서 지펴져 서서히 핵연료로 번지고 있다. 아궁이뿐 아니라 땔감도 걱정이고, 뒷간은 더욱 골치 아프다.

국내에서 원자력이 화두가 될 땐 두 가지 경우가 있다. 하나는 발전소가 지상에서 고장날 때이고, 또 하나는 북한핵이 지하에서 폭발할 때다. 국민 안전을 진정으로 걱정하고 주민 안녕을 충심으로 챙긴다면 국내 발전소 못지않게 북한 핵무기에도 무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혹자는 말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세상이 바뀔 리가 있느냐고. 물론 세상이 바뀔 리 없을지는 몰라도, 세상 또한 우리를 바꿀 수는 없을 것이다. 과거를 돌아보면 창은 창으로 대응해야 할지 모르지만 그게 안 된다면 방패를 튼튼히 하는 게 차선 없는 최선일 수도 있다.

최근 북한 탄도탄 착지점에 부산, 울산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되었다. 고리원전이 유사시 북한의 최우선 공격대상이 될 수도 있다. 만약 핵탄두가 장착된다면 결말은 사뭇 참담할 수도 있다. 명백하고 실존하는 북한 위협 앞에 우리 원전은 과연 안전한가.

현재 부산 기장군과 울산 울주군에는 고리 1~4호기, 신고리 1~4호기 등 총 8기의 원전이 몰려있고, 여기에 신고리 5?6호기가 들어설 예정이다. 포화상태에 이르러가는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의 안전성을 안팎과 위아래 짚어보고, 원전 폭파 시 국민 보호, 국토 제염, 시설 해체, 환경 복원을 국가 차원에서 전면 검토하고, 전국 방재망을 구축해야 한다.

그런데도 원전 가치를 안전과 맞물려 주장하는 원자력계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되뇐다. 최악의 사고가 난다 해도 주민은 편히 먹고 잘 수 있다거나, 국민은 하던 일을 계속하면 될 거라고 한다. 이들은 원전 사고가 있을 때마다 기술을 보완하고 발전시켰다고 말한다. 그냥 두고 걸어 나가도 되는 신형 원전을 만들어 사람 없이 저절로 돌아가니 염려할 필요가 없다고도 한다.

그러나 이는 기술의 과신이거나 자만일 수도 있다. 자연은 때론 기술을 압도하면서 성동격서(聲東擊西)를 되풀이하고 있다. 무엇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원전을 망가뜨릴 수도 있다. 더 이상 백만 년, 천만 년, 심지어 일억 년에 한번 날까말까라는 해묵은 산수(算數)에 안주하지 말자.

인공이든 자연이든 재앙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그래서 원천적으로 안전한 원전이란 세상에 없다. 고리엔 10m 해일 방벽을 2km 넘게 쌓았지만 정작 장마에 불어난 빗물을 막지는 못했다. 중국의 원전 건설현장도 한반도를 한나절이면 덮칠 수도 있다. 국민 눈높이에선 미래가 없어 보일 수도 있다. 더 이상 경제적이지도, 안전하지도, 지속가능하지도 않은 위험한 원전을 없애야 한다고 말할 수도 있다.

북한, 중국 위협 외에도 세계 최초로 10기의 원전이 밀집되는 고리에서 신고리 5·6호기 건설허가 시 후쿠시마 교훈으로 다수호기 동시 문제발생을 상정해서 계산하고 검토해야 하는데, 현재 세계적으로 기준이 없다고 하여 그냥 합격시킨 것도 문제다.

고리지역에서 만의 하나 지진이 나면 후쿠시마 후속대책의 일환으로 설치된 지진자동정지계통이 작동하여 10기가 동시 정지되는 경우, 오히려 국가 차원의 전력대란이 일어날 수도 있다. 우리 정부는 과연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있는지. 아니면 은근슬쩍 다음 정부로 떠밀고 있진 않은지.

원전 안전, 이젠 껍데기만 따지지 말고 알맹이를 들여다보자. 세상에 껍데기와 알맹이가 일치하는 경우를 보기란 낙타가 바늘구멍을 뚫고 가는 것만큼이나 힘겨울 수 있다. 그러나 원전에서만큼은 안팎이 똑같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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