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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칼럼] 원전의 '사계'… 국민과 화성하라서균렬 /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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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11.04  10: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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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발디 협주곡 모음집 '화음과 창의에의 시도' 중 앞의 네 작품이 사계(四季)다. 각 곡마다 계절을 그린 짤막한 시가 붙어있는데 그냥 듣다가는 곡의 순서를 바꿔도 알아차리기 어려울 정도. 특히 여름과 겨울이 그렇다. 작곡자의 저작권은 없어졌지만 연주자의 저작권은 살아있다. 그런데 명연주를 하려면 명기가 필요하다.

미국과 캐나다로부터 통째로 들여오던 '원전의 봄'과 앞만 보고 달리며 한국형을 개발하고 수출까지 다다른 '원전의 여름'을 지나, 이젠 국민과 함께 거울 앞에서 옆과 뒤도 살펴야할 '원전의 가을'이 왔음에도 한국 원자력은 수치에 대한 맹신과 기술에 대한 과신, 외형에 대한 자만과 함께 관성에 따라 앞으로만 나아가려 한다.

한국 원전은 이제 화음과 창의에서 길을 찾아 나서야 한다. 그래야 명품으로 다시 태어나고, 이름이 자신보다 더 커질 수 있다. 지금 제품으론 수출은커녕 내수 시장에서도 화석과 재생 에너지에 자리를 내주어야할지도 모른다. 그러다 신 에너지가 나오면 그나마 설 자리를 모두 잃고 때 이른 ‘겨울’을 맞을 수도 있다.

탄소 배출이 없다는 매력은 국민 불안과 함께 물 밑으로 잠기고 있다. 독일에서 반면교사(反面敎師) 해야 하는데 아직도 ‘원전의 여름’이라고만 치부하면 어느새 가을을 건너 뛴 겨울과 함께 우린 더 이상 원전을 지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 원자력이 아무리 경제적이고 안전해도 충분한 설명이 없으면 시민사회는 불안할 수밖에 없다.

지난 2월 미국의 한 방송은 이색적인 실험을 중계했다. 사용후핵연료가 들어있는 건식저장소에 미사일을 발사했다. 건식저장소가 어느 정도 견딜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한 것이었다. 시속 1000km로 날아간 미사일은 건식저장소를 직격해 미사일은 산산히 부서졌지만 건식저장소는 살아남았다.

양키 원전의 운영사와 버몬트 주와의 보상합의에도 불구하고 해체과정에서 돌발상황은 지역주민을 불안케 했다. 지하수 파동이 대표적인데, 가동을 멈춘 뒤 지하수가 발전소로 차오르기 시작했다. 원자로까지 차오른 게 아니기 때문에 방사능에 오염될 위험이 없다고 판단한 운영사는 처음에 차오른 물을 그대로 뒀다.

그러나 이를 원전 직원이 언론에 알리자 시민사회는 떠들썩해졌다. 그 후 운영사는 이 물을 퍼내 원전해체기업에 방사성폐기물과 같은 처리를 맡겼다. 검사 결과 깨끗한 물로 밝혀졌지만 시민사회의 불안을 잠재우기 위한 조치였다. 설령 위험요인이 아니더라도 이를 시민사회에 투명하게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

충분한 설명이 없으면 원전에 대해 국민은 불안해 할 수밖에 없다. 소통에 왕도는 없다. 소리 내어 통하고, 통 크게 소명하는 것이 본질이다. 소통하려면 통소(通宵), 즉 밤을 새야 한다. 따라서 시민단체, 지역주민, 소방관, 전문가 등을 불러 밤샘 토론하고, 이 과정에서 시민사회의 불안이 무엇인지 듣고 이를 해소해 나가야 한다.

버몬트 양키는 웹사이트를 통해 원전해체와 관련된 정보를 모두 열어놓고 있다. 원전의 해체과정에서 사용되는 비용과 기금은 물론 일지까지 알리고 있다. 해체과정에서 갈등관리를 하지 못할 경우 지역주민과 시민사회는 평행선을 대물림할 수도 있다. 투명한 정보공개는 원자력 재탄생의 첫 걸음이자 마지막 발자국이다.

두툼한 격납건물 속의 원자로보다 느슨한 저장시설 안의 사용후핵연료 안전문제가 더 클 수도 있다. 고리는 조만간 10기의 원전이 돌아가게 될 세계 최대밀집지역이다. 임시저장시설에 있는 6000다발에 가까운 사용후핵연료는 후쿠시마 당시 녹아내린 것보다 4배. 현 상황에서 지진이나 미사일 공격을 받았을 경우 물을 지속적으로 채우는 방법 밖에는 없다. 지속적인 물 공급이 안 된다면 방사능 재난을 비켜가기 힘들다.

한국 원전은 국민에게 너무 인색하지 않았던가. 물 공급이 절대 끊이지 않으리라는 무사안일보다 끊어졌을 때도 끄떡없을 창의(創意)원전을 국민과 화성(和聲)하는 것만이 상생으로 가는 첩경이다. 그래야 제2, 제3의 아랍에미리트가 신기루가 아닌 현실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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