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칼럼] 한국 산업, 4차 산업혁명에 휩쓸리는가
[E·D칼럼] 한국 산업, 4차 산업혁명에 휩쓸리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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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1.20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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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균렬 /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태극기는 심오한 철학을 한 장의 천에 담고 있다. 5000만 겨레의 5000년 역사가 50그램의 섬유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흰 바탕 가운데 빨강 파랑 태극 문양을 검정 건, 곤, 감, 리 네 괘가 에두르고 있다. 1882년 고종의 명을 받아 '태극 팔괘도'를 일부 변형하여 만들어진 태극기는 비운의 조선과 대한제국을 뒤로 하고 행운(幸運)의 대한민국의 국기(國旗)다.

태극은 삼라만상(森羅萬象) 생성의 근원을 의미하며, 무아전위(無我全爲) 역동의 우주를 상징한다. 음과 양을 나타내는 동그라미를 사계(四季)와 사방(四方)과 사덕(四德)을 품은 사괘(四卦)가 둘러싸고 있다. 그런가 하면 사상(四象)을 묘사하는데 하늘과 땅, 물과 불이 그것이다. 135년 간직해온 우리 국기(國旗)에서 우리 국기(國機)를 찾고 우리 국기(國氣)를 다지자.

하늘엔 태양, 땅엔 화석, 물엔 수력, 불엔 원자가 숨어 있으니 부존자원 없는 우리 국기(國機)는 기술을 산업 무기화할 수 있는 신재생과 원자력이라는 국기(國氣)에서 찾아야 한다. 탄핵정국이라는 아수라장에서 넋을 놓았다간 대한민국의 행운(幸運)은 행운(行雲), 즉 지나가는 구름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지난달 폐막한 국제전자제품박람회에는 대한민국은 기업도 기술도 보이지 않았다. 닛산 회장과 엔비디아 최고경영자가 기조연설을 했다. 배출기체가 없고 자동차 사고 사망자도 없는 미래 이동수단을 예고했다. 소비자 가전 부문에서는 화웨이 대표가 기조연설을 했다. 중국 기업 대표가 기조연설을 한 것은 두 번째. 한국의 기조강연자는 없었다.

삼성과 LG는 TV와 가전에서 우위를 확인했지만 4차 산업혁명에 걸맞은 면모는 보여 주지 못했다. 소니와 파나소닉이 돌아왔다. 파나소닉은 자율주행자동차 개발로 업태를 바꿔 세계적 완성차 업체와 손잡고 신제품을 선보였다.

중국 업체는 전시관을 빨갛게 물들였다. 1300개가 넘는 진열장을 차지하고 화웨이 등은 기세등등했다. 박람회 주인공은 전자가전 업체가 아니고, 자율주행차와 빅데이터, 클라우드 시스템을 이용한 의료, 인공지능 로봇 등이었다. 2025년께나 나올 것이라던 완전자율주행차 출시는 5년이나 앞당겨졌다.

자율주행차, 전기자동차 등은 완성차 업체에서 정보기술 업체로 주도권이 넘어왔지만 현대기아차는 물론 삼성전자와 LG전자도 소걸음이다. 파나소닉이 발 빠르게 자동차 업체로 업종 전환한 것에 비해 한국 기업의 변신은 둔했다.

한국 기업은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로봇, 자율주행 등에서 모두 밀리는 분위기였다. 기술 융복합과 개방형 혁신에서도 뒤졌다. 소프트웨워가 약한 하드웨어의 한계가 드러난 것이다. 쫓아온 중국과 돌아온 일본 틈바구니에서 한국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듯 했다.

정부는 4차 산업혁명 방향조차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고고도공중방어망 배치와 관련한 중국의 보복무역, 미국 도널드 트럼프 시대에 따른 보호무역, 소녀상에서 기인한 일본의 통화교환 거부 등 외교 문제가 산적해 있다. 대통령 탄핵소추로 인해 국가는 자중지란에 빠져 있다.

여의도도 북악산도 4차 산업혁명을 외면하고 있다. 조기 대선과 부처 개편을 앞두고 경제와 민생은 표류하고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재계는 총수들의 검찰 소환과 구속 가능성에 떨고 있다. 트럼프 시대를 맞아 중국과 일본이 사력을 다하고 있는 시점에서 국내 대기업들은 하나같이 국정농단에 발목이 잡혔다. 그러나 과학기술만은 흔들리지 말자.

원자력도 방주(方舟)에 옮아 타지 않으면 4차 산업혁명이라는 거대한 파도에 휩쓸리고 말 것이다. 이젠 국내 원자력도 핵융합과 같이 태극호에 올라타야 한다. 하늘엔 붉은 해와 함께 신재생이, 바다엔 푸른 물과 함께 핵융합이 있으라. 땅에는 화석과 원자력이 백의민족을 받쳐 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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