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김기만 / 국가핵융합연구소장
[특별기고] 김기만 / 국가핵융합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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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5.22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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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공이산(愚公移山)’으로 이룰 핵융합 발전
연구 결과 오래 걸리는 과학, 성과가 도출하는 힘 '거대'
한국 '핵융합 발전소' 수출 원대한 꿈, 불가능한 것 아냐

 
시간과 함께 하는 과학의 힘

핵융합연구에 대해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질문은 아마도 “핵융합은 언제 상용화되느냐”일 것이다. 태양에너지의 원리가 핵융합이라는 것을 알게 된 후, 핵융합을 지구에서 만들어 인류의 무한에너지원으로 개발하고자 하는 노력은 전 세계 과학자들을 통해 반세기가 넘게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핵융합 상용 발전을 위해서는 30여년의 연구가 더 필요한 상황이다. 외부에서 보기에 그 발전 속도는 너무도 느려 보이기에 상용화 가능성을 아직 확신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핵융합 연구자로서 이러한 질문을 받을 때마다 떠오르는 말이 바로 ‘우공이산(愚公移山)’이다. 어리석어 보이는 일이라도 우직하게 한 가지 일에 매진하여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면 언젠가 이룰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이처럼 진정한 과학의 힘은 오랜 시간 지식을 축적하고 이를 입증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다. 인류의 역사를 바꿔 놓을 수 있는 위대한 연구 성과는 여러 번의 실패를 거듭하고, 인내의 시간을 거친 끝에 얻는 경우가 많다.

인류의 미래에너지원을 개발하기 위한 핵융합연구 역시 이런 느린 과학에 속한다. 너무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현대 사회의 관점으로 볼 때 핵융합에너지 개발 과정은 너무 느리게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발전의 속도가 느리거나, 연구 결과를 얻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느린 과학일수록 그 성과가 가져오는 혁신의 힘은 크기 마련이다.

세계 각국의 각축전

핵융합기술은 전 세계가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주목하고 있으며 잠재적인 경제적 가치 또한 인정받고 있는 기술 이를 선점하기 위한 주요 선진국들의 각축전은 이미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미국, EU, 일본, 중국 등의 주요 선진국도 핵융합 연구에 투자를 진행하며, 사업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 전력투구하고 있다.

EU는 Horizon 2020 프로그램을 통해 2014년부터 2018년까지 핵융합실증로 연구를 위해 약 32억 유로를 투자할 예정이다. 일본 역시 EU와 공동으로 초전도핵융합장치인 JT-60SA를 개발을 위해 약 1조원을 투자하고 있다. 중국은 핵융합 인력 양성 및 핵융합장치 EAST의 성능향상과 더불어 핵융합실증로 단계로 가기 위한 장치인 CFETR 개발에 공격적으로 투자를 진행하는 등, 세계 선진국들이 앞 다투어 핵융합기술발전에 막강한 자금과 인력을 투자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국가 차원의 핵융합 연구개발 활동을 1995년부터 시작, 2007년 초전도핵융합장치인 KSTAR를 완공하면서 본격적인 연구개발 활동을 추진해 많은 경제적·기술적 성과를 창출했다. 이와 함께 EU, 일본, 러시아, 미국 등 주요 선진국들과 공동으로 핵융합 상용화 가능성 최종 검증을 목표로 하는 국제핵융합실험로 건설을 추진하는 ITER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선진국에 비해 핵융합 연구의 후발주자였지만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핵융합장치 KSTAR의 운영을 통해, 매년 세계적 수준의 연구 성과를 달성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는 핵융합 상용화의 핵심과제인 고성능플라즈마 운전에 있어 세계최고 기록인 70초를 달성했다. 뿐만 아니라 미래 핵융합상용로 운전을 위해 반드시 개발되어야 하는 차세대 플라즈마 운전 방식의 구현도 새롭게 이루어졌다. 이러한 국내 핵융합 연구 역량은 우리나라가 빠르게 핵융합 선도국으로 자리잡을 수 있는 기반이 되고 있다.

미래에너지원의 조건과 핵융합

이처럼 우리나라를 비롯한 선진국들이 ITER 사업과 같은 국제 공동 연구 뿐 아니라 각국의 자체 핵융합 연구에도 이렇게 적극적인 이유는 핵융합에너지 상용화가 가져올 인류 생활의 혁신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핵융합은 자원의 무한성, 친환경성, 안전성, 고효율 대용량 등의 현재 요구되고 있는 미래에너지원의 조건을 가장 많이 충족시키는 에너지원으로 꼽힌다.

그 뿐만 아니라 핵융합 연구과정에서 파급되는 경제효과도 간과할 수 없다. 우리나라는 ITER사업에 참여하며 진공용기, 초전도자석, 삼중수소 운송·저장, 전력공급계통, 블랭킷 등 총 10개 품목을 국내기술로 제작해 공급하고 있다. 이 조달품목들은 대부분 국내 산업체를 통해 제작된다. 뿐만 아니라 ITER국제기구 및 타 회원국 역시 ITER건설을 위한 대규모 사업들의 입찰을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산업체와 기관이 이들로부터 직접 사업을 수주하고 있다. ITER사업 관련 해외 직접 수주 금액은 지금까지 총 93건으로 무려 5400억원에 달한다.

인내심 있는 기다림

핵융합에너지의 상용화까지 수십 년이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핵융합 참여 기업들은 ITER사업을 통해 핵융합연구의 경제적 가치를 확인하고 있다. 핵융합연구 참여를 통해 얻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해외 사업 수주는 물론 항공, 우주, 가속기 등 타 거대과학 분야로 참여 반경을 넓히고 있기도 하다.

이후 핵융합 상용화 기술 확보에 성공한다면 핵융합 발전소 건설이 본격화 되는 시점에는 연구 과정에 참여한 한국 기업은 더욱 주목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핵융합 발전소 수출이라는 원대한 꿈도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 이처럼 핵융합연구개발은 우리나라가 차세대 에너지 강국으로 발돋움 할 수 있는 기회이며 대한민국의 경제를 이끌 잠재적인 거대과학임이 분명하다.

핵융합 연구에 대한 대중적인 관심은 여전히 부족하다. 핵융합 상용화는 아직 너무 먼 이야기 아니냐는 우려 섞인 의견도 존재한다. 하지만 우공이산의 마음으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연구자의 노력과 함께 국민과 정부의 ‘인내심 있는 기다림’이 더해진다면 인류 역사의 패러다임을 바꿔 줄 핵융합에너지 상용화로 가는 탄탄한 길이 마련될 것이다. 대한민국이 변하지 않는 노력 끝에 핵융합에너지 시대를 맞이하여 새로운 경제대국으로 일어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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