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한국전기연구원 40주년, 세계로 비상하다
[기획] 한국전기연구원 40주년, 세계로 비상하다
  • 송병훈 기자
  • hornet@energydaily.co.kr
  • 승인 2017.05.22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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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물결, 선제적·효과적 대응 중점
세계 일류 정부출연연구기관… 3대 분야 톱다운 과제 추진
HPEMP 보호용 핵심소자 기술 등 최근 성과 기술사업화 박차

[에너지데일리 송병훈 기자] 한국전기연구원(KERI, 원장 박경엽)이 올해로 창립 40주년을 맞는다. KERI는 지난 1976년 국가공인시험기관으로서 첫 출발한 이후 최고수준의 전기전문연구기관이자 과학기술계 대표 정부출연연구기관으로 성장했다. 현재 경남 창원에 소재한 본원 외에 2개의 분원(안산, 의왕)이 있으며, 전체 직원수는 610여명에 달한다.
KERI는 지난 40년간의 주요 성과 10선으로 ▶765kV 전력설비 국산화 개발 ▶차세대 전력계통 운영시스템(EMS) 개발 ▶원전제어봉 구동장치 제어시스템 개발 ▶한국형 배전자동화 시스템(KODAS) 개발 ▶산업용 펨토초 레이저 개발 ▶도시형 자기부상열차 부상제어시스템 ▶SiC 전력반도체 개발 ▶HVDC용 고속 직류 차단기 ▶4000MVA급 대전력 시험설비 증설 ▶발전소용 Digital AVR 개발 등을 꼽고 있다.
세계 일류 정부출연연구기관로 굳건히 자리매김한다는 목표하고 있는 KERI의 최근 주요 성과 및 추진 내용을 지면에 담았다.


▲ 경남 창원에 위치한 한국전기연구원(KERI) 본원 전경
중장기 연구개발 발전 계획

KERI는 다가오는 4차 산업혁명의 물결에 선제적이고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연구업무에 집중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KERI 박경엽 원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앞으로는 로봇과 에너지, 의료기기 산업이 국내 산업과 R&D의 핵심 분야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이를 위해 ‘KERI 중장기 연구개발(R&D) 발전 계획'을 수립, 관련 연구분야에 대한 투자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을 공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KERI는 먼저, 톱다운 과제를 4차 산업혁명 대응 3대 분야에 맞춰 재편하기로 했다. 톱다운 과제는 대형성과 창출을 목표로 기본 연구예산 50% 이상을 우선 배정하는 대형·융복합·성장동력 연구다. KERI는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공작기계용 정밀제어 시스템을 비롯해 형광 전자내시경, 로봇용 초정밀 서보 모터, 노인친화형 스마트 보청기 등 19개 제품 및 기술을 'KERI 톱다운 과제'로 확정하고 집중 개발하고 있다.

현재 전체 연구비 가운데 3대 분야 비중은 57% 수준이고, 3대 분야 투입 연구비를 전체 연구비 대비 70% 이상으로 높일 계획이다.

로봇 분야의 경우 단기적으로는 인체 심장과 관절에 해당하는 모터와 정밀 연결 부품 개발에 초점을 맞췄다. 중장기로는 제어 기술을 비롯한 로봇 운영 시스템으로 확대한다.

에너지 분야는 국가 전력망, 즉 전체 전력시스템 변화에 대비한 전력시스템 엔지니어링 기술과 분산 전원,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최신 기술 확보에 집중할 계획이다. 최종 목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응해 국가 전력시스템 변화 전반을 아우르는 시스템 엔지니어링 기술 확보다.

의료기기 분야는 KERI가 이미 차세대 먹거리로 중점 추진한 분야이며 이미 여러 성과도 거뒀다. 특히 급격한 노령화 사회 진입이 현실로 다가옴에 따라 다양한 의료기기들의 중요성도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KERI 관계자는 "이들 분야는 KERI가 이미 기반 기술을 갖고 있는 분야이긴 하지만, 향후 더욱 주력해야 할 분야들이기 때문에 국가·사회적으로 파급효과가 크고 세계를 선도할 수 있는 가치있는 연구성과를 창출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근 주요 성과들은…

고출력 전자기펄스(HPEMP) 보호용 핵심소자 기술 = KERI는 지난해 11월 고출력 전자기펄스(HPEMP, High Power Electromagnetic Pulse) 및 직격뢰로부터 핵심시설물을 보호하는 장비인 바리스터(Varistor) 제조기술을 국산화 개발하고, 관련 전문기업인 ㈜아이스펙에 기술이전했다. 착수기술료 5.5억원(VAT 포함)에 해당 부품 매출액에 따른 일정비율의 경상기술료를 지급받는 조건이다.

특히 관련 기술은 국가 안보 차원의 기술보안(수출금지)으로 인해 국가간의 기술교류가 불가능한 분야로, 독자적인 원천 대체기술을 확보할 필요가 있었다고 KERI는 설명한다.

▲ KERI가 개발한 대용량 '바리스터' 시제품
KERI 전기환경연구센터가 개발한 기술은 고출력 전자기펄스(HPEMP) 보호장치 및 서지보호기(SPD, Surge Protective Device)의 핵심소자인 바리스터(Varistor) 제조 기술이다. HPEMP 보호장치에 요구되는 바리스터는 매우 큰 에너지내량이 요구된다. 기존 바리스터로는 요구성능을 충족시킬 수 없어 단일소자 형태의 에너지내량이 큰 대용량 바리스터의 개발이 필수적이다.

대용량 바리스터 핵심기술 확보를 위해서는 재료조성 뿐만 아니라 소성 및 성형프로세스 기술, 전극·단자 패턴 설계기술, 성능평가기술이 요구되며, 특히 물리적·화학적 기술기반의 과도전자계 해석기술 및 열 해석기술이 필요하다.

연구팀은 그동안 축적한 기반기술을 바탕으로 공정 프로세스에 필요한 설비를 구축하고, 국내에서 유일하게 바리스터 상용화 경험이 있는 외부전문가와의 협업을 통해 다수의 소용량 바리스터 소자를 병렬접속한 형태가 아닌 단일소자의 형태의 대용량 바리스터 제조 기술을 확보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현재 해외 선도기업의 제품수준 이상인 50kA(킬로암페어)급의 대용량 바리스터 생산기술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현존하는 단일소자 대용량(Iimp) 바리스터 중 최대 전류내량이며, 기존소자(25kA)보다 2배 크다. 단일소자 형태의 바리스터로는 세계 최고 에너지내량의 성능을 갖고 있어 해외시장에서 경쟁우위를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선도업체의 대용량 바리스터에 비해 약 2배의 전류밀도를 가지고 있고, 동일 면적의 일반적인 바리스터에 비해 약 16배 에너지내량을 가지고 있다.

이 기술은 고출력 전자기펄스(HPEMP)에 대한 방호 및 직격뢰 보호가 요구되는 국가 핵심 주요시설 등에 적용이 가능하며, 특히 HPEMP 보호장치, 직격뢰 보호용 1등급 서지보호기(SPD) 등에 적용할 수 있다. 최근 국내·외적으로 직격뢰가 자주 발생하는 풍력발전설비 및 태양광발전 설비 등 대형 신재생에너지 설비의 보급이 활발해짐에 따라 이들 설비보호용 1등급 SPD의 수요도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개발된 대용량 바리스터를 적용한 HPEMP 보호장치 및 서지보호장치의 신뢰성 향상은 국가 중요시설을 더욱 안정적으로 운용할 수 있게 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무기급 HPEMP 공격에 대응한 대규모 정전사고, 유무선 통신장해, 항공·교통사고, 수자원·가스공급 중단사고 등 총체적인 재난·재해 예방 및 체계적 관리 기반 마련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관련 기술은 지난 4월 ‘2016년 출연(연) 10대 우수 연구성과’에 선정되며 그 성과를 입증 받았다.

SiC 전력반도체 기술이전 및 사업화 = ‘고효율 신소재 탄화규소(SiC) 전력반도체’는 전기차의 에너지 효율을 획기적으로 올릴 수 있는 핵심 부품 기술이다. 전력반도체는 높은 전압과 큰 전류를 제어 및 조절하는 반도체로, 사람의 몸으로 치면 근육과도 같은 역할을 한다.

현재 전력반도체는 실리콘(규소) 반도체가 장악하고 있다. KERI는 16년간의 지속적인 연구와 투자 끝에 기존의 실리콘반도체 대비 전력을 덜 사용하고 열도 거의 발생하지 않는 획기적인 특성을 지닌 탄화규소(SiC) 전력반도체를 개발했다.

KERI는 이 기술을 전력반도체 전문업체 국내 중견기업인 메이플세미컨덕터에 착수기술료 11억5500만원에 기술이전한 바 있다. 전력반도체 분야에서는 최대 규모다.

▲ 올해부터 양산이 본격화될 전망인 'SiC 전력반도체'
탄화규소(SiC) 전력반도체를 전기자동차에 적용하면 배터리의 전력을 덜고 차체의 무게와 부피도 줄일 수 있어 약 5%이상의 연비 증가를 기대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장점을 기반으로, 탄화규소(SiC) 전력반도체는 ‘2015년 출연(연) 10대 우수 연구성과’, ‘미래창조과학부 선정 2016년 국가연구개발(R&D) 우수성과 100선’ 등에 선정되며 우수엉을 입증받았다.

연구팀은 2016년부터 사업화를 위한 지속적인 기술지원을 제공하고 있으며,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양산화를 진행할 예정이다.

전기전자소자용 잉크기반 다중소재 3D 프린팅 기술 = 3차원 프린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KERI는 그래핀, 탄소나노튜브(CNT), 금속 등 다양한 소재를 이용, 머리카락보다 훨씬 가는 굵기의 3차원(3D) 기능성 구조체를 제작할 수 있는 3D 프린팅 기술들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이 기술은 고해상도, 고전도도를 갖는 탄소나노튜브 3차원 마이크로 구조물 제작이 가능한 CNT 잉크 및 3D 프린팅 기술이다. 3D 프린팅용 무가열 은(Ag) 잉크도 개발돼 별도의 열처리가 필요없이 전도도를 갖는 잉크로 열에 취약한 기판(장갑, 고분자)에 전기배선 프린팅이 가능하다.

초미세 노즐과 잉크 역할을 하는 ‘산화 그래핀’, ‘탄소나노튜브(CNT)’ 용액을 활용, 마이크로 및 나노미터급의 극미세 3차원 구조체를 간단한 공정으로 제작할 수 있다. 이 기술을 통해 제작된 그래핀, 탄소나노튜브 미세 구조체는 전기 전도성이 뛰어나 전기가 잘 통하고, 화학적·구조적 안정도가 높다. 열적·기계적 특성도 우수해 휘거나 구부러지는 등의 충격에도 강한 특성을 갖는다.

KERI의 3D프린팅 기술들은 기존의 거시적인 구조물을 제작하는 것에 그쳤던 3D 프린팅 기술의 한계를 넘어, 다양한 소재로 마이크로나 나노미터 수준의 3차원 기능성 미세구조물을 제작할 수 있다. 따라서 3차원 패터닝(patterning)을 위한 마땅한 기술이 없었던 인쇄전자 분야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받고 있다.

KERI는 올해 중 해당 기술에 대한 특허 확보 및 관련업체와의 기술이전을 통해 빠른 시일 내에 ‘3D 프린터’를 상용화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