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칼럼] 미국의 기후·에너지 정책 선회를 바라보며
[E·D칼럼] 미국의 기후·에너지 정책 선회를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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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6.09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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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성호 / 한국전기연구원 선임연구원

 
며칠 전,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오바마 정부 시절 UN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합의한 파리 기후변화 협정의 탈퇴를 선언하였다. 국내·외 언론들이 해당 내용을 뉴스로 다루었지만, 이는 그가 속한 공화당 및 미국의 보수 유권자들이 지금까지 보여주었던 기후변화에 대한 기존 태도에서 벗어나지 않는 행보이며, 예측 가능한 일이었다. 당장 기후변화 관련 재정적, 기술적 지원의 중단과 함께 파리협정 상의 자발적 감축 의무에 대한 소극적 이행이 예상된다.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많은 미국이 국제협력의 리더십을 포기하고 기후변화 체제를 이탈한다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전 세계적 목표 달성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특히 글로벌 온실가스 배출의 3분의 2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에너지 부문은 기후변화 정책과 상관관계가 높기 때문에 그 파급효과를 피할 수 없다.

이미 트럼프 정부는 기후변화에 대한 부정적 입장에 근거하여 자국 내의 에너지 생산을 증대시키기 위해 재생에너지 지원 축소 및 온실가스 관련 규제 철폐를 통한 화석연료의 사용 확대 등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에 역행하는 정책 방향을 내세웠다.

“미국을 위해서”라는 취지의 이런 정책을 통해 아래 전통 산업의 단기적인 부흥 및 고용 창출의 효과는 얻을 수 있겠지만, 그에 따른 산업 체제 측면의 변환(Switching) 비용 및 중장기적으로 미국이라는 나라가 잃을 수 있는 국제적 영향력 또한 작지 않아 보인다.

또한 주(state) 정부 차원에서 시행 중인 기존의 친환경 에너지 정책들은 유지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상반된 정책 속에서 관련 기업들은 혁신의 방향성을 잡기 힘들 수도 있다.

그리고 파리협정 탈퇴는 현실적으로 이행되기 어렵다. 해당 협정의 탈퇴 조항(제28조)에 따르면 발효(작년 11월) 후 3년이 지나야 탈퇴서 제출이 가능하고, 절차가 1년 정도 소요되기 때문에 트럼프의 재임 기간 동안 불가능할 수도 있다.

물론 파리협정을 무력화할 수 있는 상위조약(UN 기후변화협약)의 탈퇴는 단기에 가능하지만, 이 또한 공화당의 부시 대통령이 체결하여 의회의 인준을 받은 외교협정이기 때문에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결국 전 세계적인 에너지 전환의 패러다임에 편승하지 못하고, 우물쭈물 하면서 국제적 주도권을 중국에게 내어주는 기회만 제공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우리도 새로운 정부의 수립과 함께 에너지 분야 공약들의 이행계획이 수립 중에 있다. 다행인 것은 미국과는 달리 작년 말에 세워진 기후변화대응 기본계획의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고 관련 정책과 그 궤적을 같이 하고 있어서 혼란은 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제사회에서의 비난과 내부적 분열을 야기하고 있는 미국의 상황을 반면교사로 삼아, 정책 방향은 지속가능한 에너지 체제 구축을 비전으로 삼고 나아가야 함이 분명해 보인다. 다만, 이러한 철학은 사회적 통념에 맞게 일관성 있게 가되, 그 수준과 속도는 현실적인 상황과 대안 마련의 가능 여부에 따라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조정해 나가야만 실현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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