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와 함께 사는 한전인
바닷가의 한전인들 보람만큼이나 소외감 느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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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의 한전인들 보람만큼이나 소외감 느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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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3.01.03 0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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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설비 많은 축양장 미납 전기료로 속앓이 … 편의시설 부족으로 직원들 근무환경 열악

염해(鹽害)와의 싸움은 이미 끝났다


바닷가로 가기 전에 가장 먼저 떠올린 것은 염해였다. 최고급 차량도 서너 해만 지나면 구멍이 뻥뻥 뚫린다는 소금기에 전선인들 온전하랴 싶었다.

전남 해안의 목포, 진도, 완도, 고흥 등지를 가 본 결과 염해는 이제 해안 지역 가공선로의 어려움은 아니었다. 전남 해안 지역의 배전선로가 염해에 의한 정전사고를 거의 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염해 피해가 거의 발생하지 않은 것은 해안지역에서 내염 자재의 사용이 일반화되고 또한 해당지역 사업소들이 염해 발생 방지를 위해 물청소를 비롯한 예방 조치를 취하기 때문이다.

현재 해안 지역 가공선로는 내염 보강 기자재인 애자와 카바류 등이 사용되고 변압기 역시 내염용으로 설계돼 있다. 알루미늄 대신 동(銅)이 주재료로 쓰이고 있다.

전남 해안의 선로는 염해 피해 예상 등급이 주어져 있어 B등급 이상 시에는 내염 보강 기자재가 집중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염해와 관련 한전지점의 배전과의 한 직원은“내염 설비가 조금씩 보급돼 오다가 4, 5년 전에는 일반화됐고 그 결과 염해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앞으로도 염해가 거의 사라질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염해와의 싸움에서 일단 승리한 후의 자신감과 보람이 배어나는 목소리로 단순한 염해 피해보다는 복합적인 부식 물질에 의한 피해가 늘어날 것이라면서 향후 이 문제에 관한 연구가 필요할 것이라는 견해를 피력했다.

민영화 시 야기될 주민 어려움에 우려



바닷가의 개별 수용가 중에서 가장 큰 전력 소비자는 축양장이다. 어업형태가 잡는 어업에서 양식으로 전환되고 이에 따라 대규모 축양장이 생겨나면서 이곳에서 다량의 전기를 사용하고 있다.

전남 해안 지역의 각군에는 적게는 수십에서 많게는 수백까지 (진도의 경우 200여곳, 완도는 600여 곳) 축양장이 산재하고 있다. 이곳의 문제는 이들의 시설 투자가 자체 경비가 아니라는 점이다. 대개의 경우 수협의 지원금을 받아서 축양장 시설을 한다. 시설비가 보조되지만 운영비는 보조되지 않는다.

따라서 축양업자는 스스로 운영비를 조달해야 하는데 이 경우 전기료는 운영자금 목록에서 후순위에 놓여 있다는 사실이다.

“일단 축양장이 가동되면 전기 공급이 중단될 수는 없습니다. 전기를 이용해 계속 모터를 돌려야만 바닷물 순환이 이뤄져 양식 어류가 집단 폐사하지 않게 되거든요. 이런 점은 우리 한전에서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전기료를 아예 내지않고 버티는 축양장도 더러 있습니다 하지만 단전이 곧 양식어류의 집단폐사로 이어진다는점 때문에 한전에서는 단전을 시키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점을 축양장 어민들이 악용하고 있어요”

전남 강진에서 만난 한전 직원은 그렇게 말했다.

한전은 민영화를 향해 가고 있다. 금년 4월에 한전의 분할과 민영화가 예정돼 있으나 민영화가 추진된다고 하더라도 명실상부한 민영화와는 아직은 거리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기는 하더라도 지금보다는 더 강화된 지역별 사업부제가 이루어질 것이고 사업부마다의 손익계산이 엄밀해질 전망이다.

이렇게 될 경우 축양장의 전기 공급은 지금과 같은 선공급 후수금(先供給後收金)에서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도 있다. 또한 이제까지는 차마 하지 못한 단전이 이뤄질 수도 있다.

소외된 지역의 소외된 직원


바닷가는 예나 지금이나 벽지이다. 삶의 터전이 도시에 있는 요즘에 바닷가에서 근무한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부담이다. 물론 이런 문제점을 해소하고자 임금에는 벽지 수당이 주어진다. 액수는 미미하다. 더 심각한 문제는 돈이 아니다. 바닷가 한전 직원들이 겪는 고충은 바로 일상생활 그 자체이다.

서남해안의 한 한전지점에서 만난 간부는 의식주의 문제부터 거론했다.

“도시에다 집을 마련해 놓고 거기에서 애들을 교육시키다 보니 바닷가의 부임지까지 가족이 함께 올 수는 없습니다. 직원들이 혼자 살아요. 그렇게 살아가는 그 자체가 어려움이지만 그밖에도 어려움은 많이 있습니다. 우선 사택이 부족해요. 한전 지점은 1급지부터 4급지까지 있지 않습니까? 그 규모에 따라 사택을 지어요.

 


태풍과 염해를 견디며 바닷가에 서 있는 송전탑





언뜻 보면 직원이 많은 1급지에 사택을 많이 만든다는 게 당연하지요.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그렇지가 않습니다. 도시에서는 사택이 없으면 세를 살 수도 있습니다.

바닷가의 읍내에서는 그게 여의치 않아요. 혼자 살 만한 원룸이 없다는 거지요. 그렇다고 혼자 살기 위해 아파트 한 채를 전세낼 수도 없고. 따라서 사택은 급지별이 아닌 벽지 중심으로 지어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택 부족과 함께 한전 직원들은 문화적 소외도 거론했다. 바닷가 읍내에는 문화와 접할 수 있는 공간과 기회가 전무하다시피 하다는 것. 굳이 문화를 찾자면 그건 유흥문화라고 자조하고 있다.

이런 차원에서 바닷가 한전 직원들이 공통적으로 바라는 것은 테니스 코트와 같은 체육시설이다. 테니스장 하나만 있어도 업무 종료 후 직원들끼리 화목을 다지고 아울러 체력단련도 할 수 있다는 것.

바닷가 근무지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전남지사에 소속된 한전 직원의 80% 가량은 정년 퇴임 이전에 바닷가에 한번 이상 근무한다고 봐야죠. 다시 말해서 바닷가의 근무지는 전남의 경우 한전 직원과는 불가피한 관계입니다. 이곳의 근무가 어렵고 힘들다면 이는 결국 전남지사가 원활하게 움직이지 않고 있다는 반증이 되는 셈이지요.

물론 타지사의 여러 지점에서도 그 나름대로 근무의 애로점은 있다고 봅니다. 그렇지만 동떨어진 바닷가에서 근무하면서 느끼는 소외감은 자잘한 애로점보다는 더 심각한 것입니다. 이런 점을 한전 본사에서는 알고나 있는지 의문입니다.”

바닷가에서 만난 한전 직원의 말이다. 그의 말대로 한전 전남지사 직원들은 대개들 바닷가 근무를 해 본 경험을 가지고 있다. 문제점이 무엇인지도 잘 알고 있다. 그 문제점의 본질을 파악하고 거기에 대책을 세워야 할 곳은 한전 본사이다.

지금도 바닷가에는 바람이 거칠다. 송전선로는 바람에 울고 있다. 그것이 우는 소리 아닌 고압 전류의 힘찬 맥박이라고, 바닷가의 한전 직원들이 거침없이 말할 수 있을 때를 기대한다.



정법종 기자 power@epowe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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