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칼럼] 전력은 백년대계, 탈원전 신중하라
[E·D칼럼] 전력은 백년대계, 탈원전 신중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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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8.07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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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균렬 /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신고리 5·6호기 건설중단 공론화가 시작되면서 그간 찬핵과 반핵 진영 사이 글 겨루기, 말 겨루기가 힘 겨루기로 번지고 있다. 쌍방 간에 놓칠 수 없는 진검승부가 따로 없다. 사실 문제의 심각성은 찬반을 넘어 원자력계와 진보정권의 정면충돌이라는 데 있다. 대통령과 산업통상자원부는 더 이상 신규건설이나 수명연장은 없고, 심지어 설계수명, 즉 운영허가 종료 이전이라도 가동원전을 영구정지할 수 있다고 이미 선전포고한 상태다.

대한민국의 전차(電車)는 급곡선 구간을 감속도 하지 않고 건널목을 지나고 있다. 이러다간 열차가 원자력을 떠나 신재생에 닿기도 전에 탈선하거나 전복할 수도 있다. 왜 우리나라는 모든 게 조급한 것일까? 온천탕의 우리들, 서서히 덥혀지면 서로 느긋하게 즐길 수 있지만, 갑자기 뜨거워지면 모두 뛰쳐나올 수밖에 없다. 전력은 백년대계일진데 왜 5년 정권이 쥐락펴락하느냐? 그럼 다음 정권은 또 뒤집을 거 아니냐? 손해는 고스란히 국민 몫인데.

정부의 탈원전·탈석탄 정책이 가속하고 있는 가운데 8차 전력수급계획에 4차 산업혁명으로 예상되는 전력수요가 충분히 고려되었는가? 정부는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대용량정보, 전기자동차 등에 필요한 전력 소비량을 제대로 분석하였는가? 현재 2030년 기준으로 7차보다 원전 10기가 줄어든다는 건데 전력수요를 제대로 예측한 것인가? 4차 산업혁명은 두뇌로 하던 것을 전기로 대체하는 것이라 산업구조 변화도 수요전망에 들어갔는가?

신재생이 좁은 땅덩어리지만 백두대간에, 남쪽바다에, 도심건물에, 주차장에, 논밭에, 지붕에 환경훼손과 주민반대를 무릅쓰고 값비싼 지능형 분산형 전력망과 저장장치와 함께 자리잡을 때까진 싫든 좋든 밑에서 받쳐줄 동력원은 여전히 필요하다. 액화천연가스가 깨끗하다지만 극미세먼지와 탄소보다 더 무서운 메탄은 어떻게 할 것인가? 고양이 피하려다 호랑이 만나는 격 아닐까?

재생가능하고 청정한 액화석탄, 지속가능하고 안전한 미래원전을 미국처럼 신재생과 함께 쓰면 무엇이 잘못인가? 독일도 쓰는 석탄을 우리는 쓰면 안되나? 전원에 선악이라도 있단 말인가? 착한 전기, 나쁜 전기라도 있단 말인가? 아니면 애증의 문제인가? 좋은 전기, 싫은 전기가 있단 말인가? 혹여 친핵, 탈핵 모두 감정의 발로가 아니길 바란다.

영국마저 한국 원전을 탐내는 판에 최근 정부는 원전수출도 막아야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2030년까지 3세대 원전이 1000조원 가까이 발주되는데, 유일하게 3세대 원전을 국내에 지어서 돌리고 해외까지 수출한 나라의 정부가 탈원전 한다 하고, 수출도 막는다면… 전기료 올라가 여름 냉방도, 겨울 난방도 제대로 못하고, 전기차도 몰지 못하는 때가 오면, 우리 공장이 중국으로 내몰리고, 우리 기술자 모두 러시아에 팔려 간다면?

찜통에 부채질하면서 덕분에 방사능 걱정 없는 안전한 대한민국이 되었다고 할까? 2030년 중국의 100기 넘는 원전에서, 특히 산둥 반도에서 사고 나면 한나절이면 한반도를 덮칠 텐데… 중국이 동시에 탈원전하지 않는 한 한국의 탈원전은 반쪽 밖에 안 된다. 환경도 좋지만, 국토와 궁합이 맞는 국민을 위한, 국민에 의한 국민의 원자력, 반세기 넘게 공들이고 한강의 기적을 낳은 국산 원자력을 망가진 장난감처럼 버려도 되나? 미국은, 영국은, 일본은 경제보다 안전이 뒷전이라 원자력에 회귀하는 건가?

미국과 일본이 대형사고로 배웠다면 한국은 부품비리로 깨우쳤다. 이제 바닥에 떨어진 신뢰를 되찾아야 한다. 신재생이 부자의 전기라면 원자력은 서민의 전기, 재생 가능하지는 않아도 지속 가능하다. 신원전(新原電)으로 신원전(信源電)을 만들자. 위기는 기회, 2017년을 운영연한 100년짜리 신형(信型)경수로의 원년으로 만들자.

원전은 숫자나 확률이나 문서가 보장해주지 않는다. 사고의 90%는 오판과 오만에서 비롯된다. 기기 작동은 예측할 수 있지만 인적 실수는 예단하기 어렵다. 원전을 가장 위협하는 요소는 오히려 기술의 맹신이다. 원전은 과학이고 기술이자 문화와 철학이어야 한다. 그간 기술을 믿었다면 이젠 국민이 믿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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