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띠해에 다시 만난 양
양띠해에 다시 만난 양
  • 에너지데일리
  • webmaster@energydaily.co.kr
  • 승인 2003.01.06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양띠, 유순하지만 제 주장도 아주 강해
낙천적인 반면 소심하고 우유부단하기도

동물로서의 양은 염소의 개념에 가까워




새해에 이르면 우리는 신년의‘띠’를 말한다. 12지신에서 출발한‘띠’는 디지털 시대에도 여전히 위력을 발휘하며 우리 옆에 있다. 미래 사회로의 급격한 변화에 일방적으로 휩쓸려가지 않기 위해서 우리는 과거의 유산에 집착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띠’가 가진 여러 의미가 유효한 것인지? 개인의 입장에 따라 그 답은 달라지지만 이런 질문을 하고 있다는 그 자체가 이미 우리는‘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의미이다.

본지에서는 계미년(癸未年) 양의 해를 맞아서 양에 관한 사항들을 살펴보고 양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또 양띠는 주로 어떻게 알려져 있는지 알아본다. 아울러 실제 동물로서의 양은 어떤지 점검해 보는 자리도 마련했다.




양의 역사적, 문화적 의미


양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양(羊)이라고 하면 조금은 낯선 동물이다. 지리산 운봉과 대관령에 양 목장이 있다고는 하나 우리는 흔히 만나지는 못한다. 그렇더라도 연말이면 크리스마스 카드에 등장하는 양은 가끔 만나게 되지만.

양의 이미지가 역사적으로 우리와 먼 것은 아니다. 양은 서역의 동물이기는 하나 설화에도 등장한다. 전남 장성의 백양사는 불법에 감화된 백양(白羊)을 설화로 하고 있다. 또한 양떼를 치는 목자(牧者)라고 하면 기독교적인 의미만을 생각하기 쉬우나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지방의 관리를 목민관(牧民官)이라고 했는데 이 때의‘목(牧)’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목자(牧者)나 목동(牧童)의 의미와 같다. 같은 맥락에서 고려 때부터 큰 고을은 목(牧)이라고 했다. 이런 의미는 조선 말기까지 이어져서 정약용은 널리 알려진 저서 목민심서(牧民心書)를 남겼던 것이다.

그런데 예로부터 우리민족은 양과 염소를 구별하지 않는 경향이 있었다. 양탕이라고 하면 양고기를 넣어 끓인 탕이 아니라 염소를 넣은 탕이듯이 우리 선조는 양이라고 하면 염소를 지칭했다. 집집마다 염소를 길렀고 염소의 수염 난 모습을 흔히 할아버지에 비유하여 인자하고 덕이 있는 동물로 여겨져 왔다.

한자로 된 '羊'의 글자 모양을 파자하면, 아름다움(美)·착함(善)의 뜻과도 통한다. 실제로 양은 성질이 온순한 초식동물이다. 좀처럼 싸우지 않는 평화의 동물이다. 군집동물로서 무리끼리 싸우지 않고 욕심도 부리지 않는다.

정초에 즐기는 윷놀이에도 양을 상징하는 게 있다. 윷의 도개걸윷모 중에서‘걸’이 양을 상징하고 있다.‘걸도 큰살이’라는 속담에서 보듯이 양처럼 의롭게 한걸음씩 전진하는 것을 옛 사람들은 덕으로 여겼다.

양띠


올해는 양띠이다. 한자 문화권에서는 12간지가 있고 해당되는 동물이 매년 달라진다. 올해는 양의 해이다.

간지는 10간 12지에서 비롯한다. 10간12지는 10천간(天干) 12지지(地支)로서 바로 하늘의 왕이 10명, 땅의 왕이 12명이라는 뜻이다. 지상의 왕, 열 두명에게 간지라는 칭호를 붙이는 것은 그것이 고대에는 최고 권력자를 뜻하는 단어였기 때문이다. 간(干)은 거서간, 마립간, 징기스칸의 간, 칸, 한(汗)과 같은 말로써 왕이라는 뜻이다. 지(支)는 막리지 등에서 쓰는 지와 같은 말로 우두머리라는 뜻이다. 다시 말해서 간지는 왕, 절대자, 초월자란 의미로 통한다.

그렇다면 이제 양띠가 지니는 일반적인 성향을 알아보자.

중국과 우리나라에서 전해 오는 띠에 관한 기록들은 대개 양띠는 성질이 순박해서 참을성이 있고 가정의 화평을 도모한다고 한다. 또한 양띠는 낙천적이고 의지가 강하다는 점도 거론하고 있다. 이밖에 양띠는 가정적인 환경에 대한 애착과 가족에 대한 헌신도 강하지만 여전히 어느 정도의 독립을 유지하려 애쓴다는 점을 덧붙인다.

이런 점을 장단점으로 나누어 보면 장점으로 유순하다.

자비롭다. 관대하다. 품위가 있다 창조적이다 인내심이 있다 등을 꼽을수 있다. 또 단점으로는 소심하고 책임감이 없으며 의지가 약하고 무질서하다. 비관적이다. 연민에 빠진다. 돈관리를 못한다 등을 꼽을수 있다.

한편으로는 이런 장단점을 종합해 양띠의 성격을 이렇게 정리하기도 한다.

거만스럽고 자존심이 무척 강한 편이다. 학구파이다. 현실적인 문제에서는 쉽게 자포자기를 한다.다른 사람에게 좋고 싫음을 쉬 드러내지 않는다. 음식에 기호품이 있어 까다롭다.

욕심을 내어서까지 재물을 탐하지 않는다.

양띠에게 맞는 직업은 배우, 예술가, 정원사, 직업 댄서 등이 거론된다. 물론 이런 직업은 양띠의 성격이 이렇다는 가정하에서 나온 것이므로 정확하다고는 할 수 없다.

띠의 성격은 사람이라기보다는 그 띠의 동물에 맞춘 점이 많이 있다. 양띠는 사람이라기보다는 양의 일반적인 특징을 사람의 성격으로 끌어들인 면이 역력하다. 따라서 양띠는 이렇다는 것은 상당부분 믿을 수 없다.

실제 동물로서의 양

그렇다면 실제 동물인 양은 어떠한가?

분류에 의하면 양은 소목의 소과 양속에 속한다. 생활방식은 떼를 이루며 높은 곳에 올라가기를 좋아한다.

양의 임신기간은 147∼161일이며 한 배에 1∼2마리 낳는다.

양은 염소류와 비슷해서 구별하기 어려울 때도 있으나 양의 뿔은 단면이 삼각형이고 대개는 뒤쪽의 아래를 향해 소용돌이 모양으로 굽는다. 뿔은 암수 모두 없는 것과 수컷에만 있는 것, 암수 모두에 있는 것 등 여러 가지이며, 대개 수컷의 뿔이 크다. 또 염소의 수컷 꼬리 아랫면에 1쌍의 취선(臭腺)이 있으나 양에서는 이 선이 없다. 두골에는 누공(淚孔)이 뚫려 있다.

양의 털은 조밀하다. 굵은 털은 거의 없고 솜과 같은 털이 대부분으로 이 털을 양털[緬毛]이라고 한다. 얼굴과 네 다리에만 약간 굵은 털이 있는데, 가늘고 곱슬곱슬하다. 야생종에는 굵은 털과 솜털이 모두 있다.

양털은 1년에 한 번 봄에 깎는다. 깎는 방법은 동력전모기(動力剪毛機)에 의한 기계깎기가 보통이나, 사육하는 마리 수가 적을 때에는 전모(剪毛) 가위를 가지고 손으로 깎기도 한다.

양은 소와 함께 우유의 중요한 생산자이다. 양젖[羊乳]은 우유나 염소젖과 비교해 진하고 영양가가 높다. 양젖은 옛날에는 널리 쓰였으나 최근에는 털과 고기의 생산에 중점을 두면서 그 생산량이 줄어들었다.

우리나라에 있는 양 목장에서도 양털과 양고기를 생산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양의 해


양의 해로서 가장 널리 알려진 해는 기미년(己未年)일 것이다. 일제시대의 기미년에 3.1운동이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그래서 기미 3.1운동이라고 불러왔다. 그 해 3.1운동이 있었던 것과‘양의 해’와는 어떤 필연성이 있는가? 대답은 쉽게 나오고 그리고 간단하다. 아무 것도 없다는 것.

이렇게 따지다 보면 양의 해에 일어난 일은 양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는 게 된다. 그렇게 말하는 게 맞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태양력이든 태음력이든 혹은 12간지이든 거기에는 시간에 도전하는 인간의 의지가 숨겨져 있다. 시간을 단위별로 구획하여 거기에 의미를 두려는 그런 시도. 어떤 역사학자는 이를 가리켜서 신의 영역에 있는 시간을 인간을 영역으로 가져온 것이라고 평한다.

이런 맥락에서 양의 해에 일어난 일은 인간의 일이다. 다시 말해서 우리의 일이며 우리의 의지에 의해 좌우되는 일이다.

올해는 양의 해라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 게 아니라 올해는 우리가 어떤 일을 하고자 하기에 그런 일이 일어날 거라고 확신해야 한다. 그런 확신을 점검해 보기 위해서 우리는 매년 초에 올해는 무슨 해인가를 따져보게 된다.

결국 양의 해는 인간의 해인 것이다.



정법종 기자 power@epowernews.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명칭 : (주)에너지데일리
  • (우)07220 서울 영등포구 당산로38길 13-7 주영빌딩 302호
  • 대표전화 : 02-2068-4573
  • 팩스 : 02-2068-457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병훈
  • 제호 : 에너지데일리
  • 신문등록번호 : 서울 다 06719
  • 등록일 : 1999-07-29
  • 인터넷등록번호 : 서울 아 01975
  • 등록일 : 2012-02-16
  • 발행일 : 1999-09-20
  • 발행인 : 양미애
  • 편집인 : 조남준
  • 에너지데일리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에너지데일리.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energydaily.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