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신고리 공론화, 수용은 또다른 문제다
[기자수첩] 신고리 공론화, 수용은 또다른 문제다
  • 송병훈 기자
  • hornet@energydaily.co.kr
  • 승인 2017.10.20 09: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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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앞으로 '탈원전'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는 소식이 들렸다. '탈원전'이라는 용어가 모든 원자력발전소를 폐기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따르면 청와대측은 "단계적으로 원전 비중을 줄이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탈원전'이 급격한 원전폐기 정책으로 잘못 이해될 수 있다"면서 "정책의 의미를 제대로 표현하는 용어를 사용하자는 취지"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쉬운 용어이기에 사용했을 뿐 임기 내 원전 비중을 낮춰가는 정책기조는 계속될 것이고, 신고리 5·6호기 공사 중단·재개 여부와 무관하게 원전은 2080년까지 가동하게 된다"며 선을 그었다. 이에 따라 청와대는 '에너지 정책 전환'이라는 용어를 광범위하게 사용할 것으로 전해졌다. 원전 비중을 낮추고 신재생 에너지 사용을 점차 높여나가겠다는 의미를 담겠다는 의미다.

사실 지난 6월19일 진행된 고리원전 1호기 영구정지 기념식에서의 문재인 대통령의 기념사를 두고 원전업계에서는 서운함을 숨기지 않았다. 대통령의 공식 기념사에서 '탈원전'·'탈핵'과 같은 원전업계를 자극할 수 있는, 이른바 탈핵·반핵단체들이 사용하는 용어가 적지않게 사용됐기 때문이다. 청와대에 원자력 전문가는 없고, 시민단체 출신 인사들이 참여하면서 관련 결정을 내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또한 당시 기념식에서 아무리 탈원전을 기조를 내세운 정부라고 하더라도, 국내 최초 원전이 영구적으로 가동을 멈추는, 국내 원전의 시초가 된 그곳에서 선전포고를 한 것과 같았다는 느낌을 전한 사람들도 많았다. 원전업계 종사자들이 마치 죄인이 된 듯한 느낌이었다고까지 말한 이들도 있었다. 아마도 그 때부터 원전업계의 탈원전 기조에 대한 반발은 더욱 커진 듯하다.

이를 두고 어떤 이들은 현 정부가 정책의 언어가 아닌 활동학의 언어를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즉, '정책의 언어'로 소통을 했었으면 좀 더 생산적인 논의가 가능할 수도 있었을 터인데, 그러지 못했기에 논의의 틀이 흐트러지고 비생산적인 대립이 심화됐다는 해석이다.

그리고 20일, 그동안 큰 관심을 모았던 신고리 5·6호기 건설재개 공론화의 시민참여단 조사결과가 발표됐다. 건설재개를 원하는 비율이 높았다. 여러 측면에서 많은 고민이 담긴듯하다. 그러나 그 결과에 대한 수용과 결실은 다른 문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정부는 이에 대한 적절한 후속 대책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그동안 우여곡절도 많았고, 물리적으로나 감정적으로 소모가 많았던 만큼 부작용도 최소한으로 줄여야 한다. 또 승패가 갈리는 싸움이 아니라는 점도 명확히 해야 한다.

거의 최초라고 할 수 있는 공론화, 문제해결이라는 방법에서 일방통행이 아닌 숙의민주주의라는 실험을 거쳤다는 점에서 그 의미는 적지않다. 공론화는 국가권력의 민주적 행사라는 김지형 위원장의 말은 그런 측면에서 새겨볼만하다는 생각이다. 참여단의 결정이 어떠한 의미를 갖는지에 대한 평가와 함께, 향후 100년을 결정지을 우리나라 에너지 문제의 미래에 대한 국민적인 성찰과 협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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