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칼럼] 탈원전, 공약(空約)으로 그칠 수밖에 없다
[E·D칼럼] 탈원전, 공약(空約)으로 그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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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10.26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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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균렬 /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췌마상의, 전국시대(戰國時代)부터 면면히 이어져 내려온 중국의 뿌리 깊은 관습이다. 윗사람의 마음을 미루어 헤아린다는 뜻으로, 그땐 임금의 마음을 백성이 받들어야 했겠지만, 2300여년이 지난 오늘엔 시민의 생각을 정부가 알아듣고 움직여야 할 것이다.

정부가 국무회의에서 탈원전에 시동을 걸었다. 신규 원전은 하나도 짓지 않고, 노후 원전은 계속운전을 금지하고, 월성 1호기는 전력수급을 고려해 조기폐쇄하기로 했다. 이로써 신고리 5·6호기 건설재개에도 불구하고, 어두운 그림자, 탈원전 논란은 바야흐로 본선에 들어섰다. 결과를 예상이라도 한 듯 정부는 공론위가 권고한 신고리 5·6호기 건설재개와 탈원전은 별개라는 입장을 견지했다.

국가동력은 모름지기 백년대계, 5년 단임 대통령이, 선거공약이라고 대한민국의 소중한 유산을 함부로 버리거나 섣불리 뒤집어선 안 된다. 석 달짜리 값싼 숙의 민주주의에 맡겨서도 안 된다. 후보 시절 측근들과 함께 버무린 공약과 일국의 대통령이 내리는 정책결정은 확연히 달라야 한다.

문 대통령이 추진하는 탈원전 공약(公約)은 공약(空約)으로 그칠 수밖에 없다. 연임에 연임을 하거나, 앞으로 15년 이상 진보좌파가 득세하며 원자력을 죄악시하고, 신재생을 할 수 있는 부지가 어느 날 하늘에서 떨어지고, 바다가 갈라져 뭍이 올라오며, 여의도 정치 바람 못지않은 하늬바람이 일 년 내내 제주도에 불어대고, 비구름과 밤하늘이 물러나기 전엔 안 될 일이다.

질 좋고 값싼 전기는 지난 50년 우리나라 경제의 고도성장을 끌어온 일등공신, 그래서 국내·외 식자(識者)들은 꾸준히 문재인 정부에 신중한 접근을 당부해 왔다. 그러나 24일 발표한 로드맵을 보면 정부가 정치적, 이념적, 미신적 교리에 갇힌 나머지 졸속하게 원자력을 버리고 뜬금없는 천연가스와 속 빈 강정 신재생으로 빠져 가고 있다는 생각을 떨치기 힘들다.

다시 한 번 헤아려보자. 히로시마와 후쿠시마를 겪은 일본이 왜 원전을 다시 돌리려 하는가, 영국은 왜 북해의 바람이 아직도 쌩쌩 불어대는데 원자력에 회귀하는가? 독일이 원자력을 신재생으로 돌린 후 전기료가 3배 오르고, 캐나다 온타리오 주는 5배의 살인적인 전기료 인상에 개인파산이 속출하고, 호주도 전기료가 60% 이상 오르자 화석연료로 돌아오고 있다.

중국이 신재생으로 세계 시장을 이끌어가면서도 2030년께 미국을 제치고 100기 넘는 원전을 갖고자 하는 것도 반면교사 해야 할 것이다. 작년 신재생이 원자력을 능가했던 미국이 왜 원전을 다시 지으려고 하는가? 심지어 스웨덴도 원자력을 늘리려 한다면 그들은 대한민국보다 국민안전과 환경보호는 뒷전인가?

한국 원전기술이 까다롭기 그지없는 유럽사업자에게 세계에서 5번째로, 후쿠시마 이후 강화된 기준을 최초로 통과해 수출을 코앞에 두고, 현재도 원전 일자리가 10만명에 가깝다는 걸 잊어서는 안 된다. 콧대 높은 미국의 원자력규제위원회에서도 일본과 프랑스를 제치고 설계인증을 눈앞에 두고 있다.

공론화를 통해 신고리 5·6호기 건설재개 여부만 묻겠다더니 판세가 기울자 막판에 원전축소라는 애꿎은 모자를 뒤집어씌우질 않나, 국내에선 탈원전하면서 해외에 원전은 수출하겠다느니, 원자력은 하면 안 되지만, 핵무기는 절대 만들면 안 되지만, 원자력잠수함은 만들어보겠다느니. 요즘 정부를 쳐다보면 도대체 대한민국의 양식과 양심을 겸비한 진정한 애국자가 대통령 주위에 몇이나 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췌마민의, 정부는 침착하게 민의를 살펴야 할 것이다. 늦지 않았다. 대한국민은 불망초심(不忘初心), 4차 산업혁명의 초입에서 초심을 잃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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