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성 폐기물 처리장 후보지 발표 이후 주민들 반응
‘최종 결정 보류는 반대 무마 기간이다’ 의혹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 후보지 발표 이후 주민들 반응
‘최종 결정 보류는 반대 무마 기간이다’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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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3.02.10 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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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개발 사업과 개발비 3천억의 당근 효과 여부에 해석 구구

산업자원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은 4일 오후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제 252차 원자력위원회 보고를 거쳐 방사성 폐기물 관리시설 건설 후보지 4곳을 발표했다.

후보지는 ▲경북 영덕군 남정면 우곡리 ▲경북 울진군 근남면 산포리 ▲전남 영광군 홍농읍 성산리 ▲ 전북 고창군 해리면 광승리 등 네 곳이다. 이번 발표는 후보지 확정이 아니다. 최종 후보지 확정까지는 1년이 남아 있다.

그 1년 동안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방법론도 발표문에 포함돼 있다. 국민은 이번 발표를 액면 그대로 믿고 있는가? 특히나 후보지로 선정된 주민들은 지금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는가? 가장 논란이 되는 항목들을 알아보았다.




1. 최종결정까지 남은 1년


핵 폐기장의 최종 결정은 내년 3월이다. 최종 결정까지는 1년이란 기간이 남아 있다. 이와 관련 산자부는 ‘향후 1년간 정밀 지질조사와 지역협의를 거쳐 내년 3월 정부와 학계, 연구기관, 사회단체로 구성되는 부지선정위원회에서 동?서해안에 각각 1군데씩 모두 2군데를 최종 부지로 확정하기로 했다.’고 유예기간의 이유를 설명했다.

지질 조사와 지역협의는 그럴 듯한 명분이다. 94년도에 추진된 굴업도의 핵 폐기장 건설은 활성단층이 발견돼 시행 중단을 겪었으며, 지역협의 문제는 90년의 안면도 사태 이후 계속된 반대가 잘 보여 주듯이 풀지 않으면 안 될 숙제이다.

이런 숙제는 핵 폐기장 후보 선정 과정에서는 외면됐는가? 핵 폐기장 후보지 발표문에는 이런 문제가 이미 검토되었음을 밝히고 있다.

지난 4일 한수원이 밝힌 후보지 선정의 원칙과 과정은 다음과 같다.

-이번 선정은 이전과는 달리 사업자 주도방식을 채택, 한국수력원자력 및 동명기술공단이 전국 임해지역을 대상으로 후보 부지 선정작업을 벌였다. 전국 244개 읍·면지역 가운데 지질적합성 검토를 거쳐서 108개로 줄였으며 이를 다시 지형, 생태 등 자연환경과 인구와 산업, 경제 등 인문사회환경까지 일일이 따져 20개, 11개 등으로 4단계에 거쳐 압축하는 과정을 거쳤다. 그 후 최종 4개 후보지가 선정된 것이다.

이상과 같은 발표에는 이미 ‘지질 조사와 지역협의’가 고려됐음을 의미한다. 이런 맥락에서 해당지역 주민들은 최종 후보지 확정까지의 남은 1년은 지질 조사나 지역협의를 위해서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이미 핵 폐기장 반대입장을 천명한 호남지역 핵폐기장 반대대책위, 울진 원전반대 범군민대책위의 관계자들은 향후 1년은 ‘지역민의 반대를 무마시키는데 필요한 시간 벌기’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시간벌기 의도에 정면으로 맞선다는 게 핵 폐기장 반대 단체들의 입장이다. 호남지역 대책위는 4일 기자회견에서 ‘주민 설문조사를 통한 수용성 조사로 순위를 매겼다.’면서 이미 발표된 사안들도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핵 폐기장 최종 후보지 선정 기간인 1년이 산자부와 한수원에 득 아닌 실이 될 수도 있음을 알려주는 대목이다.

2.두 곳에서 한 곳으로 압축한다?


후보지는 네 곳이다. 동해안에 두 곳이고 서해안에 두 곳이다. 이렇게 후보지가 선정된 데에도 물론 산자부와 한수원의 설명이 뒤따르고 있다.

-경북 영덕군 남정면 우곡리 일대는 울진, 월성, 고리 원전의 중간지역으로 해상 수송거리가 짧고 자연환경 조건이 양호하다. 경북 울진군 근남면 산포리의 경우 지질조건이 우수하고 인문사회 환경이 우수하다.

전남 영광군 홍농읍 성산리와 전북 고창군 해리면 광승리 일대도 자연환경과 인문사회환경이 우수하다.
이상과 같은 설명을 좀더 알기 쉽게 풀이하면 이렇게 된다.

-동해안의 원자력 발전소에서 나오는 핵 폐기물은 동해안에서 처리하고 서해안의 원자력 발전소에서 나오는 핵 폐기물은 서해안에서 처리한다. 그렇게 하려면 동해안은 경북 울진이나 영덕이, 서해안은 영광이나 고창이 적당하다.

산자부와 한수원의 부지 선정은 정밀한 조사와 타당한 절차에 의해 객관적으로 진행된 듯하지만 결과만을 놓고 볼때는 ‘원자력 발전소 인근에다 핵 폐기장을 설치하겠다.’는 아주 단순한 논리이다.

이런 단순 논리를 좀더 밀고 나가면 핵 폐기장의 최종 부지는 동해안은 울진이, 서해안은 영광이 된다는 짐작을 주민들은 내놓고 있다. 실제로 영광지역 범군민대책위원회에서는 서해안지역의 핵 폐기장이 결국은 영광이다, 고창은 들러리 후보지일 뿐이라고 말하면서 학생 등교 거부, 군 이장단 총 사퇴 등의 강경 투쟁 방침을 천명한 바 있다.

핵 폐기장이 하나인데도 굳이 인근 지역을 묶어서 후보지로 발표한 데는 그만한 이면이 있다는 말도 들린다. 주민들은 핵 폐기장 반대세력을 약화시키고 분산시키려는 의도가 아니냐며 그 이면을 짐작하고 있다. 산자부와 한수전은 정밀한 조사를 거쳐 가장 바람직한 곳을 최종 선택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두 견해는 앞으로 충돌이 불가피하다. 이런 견해 차의 해소는 두 후보지를 하나로 줄이는 것만큼이나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3. 당근은 효과를 발휘할 것인가?


지금 당장은 핵 폐기장 반대 목소리가 높다. 해당 지역마다 이미 반대를 위한 조직이 결성되었다. 광주와 전남·북지역 30여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호남지역핵폐기장 반대대책위원회는 지난 4일 오후 기자회견을 갖고 핵폐기장 후보지 선정 즉각 철회와 핵정책 전면 재검토를 요구했다. 영광군 핵폐기장 반대대책위도 군과 군의회, 시민·사회단체 등으로 범군민대책위를 구성해 결사 저지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울진 원전반대 범군민대책위는 울진군청 앞 광장에서 천막을 치고 철야농성에 돌입하는 한편 핵폐기장 반대 서명작업에 들어갔다. 영덕에서는 영근회, 농민회 등 사회단체들도 대책회의를 열어 범군민반대투쟁위윈회를 결성해 반대운동을 계속하고 있다.

이들 해당지역 반대 단체들은 지난 6일 서울 대학로에서 핵 폐기장 반대를 위한 집회를 열었으며 이런 집회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이런 반대를 미리 짐작했을 산자부에서는 지난 4일 후보지 발표 시 산자부장관을 위원장으로 방사성폐기물 대책 추진위원회를 구성, 해당지역을 지원하기 위한 사업을 발굴하고 주민 설득작업도 벌일 계획임을 밝혔다.

현재까지 알려진 지역개발 사업은 영덕의 경우 삼사 해상공원 확대개발과 해양별장 단지조성, 대게타운 정비 등이다. 울진의 경우에는 백암온천과 백암산의 도립공원화, 골프장을 포함한 종합레저타운 건설 등이 포함돼 있다. 영광에서는 불갑사 관광지 개발, 골프장 건설, 문화체육시설 지원 등이, 고창은 해안골프장 개발과 송림 휴양원 관광사업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런 사업은 현재는 구체적인 계획이 없는 말 그대로 계획일 뿐이다. 그렇지만 이를 구체화시킬 예산은 산자부와 한수전으로부터 해당지역 1곳당 3천억원이 제시되고 있다. 후보지를 받아들일 경우의 반대급부다. 지역의 획기적 발전을 위한 예산이라는 산자부와 한수원의 홍보가 이어질 참이다.

이는 3천억원을 받아들일 것이냐, 말 것이냐 하고 주민들이 논란을 벌일 게 분명하다. 전북 고창군의 경우 고창발전협의회라는 단체가 핵 폐기장 유치에 작년부터 나선 바 있다. 협의회 측은 일본 로까쇼무라 핵폐기물 처리장의 예를 들면서 “폐기물 처리장을 유치했을 시 지역 지원금 3천억원, 인구 증가와 고용효과 증대, 매년 40억원이 넘는 지방세 수입효과 등으로 고창군의 발전이 이뤄진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산자부가 제시한 당근이 과연 먹혀 들어갈 것인가? 이는 올해 내내 이어질 핵 폐기장 반대 시위의 강도와 맞물려 있는 사항이다. 만약 당근이 먹혀 들어가지 않고 시위가 이어질 경우 산자부는 당근의 양을 늘릴지도 모른다.

어떤 경우에도 국민의 ‘핵 불안’은 여전할 것이다. 분명한 사실은 산자부와 한수원이 국민의 불안 모두를 돈으로 구매할 수는 없다는 점이다.



정법종 기자 power@epowe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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