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칼럼] 에너지 전환, 불편한 진실… 호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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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12.15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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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균렬 /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앞으로 15년 국가 길라잡이가 될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안이 공개됐다. 정부가 장기적으로 탈원전, 탈석탄 방침을 담은 밑그림이 나온 것이다. 오는 2030년까지 원전 9기에 해당하는 전력수요를 줄이고 현재 24기인 원전을 18기로 6기 줄인다. 석탄발전소 6기는 액화천연가스(LNG)로 바꾸기로 했다.

정부는 에너지 전환에 따르더라도 전기요금 인상폭은 4인 가족 기준 월평균 650원대로 작을 것이라고 밝혔다. 일부 산업용 전기료의 할인폭을 줄이면 된다는 말로 들리지만, 결국 비용이 더 드는 신재생 확대를 위해 상당수준의 전기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국민 앞에 솔직하게 얘기해야 할 시점이다. 봉이 김선달이 아닌 한 독일, 호주, 캐나다, 영국, 미국 어느 나라도 여기서 자유롭지 못했다.

귀가 따갑도록 들어온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 대한민국. 척박한 땅을 물려받은 우리에겐 원죄와도 같았다. 환경론자는 말한다. 세계가 신재생으로 나아가는 지금이 우리나라로선 최선의 기회라고. 햇빛과 바람은 우리에게도 있다는 생각에서 희망을 잠시 품기도 했다. 안타깝게도 신재생 또한 한국은 불리한 처지다.

세계최고 정유시설이나 화학공장, 원전기술을 가진 현재가 미완(未完)의 신재생에 미래를 거는 것보다는 낫다. 이제 겨우 먹고살만해지니 탈원전, 탈석탄 하자고 법석이다. 지난 반세기 우리 공장과 가계의 버팀목을 걷어 차버리는 거나 마찬가지다. 세계적 에너지 전환기에도 불편한 진실들이 우리 앞을 가로막고 있다.

독일은 이미 원전보다 풍력단가가 더 싸다. 우리도 마냥 따라가면 된다고? 우리 땅덩어리가 발목을 잡는다. 우리는 국토가 좁아 태양, 풍력도 면적 대비 효율이 떨어진다. 그나마 국토의 70%는 산이라서 비용이 커지는 등 현실적 제약이 많다. 땅덩어리 못잖게 햇빛과 바람의 품질도 그리 좋지 않다.

예컨대 1GW급 원전은 하루 24시간 가동하고 1년에 90% 가까이 돌아간다. 화력도 80% 넘게 돌아간다. 원전 1기가 만들어내는 1GW, 즉 100 kW를 태양광으로 발전하려면 여의도 12개를 보탠 땅이 필요하다. 원전보다 70배가 넘는다. 자투리땅에 태양광판을 설치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 만만해 보이는 옥상에 마저도 건물 간섭 때문에 여의치 못하다. 풍력은 땅을 더 많이 차지한다. 바람개비 날개를 띄어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1 GW 원전을 대체하는 데 여의도 100배 가까이 필요하니 원전보다 600배가 넘는다.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이긴 하지만 육상에 비해 해상풍력은 설치비가 더 들어 경제성이 더욱 떨어진다. 어업권 피해 등 민원도 적지 않아 사회적 비용도 만만찮다. 신재생을 늘리되 원자력을 최대한 안전하게 계속운전하고, 탄소포집으로 청정석탄을 LNG와 함께 때는 방식이 경제적으로 보나 환경적으로 보나 유리한 게 지금의 우리나라 처지다.

우리에게 정녕 필요한 건 에너지 전환 정책이 아니라 에너지 호환(互換) 구상이다. 골고루 갖추어 이것과 저것을 언제라도 맞바꿀 수 있는 탄력적 에너지 황금율이 살 길이다. 햇빛과 바람이 우리의 미래라는 환상, 천연가스가 최선의 대안이라는 망상, 원전은 내일이라도 지진에 무너질 거라는 허상(虛想), 석탄은 미세먼지의 복마전이라는 오상(誤想)을 떨치지 않으면 재생가능 찾다가 지속가능을 놓치는 국민적 우를 범하는 것이다.

관왕지래(觀往知來). 옛날을 돌아다보면 앞날을 알 수 있다. 한 때 세계 원자력 시장을 주름잡던 미국과 영국의 몰락이 어설픈 탈원전을 좇아가는 한국의 미래 모습일 수 있다. 세상이 부러워하는 한국의 원자력을 놓을 수도 줄일 수도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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