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자연에서 배우는 창의적 과학기술
- 4차 산업혁명, 자연에서 배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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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1.02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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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욱 박사(책임연구원) / 한국전기연구원(KERI) 미래전략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개막

2016년 다보스 포럼에서 클라우스 슈밥(Klaus Schwab)은 앞으로 다가올 미래사회를 ‘제4차 산업혁명’시대로 주창하였다. ‘제4차 산업혁명’의 일반적 개념은 3차 산업혁명의 결과인 디지털(Digital)화에 기반하여 물리적, 생물학적 공간의 경계가 희석되는 기술융합의 시대로 정의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이 이전의 산업혁명과 다른 점은 한 분야의 혁명적 기술에 대한 의존이 아닌 여러 분야의 혁신 기술이 융합되어, 산업구조는 물론이고 세계의 경제·사회·문화를 포함한 모든 영역에서 엄청난 변화를 가져온다는 점이다.

‘4차 산업혁명’이전의 기존 기술은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하여 후발주자라 하더라도 치밀한 전략을 마련하면 어느 정도 추격이 가능했다면, 4차 산업혁명시대의 기술은 서로 다른 기술간 융합을 통해 기존 기술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기술로 탈바꿈하는 특성을 보이기 때문에 기술의 발전경로를 예측하기 어렵고 추격이 쉽지 않은 특성을 보이고 있다.

‘승자독식(Winner takes All)’이란 용어가 있다. 말 그대로 경쟁에서 승리한자가 모든 것을 차지한다는 뜻으로, 오직 승자와 패자만이 존재할 뿐이고‘윈-윈(Win-Win)’이 없다. 기존 기술이 지배하는 시장구조에서는 비록 일등기술이 아니라 하더라도 적절한 마케팅전략을 통해 어느 정도 이익을 추구할 수 있었지만,‘승자독식’ 기술이 지배하는 시장구조에서는 감히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필자는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승자독식’의 시장 구조를 더욱 굳건하게 만들고 확산시키는 와해적 혁신 기술시대의 서막이라 생각한다.

그러므로 4차 산업혁명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적 차원에서 반드시 준비하고 실행해야만 하는 필수적 사안이다. 미국과 독일을 비롯한 일부 국가들은 발 빠르게 4차 산업혁명시대를 예견하고 준비해 왔다.

가령, 미국은 2012년에‘산업인터넷(Industrial Internet)’을 아젠다로 명시하고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해석을 중시하는 사이버공간의 현실화 전략 및 공장의 기계설비 등을 클라우드에서 처리할 수 있는‘클라우드 중심 플랫폼’을 준비해 왔으며, 독일은 2011년에 ‘인더스트리 4.0(Industries 4.0)’을 통해 공장의 고성능 설비와 기기를 연결해 데이터를 공유하는 등 제조업 강국의 생태계를 살려 현실공간의 사이버화 전략을 추구하는‘스마트팩토리(Smart Factory) 플랫폼’을 구축해 왔다.

일본은 2015년‘로봇신전략(Robot Strategy)’을 통해 로봇기반 산업생태계 혁신 및 사회적 과제 해결을 선도하는‘로봇 중심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으며 중국도‘중국제조 2020’을 통해 2015년부터 노동 집약형 제조업을 기술 집약형 스마트 제조업으로 전환하기 위한‘설비·단말 중심의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시대의 교육 및 인재상

최근에 모 방송사에서‘4차 산업혁명 교육패러다임의 대전환’에 대한 다큐프라임을 방영하였다. 특히 필자의 관심을 끈 부분은 북유럽의 작은 국가인 4차 산업혁명 강국, 에스토니아의‘해거톤’이라는 교육프로젝트였다. ‘해거톤’프로젝트는 1분 30초 동안 자신의 아이디어를 설명하고 행사에 참석한 참가자들로부터 팀원을 구성하여, 48시간 내에 자신이 제안한 아이디어를 팀원과 공동으로 실현시키는‘문제해결형(Problem Solving)’ 프로젝트로다. 발표시간이 초과되거나 제안한 아이디어에 참여할 팀원을 구성하지 못하면 그 아이디어는 자동적으로 탈락된다.

팀원들은 고등학생을 포함하여 다양한 분야의 취미와 전공을 가진 대학생, 직장인들로 구성되고 주어진 48시간 내에 토론과 협업을 통해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한다. 과연 4차 산업혁명시대에 필요한 교육방식이 아닐 수 없다. 또한 에스토니아의 대학은 산업체에서 요구하는 기술 위주의 R&D를 수행하고 있으며 개발비용은 전액 기업에서 부담하고 있다.

프랑스의 대학교육도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기술에 대응하기 위해 대학과 기업이 협력하여 예측불허의 문제에 대응하고 협업을 통해서 해결하는 방법을 습득하는 등 대부분의 학업과정이 기업과 연결된 프로그램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산학협력프로그램에 참여한 40~50명의 학생들을 매년 인턴으로 고용하여 취업률을 향상시키고 있다.

독일의 경우, 일과 학습을 병행하는 교육시스템을 통해 기업이 견습생들의 교육비 제공은 물론 일부 임금도 지원하고 있으며 견습생들의 실습이 끝나면 대부분 관련기업에 취업된다. 기업의 입장에서 견습생들을 비용이 아닌 투자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점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특히, 학교에서 수업한 내용과 기업에서의 실습학점을 통해 졸업이 완수되는 등 기업과 대학이 칸막이를 넘는 협력과 상생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준비하고 있는 점은 눈여겨 볼만했다. 이 다큐프라임에 출연한 독일의 산학협력프로그램 관계자가 오늘날 한국의 산학협력프로그램을 독일의 60년대 수준으로 평가한 점은 두고두고 곱씹어 볼 일이다. 과연 우리는 어떻게‘4차 산업혁명’시대를 준비해야 할 것인가?

4차 산업혁명시대의 생존전략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이종(異種)간의 기술이 융합하여 전혀 다른 새로운 기술로 진화하는 시대로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시대에는 에스토니아의 ‘해거톤’ 프로젝트에서 예시한 바와 같이 직면한 문제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여 협업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문제해결형’ 인재가 요청된다. 즉,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동료와 협업할 수 있으며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정신이 충만한 인재다.

그러면 어떻게 4차 산업혁명시대를 효과적으로 준비할 수 있을까? 필자는 이에 대한 실마리를 자연에서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자연에 존재하는 모든 동식물들은 혹독한 주변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나름대로의 창의적인 생존전략을 구사해 왔다.

곤충을 포함한 모든 동물의 경우, 주변 환경과 닮은 색상으로 자신을 숨기는‘보호색’으로 위장하여 천적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한다. 가령, 툰드라지방에 서식하는 눈 토끼는 여름에는 주변과 유사한 회갈색을 띄다가 눈이 오는 겨울이 되면 흰색으로 털갈이를 한다.

무더운 사막의 여우는 주변의 환경과 매우 유사한 보호색을 띄며 사막의 열기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열이 잘 빠져나가는 귀 구조를 갖고 있다. 이와는 달리 북극여우는 상대적으로 짧고 도톰하며 열이 잘빠져나가지 않는 귀 구조를 갖고 있으며 주변의 눈과 일치하는 보호색, 추위를 막는 두꺼운 털로 무장되어 있다.

식물도 생존(번식)을 위한 다양한 전략을 구사한다. 특히 식물은 거동할 수 없고 앉아서 당해야 하기 때문에 더욱 정교하고 창의적인 생존전략을 구사한다.

각각의 식물마다 독특한 생존(번식)전략이 있으나 몇 가지 예를 들면, 숲속의 식물들이 만들어내는 피톤치드(Phytoncide)는 사람에게는 유용한 물질이나 식물에게 해로운 병원균, 해충에게는 치명적인 물질이다.

또한 번식전략에 있어서도 동물은 태아 때에 거의 모든 기관이 완성되어 태어나는데 반하여, 식물은 씨앗에 프로그램만 존재하고 성장하면서 주변 환경 조건에 따라 자신을 유연하게 조절할 수 있으며 생명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주요기관은 분산시켜 총체적 위험을 피하는 창의적인 생존전략을 구사한다.

또한,‘자감작용’을 통해 기생충이 침입하면 감염된 일부 세포들이 스스로 죽음으로써 공격받지 않은 다른 세포들에게 전이를 예방하고 유전자들이 방어체계를 갖추는데 필요한 시간을 벌어준다.

민들레 꽃씨의 경우 씨앗의 크기가 매우 작고, 털이나 날개 같은 것이 달려 있어서 바람을 타고 멀리까지 씨앗을 전파할 수 있으며, ‘괭이밥’등의 콩과식물은 열매가 잘 익으면 열매 껍질이 힘차게 터지면서 씨앗을 퍼뜨리는‘열개압출산포(裂開壓出散布)’방식을 통해 번식한다.

즉, 자연에 존재하는 모든 동식물들은 장구한 시간동안 각자가 처해있는 주변 환경에 최적화될 수 있도록 끊임없는 자기혁신을 통해 살아남았다.

이와는 달리 인류는 주변 환경에 적응하기보다는 기술개발을 통해 현안을 극복해 왔다. 그러나 인류가 개발해온 기술은 완벽한 자기혁신을 통해 진화해온 동식물들의 창의성에 비하면 여전히 미완(未完)에 불과하다.

현재, 우리가 직면한‘4차 산업혁명’시대의 복잡다단한 카오스(Chaos)기술을 비롯하여 전 세계 도처에서 발생하고 있는 재해·재난 등 인류를 위협하고 있는 난제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자연으로부터의 지혜가 그 어느 때 보다도 절실한 시점이다.

‘4차 산업혁명’시대가 개막되었다. 융성(隆盛)과 퇴보(退步)의 기로에서 전 세계가 국가적 명운을 걸고 숨 가쁘게 움직이고 있다.

다행히 우리나라도 2016년부터 4차 산업혁명에 대한 활발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 구체적인 국가적 아젠다 도출에는 이르지 못했다. 분명한 것은 ‘4차 산업혁명’이 단순히 ‘승자독식’의 혁신적 기술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그 나라의 경제·사회·문화 전반에 심대한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철저한 준비가 있어야 하겠다.

12월의 쌀쌀한 겨울! 창문너머로 보이는 나무는 겉으로는 앙상한 가지만 남긴 채 죽은 듯 보이지만 내부적으로는 봄에 푸름을 만끽하기 위해 소리 없는 아우성으로 활발하게 준비하고 있음을 상상해 본다.

비록 우리나라의 4차 산업혁명 준비가 다른 나라에 비해 출발은 늦었지만 아직도 늦지 않았다! 우리의 산업 환경과 사회·문화적 실정에 최적화된‘한국형 4차 산업혁명 플랫폼’이 조만간 완성될 것을 희망해 보면서 다시 한 번 주변의 자연을 되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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