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계획대로 민영화되는가
한전 계획대로 민영화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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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3.02.24 0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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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비서관들 네트워크 기간산업 민영화에는 소극적

차기정부 초기 전기산업 수뇌부 이동이 향후 정책 시금석

한전 임직원들 ‘일정과 방법에 변화 있을 것’


한국전력공사는 올해로 예정된 민영화의 수순을 밟아나갈 것인가?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 이전에는 민영화에 무게가 주어졌다.

한전과 전기공사업에 근무하는 이들은 추측이니 사견이니 하는 말을 내세워 자신의 말에 스스로 무게를 줄여나갔으나 ‘아무래도 민영화로 가는 것 아니냐’는 데는 동조하는 편이었다.

그러나 노무현 후보의 대통령 당선 이후에는 많이 달라졌다. 지난달 남동발전 인수업체로 거론된 포철의 유상부 회장은 미국에서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 ‘정부의 민영화 정책이 불확실하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정제계의 중량급 인사가 공식적인 자리에서 이런 견해를 드러내는 일은 드문 일이지만 많은 이들이 내적으로는 유상부회장의 견해에 동조하는 편이다. 한전 내부 임직원들과 전기공사업계에서도 ‘민영화의 유보’를 자주 들먹이는 편이다.

과연 민영화는 예정된 수순을 밟는가? 아니면 유보되는 것일까? 이?질의에 관한 대답은 노무현 정부 출범 직후에도 얻어질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러나 어떤 방향을 잡아나갈 것인가에 시금석으로 쓰일 만한 요인들은 있다.

청와대 비서진의 모습

노무현 정부의 제반 정책은, 여느 정권에서도 그러했지만, 청와대 비서실에 의해서 결정될 것이다. 이는 곧 청와대의 비서관이 어떤 면면으로 채워져 있는지를 살펴보면 향후 정책 방향을 짐작해 볼 수 있다는 의미이다.

노무현 대통령에 의해 임명된 청와대 비서관 31명은 한 마디로 개혁적이다. 이를 뒷받침해 주는 한 자료는 비서관들의 나이이다. 30대가 3명이며 40대가 23명이다. 어느 일간지의 표현을 빌리자면 ‘민주화운동을 거친 386세대’이다.

386세대는 한전의 민영화를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을까?
이런 답에 관해 일정한 시사를 해 줄 수 있는 일이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헌정기념관에서 있었다.

민주화를 위한 전국 교수협의회가 <네트워크 기간산업 사유화의 문제점과 올바른 방향 모색>이란 주제로 국제 심포지움을 연 것이다. 심포지움의 주체인 민교협은 386세대가 교감하는 단체라는 점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민교협은 <국가기간산업 사유화 저지 범국민 대책위>의 주요 멤버이다. 그리고 심포지움에서는 ‘사유화의 문제점’이라고 미리 못박고 들어갔다. 심포지움에서 어떤 사안의 결론을 미리 결정하는 것은 상식에 어긋나는 일인데도 그랬던 것이다. 그만큼 민교협은 사유화에 반대 입장인 것이다.

이런 사실은 386세대가 네트워크 기간산업의 민영화에 얼마나 부정적인지를 보여준다. 청와대 비서실이 386세대의 논리에 공감하고 있다면 앞으로 노무현 정부가 한전의 민영화에 어떤 입장을 취할지 추측하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이전의 상황과 앞으로의 전망

노무현 정부는 김대중 정부의 정책을 계승하겠다고 공식 천명하였으므로 1998년부터 추진돼 온 한전 민영화 정책을 그대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하는 이들도 여전히 많다. 여기서 민영화 일정을 돌이켜보자.

김대중 정부는 외환위기 상황에서 기업구조 조정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1998년 7월 한전의 민영화 방침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1999년 1월에는 전력산업 구조 개편 기본안을 마련했다. 동년 12월에는 전력산업 구조개편 촉진에 관한 법률이 국회에 상정됐다. 동법률은 이듬해 12월에야 수정돼 의결됐다.

이후 2001년 4월 한전 발전부분 6개 자회사가 분리됐으며 2002년에는 경쟁체제 도입에 따른 전기요금 체제 개편 방안이 발표되기에 이르렀다.

한전에는 금년 4월 향후 민영화를 염두에 둔 배전부분의 분할을 일정 부분 담보한 사업부제가 실시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배전부분을 이전의 계획대로 5개 분야로 나눠 4월부터 사업부제를 실시한다면 민영화로 한 발 다가가는 것이 될 게 분명하다. 이런 시나리오를 김대중 정부의 산업자원부는 견지해 왔다.

지난달 27일 산업자원부는 “차기 정부는 현정부의 민영화 정책을 그대로 유지하며 시기 및 방법의 일부 조정을 있을 수 있다.”는 인수위원회 측의 견해를 발표하기도 했다. 인수위원회의 입장을 산업자원부가 널리 알리고 나선 데는 ‘일부 조정’보다는 ‘민영화 정책을 그대로 유지하며’라는 대목에다 강조를 두고 싶어서였을 것이다.

산업자원부가 어디에다 무게를 두었든 인수위 측이 ‘시기와 방법에 현정부와는 다른 시각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결국 분명해졌다.

인수위원회의 입장이 갑작스러운 것이 아니다. 인수위원회가 방법과 일정의 변화를 언급한 데는 노무현 대통령에 뿌리를 두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대선 레이스에 들어서면서부터 국가 네트워크 기간산업의 민영화에 반대했다. 지난해 4월 2일 대구지역의 텔레비전 3사의 토론회에서 당시 노무현 후보는 “공기업 민영화의 방향은 찬성하되 철도, 발전 등 네트워크 산업분야는 반대한다.

네트워크 기간 산업의 경우 적절한 지배 구조를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후 전기산업계에서는 “노무현 후보는 네트워크 기간산업의 민영화를 유보하거나 반대한다.”고 말하기 시작했다. 또한 노무현 후보 자신도 그와 같은 주장의 일관성을 유지했다.

‘노무현 공약’의 일관성 차원에서 볼 때 한국전력의 민영화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논의에서 조금 벗어나지만 노무현 정부의 초대 산자부장관으로 전임 한전 사장인 모씨가 거론된 적이 있었다. 그 모씨는 한전의 민영화는 국가기간산업을 말살시키는 것이라고 반대했던 인물이라는 사실이 주목된다.

한전 수뇌부

한전의 민영화 여부는 한전 사장이 실무 총책이다. 이런 점에서 한전 민영화를 놓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한전 임직원들과 전기산업계에서는 차기 정부의 산자부장관이나 청와대 정책비서관이 누구냐 하는 것보다 한전 사장이 누구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청와대 비서관들처럼 ‘386세대와 교감을 이룰 수 있는 인물’이 한전 사장에 임명된다면 민영화 유보는 좀더 가시화될 수도 있다. 이런 인물이 연공과 서열을 중시하는 인사 체제인 한전에서 찾아질 수 있느냐 하는 점은 쉬 대답할 수 없는 문제이다.

물론 외부에서 사장을 영입할 수는 있다. 이럴 경우 노무현 정부의 한전 관련 정책이 어떤 식으로 이뤄질지 분명하게 파악해 낼 수 있다. 문제는 낙하산 인사는 하지 않겠다는 노무현 정부의 입장이다.

현재의 여러 정황으로 볼 때 한전 사장은 한전 임직원 중에서 선택될 가능성이 높다. 한전 수뇌부들도 업무 스타일에서는 편차가 있으므로 누가 한전을 이끌고 가느냐에 따라서 한전 민영화 여부를 예측하는 한 자료로 활용될 수 있는 것이다.

한전 민영화는 새 정부 들어서 정치 논리로 그 해법을 찾아갈 것인가? 김대중 정부는 외환위기와 그에 따른 구조 개편의 경제 논리를 내세우며 민영화를 추진했으나 노무현 정부는 국가 기간산업을 안보적 차원에서 지켜내야 한다는 정치 논리로 이를 유보할 것인가?

한전이 민영화될 것인가는 ‘생물인 정치’의 앞날을 점치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문제이다.

그래도 여기서 우리는 노무현 대통령이 후보 시절 내놓은 정책공약집의 한구절을 되새기지 않을 수 없다.

“전력 등과 같은 국민경제의 사활적 이해가 걸린 산업분야는 기존의 민영화 일정을 유보하고 철저히 사회적 합의에 근거하여 재논의하여야 하며 민영화에 앞서 지배구조 개혁에 의한 효율적 개선을 우선적으로 추진하겠다.”



정법종 기자 power@epowe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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