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칼럼] 북핵 출구, 한국 원자력계가 만들어주자
[E·D칼럼] 북핵 출구, 한국 원자력계가 만들어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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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5.03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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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균렬 /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지난 달 남북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과학기술 협력의 중요성을 언급했다고 한다. 물론 남북 과학기술 협력은 70년 가까이 막혀있었기 때문에 쉽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세월의 장벽을 허물고, 체제의 이격(離隔)을 넘어서 과학기술자들이 남북 협치를 주도해가는 날이 머지 않았을 수도 있다. 남북 협력에는 과학자를 비롯한 지식인들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반도에 평화와 번영을 위한 비가역적 화학반응이 시작된다면 과학기술계는 이 반응에 촉매가 되고 또 동력이 되어야 할 것이다. 연구와 혁신의 범위와 방식은 서로 다를 수도 있지만, 새로운 평화 공존과 상생 번영의 미래를 여는 지속 가능한 산업혁명을 기대할 수 있다. 북한의 부존자원을 활용한다면 기초 원천기술 연구를 어렵지 않게 시작할 수 있다.

30분 늦춰졌던 북의 시계바늘이 남과 하나로 맞춰진다. 남북 간 교류가 이뤄지려면 표준부터 통일해야 한다. 시간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 장단이 맞춰져야 한다. 에너지 산업계도 분단선을 넘나들며 협력의 물꼬를 터간다면 신재생과 원자력이 공생하는 맞춤형 한반도 전력망을 구축할 수 있다. 북에 내려 쪼이는 햇볕이 남의 겨울을 덥히고, 남에 부는 바람이 북의 여름을 식혀주는.

북한의 에너지는 식량 문제와 마찬가지로 다뤄져야 한다. 북한의 지하자원 뿐만 아니라 신재생에너지와 관련해서도 공동으로 연구할 수 있는 소재가 무궁무진해 보인다. 남한은 융합로, 가속기 등 거대시설을 갖추어 연구환경을 구축한 반면, 북한은 과학자 우대정책으로 인적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남북이 과학기술에 기반한 협력을 추진하면 21세기 중반이면 세계첨단을 걸을 수 있다.

원자력에 관한 한 12년 전 애석하게 막을 내리긴 했지만 북한 경수로 사업이 있었다. 머지 않아 남한의 원자력과 북한의 핵기술이 한반도 평화, 새로운 출발을 견인해갈 날이 오리라는 예감이 든다. 뒤쳐지는 미국과 쫓아오는 중국을 따돌리고 신토불이 합작으로 4세대 원전혁명을 서울·평양 표준시의 동기화로 선도해갈 그 날이 오면 북의 핵물질이 남의 원자로에서 소멸하게 되리라.

24년 전 체결된 미·북 제네바 합의에 의하면 북한이 핵개발을 중지하는 대가로 신포에 남한표준형 경수로 2기를 건설해주고 매년 중유 50만t을 북한에 제공하기로 약속했었다. 그런데 북이 은밀하게 핵개발을 추진했던 것이다. 이런 상황은 당시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로 하여금 경수로 사업을 더 이상 추진할 수 없도록 만들어 결국 사업은 도중하차하게 된 것이다.

따라서 북한이 핵무기가 하나도 없는 한반도를 남한과 함께 만든다면 경수로 사업의 부활과 원자력 인력의 상생은 소설이 아니다. 현재 북한에서도 연구논문이 조금씩 나오고 있어 남한의 1980년대 초반 수준으로 보인다. 민감한 정치사안, 국제관계, 국가안보 등을 고려하면서 원자력을 기반으로 상징적이면서도 실질적인 남한 관계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

북한이 쉽사리 비핵화에 나설 것이라고 순진하게 믿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북한이 질색하는 리비아 식 ‘선 폐기 후 보상’ 해법으로 풀어가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한국의 원자력계가 나서서 북핵의 출구를 만들어줘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탈원전 정책을 거두어, 남북의 고급기술자들이 ‘평화’란 이름의 원자력으로 나라와 겨레의 ‘번영’을 위한 일자리를 만들어준다면 김정은 위원장은 이번 남북 정상회담을 결코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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