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석유제품 정량 단속, 처벌만이 능사인가?
[기고] 석유제품 정량 단속, 처벌만이 능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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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5.21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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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세진 / (사)한국석유일반판매소협회 사무총장

[에너지데일리 에너지데일리 ] 석유판매업자가 가장 많이 사용 하는 홍보 문구로는 정품, 정량판매를 흔히 볼 수 있다. 그만큼 석유유통시장에서 가짜석유제품, 품질 부적합 등과 정량을 넣지 않고 속여 파는 곳이 단속돼 보도 되면서 소비자의 인식이 석유제품의 정품, 정량에 관심이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지난 정부의 지하경제 활성화를 통해서 세수확보 차원에서 우선적으로 가짜석유제품 단속에 공을 기울여 왔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어느 정도 가짜 석유제품이 많이 근절됐다는 평가와 상대적으로 정량미달 판매행위 근절 등에 대해서는 미온적 대응이라는 지적이 있다.

업계는 정량 미달 판매가 소비자를 기만하는 사기 행위로 정부의 단속 강화를 더욱더 강하게 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가짜석유 판매 행위에 대한 단속이 강화되자 석유판매 유형이 정량을 속여 파는 쪽으로 옮겨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석유관리원도 불법 석유에 대한 단속 흐름이 가짜석유에서 정량 미달 판매로 단속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석유관리원에 따르면 지난 해 주유소와 석유일반판매소 등 석유 소매업체에서의 고정된 주유기에서의 정량을 미달해 판매하다 적발된 건수는 감소하는 추세지만, 석유 이동판매차량(이하 홈로리)를 이용한 이동  판매 과정에서 정량을 미달해 판매하다 적발된 건수와 적발율도 두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정량 미달판매 행위 근절을 위해 홈로리에 부착된 이동식 주유기의 지역별 전수 조사 등 홈로리에 대한 집중적인 단속의 결과이기도 하다.

그러나 모든 단속기간이 그렇듯이 실적을 높이려면 평가가 가능한 단속 등 ‘건 수’ 가 우선될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정량 검정이 끝난 주유기는 반드시 봉인을 하게 돼 있다. 검정 유효기간 내이거나 봉인을 훼손한 흔적이 없는 등 석유판매업자가 조작한 증거도 없는데도 정량미달로 인한 과도한 처벌을 받는 사례가 많기에 지적하는 것이다.

석유판매업자가 고의로 정량미달 판매행위를 했다면 얼마든지 중한 처벌을 받아도 그 누구도 불만을 제기하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고의적인 불법행위가 아닌 경우와 판매행위를 하지 않았음에도 보유한 주유기의 정량미달만 확인되면 면책의 기회 없이 행정처분과 형사처벌까지 내려진다는 점이다.

현실적으로 석유판매업자의 주유기 사용공차에 대한 통제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정량 미달에 대한 책임을 무조건 석유판매업자에게 물리는 것은 너무 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조작 유무와 상관없이 처벌을 받는 주유기 정량제도는 선의의 전과자만을 양산할 우려가 있음에 정량 미달로 인한 행정 처분에 반발해 석유판매업자의 행정 소송이 끊이지 않고 있다.
 
석유판매업자의 홈로리 주유기가 정량 미달로 적발돼 처분 받는 사례가 급증하는 가운데 주유기 노즐과 호스가 정량 측정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어 주목된다. 고정식 주유기와 달리 홈로리 주유기의 호스는 길고 유연한 재질 때문에 태생적으로 정량 준수가 어렵다는 것이다.

또한 단속 기관의 검량 방법에 따라서도 정량 측정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 국가 기관의 분석이다. 이로 인해 법정 검정 기관인 KTC에서 주유기 정량을 공인 받아 봉인했으며 인위적인 조작을 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단속 기관에게 정량 미달로 판정돼 행정처분을 받았다는 억울한 사연들이 줄을 잇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법에서는 석유판매업자로서 정량을 판매하도록 업무상 주의의무를 다해야 한다며 현실에서는 무과실에 가까운 그들의 억울함을 인정치 않고 있다.

석유판매업자는 주유기에 대한 전문가가 아니다. 석유판매업자는 주유기 계측 기술자도 아니고 국가 법정 기관인 KTC로부터 한번 검정 받아 놓으면 그것을 믿고 주유기를 운영하는 것뿐이다. 그러나 기간 내 검정을 받았다 해도 사용하다보면 기계상 결함 등 자연적인 오차는 발생하기 마련이다.

더욱이 고정된 주유기 보다 항상 차량에 매달려 운영되는 홈로리의 주유기는 이동하면서 사용되기에 그 정도가 더 심하다. 그러나 석유판매업자가 관리할 수 있는 일은 청소나 자체 점검일 뿐이다. 아무리 자체점검을 통해 이상이 없더라도 단속기관의 검정에 이상이 있으면 정량미달로 처벌을 면할 수 없다.

정부도 이를 인정하해 고의로 사용공차를 벗어나 정량에 미달되게 판매하는 행위와 정량미달 판매를 목적으로 영업시설을 설치, 개조하거나 그 설치?개조한 영업시설을 양수, 임차해 사용하는 행위 등 지능적인 정량 미달 행위에 최고 등록 취소까지 처벌을 강화하고 있지만 고의가 없는 경우는 미달량이 계량법에 따른 검정오차(0.5%)의 2배 미만인 경우 1회 위반 시 경고 조치만 하도록 하고 있어 자연 발생 가능성을 인정한 셈이다.

그럼에도 석유판매업자들은 고정식 주유기와 이동식 주유기에 모두 동일한 잣대를 적용하기에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고정된 상태에서의 철심도 박힌 짧은 주유기와 달리 험한 길도 마다하지 않고 움직이는 홈로리 이동식주유기는 철심도 박히지 않은 50미터에 달하고 유연해 더욱 더 오차가 발생할 수 있다고 한다. 따라서 정부는 자연 발생 가능성에 대한 정량 오차를 고정식 주유기와 이동식 주유기에 대해서 달리 처리해야 할 것이다.

또한 단속만이 능사는 아닐 것이다. 정부는 석유판매업자에게 단속의 칼날을 들이밀기보다는 기술적으로 정량 오차를 벗어나는 문제의 해결 가능한 방안을 찾아내는 지혜가 필요해 보인다.

아울러 가짜석유와 정량미달 판매 행위를 집중 단속하면서 이로 인해 석유판매업자 중 가장 영세한 석유일반판매소를 정량 미달 등 각종 불법 영업에 이용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인수하고 적발되면 처분 대상으로 내세우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풍선효과에 대해 정부는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에 따라 에 대한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폐업지원을 통해 방치된 업소를 줄여 불법업자들이 몰려드는 거점을 없애면 가짜석유 뿐만 아니라 정량 미달 판매 등 자연스럽게 불법유통도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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