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에너지전환과 에너지분권 - ①
[분석] 에너지전환과 에너지분권 - ①
  • 변국영 기자
  • bgy68@energydaily.co.kr
  • 승인 2018.05.24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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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참여 에너지정책 종착역 ‘에너지분권’
예산·전문인력 등 부족… 중앙정부 지원 속 지자체역량 키워야
‘권한·책임’ 동시 부여 바람직… 지역특성 맞는 정책 발굴해야

[에너지데일리 변국영 기자] 지난달 26일 36개 지역단체와 모임이 참여한 ‘지역에너지전환을 위한 전국네트워크’가 출범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에너지전환을 시민과 지역이 중심이 돼 추진해 나가는 에너지분권을 위해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 것이다. 네트워크는 지방선거와 관련 4대 핵심과제와 7대 분야 20대 과제를 제시했다. 이처럼 지방선거를 앞두고 에너지분권에 대한 논의와 움직임이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과연 에너지분권은 우리나라에서 가능한 것일까. 에너지분권의 과제를 짚어본다.

 

중앙정부 중심의 에너지정책이 지방분권 시대를 맞아 지자체로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아직은 시작에 불과하지만 그 흐름은 뚜렷하고 확실하다. 에너지전환을 이루려면 지자체들이 나서야 하고 국민들이 함께 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지자체 분위기도 예전과 같지 않게 적극적이다.

하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그동안 소홀했기 때문이다. 하나하나 만들어가야 한다. 중앙정부의 지원과 지자체들의 노력이 어우러져야 진정한 에너지 분권 시대가 열릴 것이다.

지방분권 시대를 맞아 지자체들이 에너지사업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정부의 에너지전환이라는 큰 그림에는 그 실천방안에 있어 지역주민이 참여하는 이른바 ‘시민참여 에너지전환’의 개념을 밑바닥에 깔고 있기 때문이다.

지자체들이 에너지사업에 관심을 가지고 자신의 지역에서 주민이 참여하는 에너지정책을 추진하고 그 성과를 공유할 수 있는 체계는 바람직하다. 문재인 정부가 천명한 ‘신재생 3020 계획’ 역시 이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신재생 확대의 최대 걸림돌이 지자체의 행정규제라는 점에서도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같은 변화를 위해서는 지자체들이 변해야 한다. 최근 들어 지자체의 태도도 많이 달라졌다. 사실 그동안 지자체의 에너지정책은 없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중앙정부의 에너지정책을 단순히 실행하는 역할에 머물렀고 중앙정부 예산을 따기에 여념이 없었다. 지금 분위기는 과거와는 사뭇 다르다. 지자체 관계자들도 독자적인 정책 수립과 사업을 위한 구상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하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 또한 많다. 무엇보다 지자체들은 경험이 없다. 스스로 에너지정책을 수립한 적도 없고, 노하우도 없고 조직과 전문인력도 부족하다. 기본적인 인프라가 취약하다는 얘기다. 지금 상태라면 아무리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자체 스스로 에너지 정책 역량을 갖추는 일을 시작해야 한다. 하지만 그 것으로는 역부족이다. 그래서 중앙정부 차원이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에너지 분권이라는 것이 정부 차원의 그림이라면 당연히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

책임과 권한도 줘야 한다. 지자체장의 권한이 확대돼야 하고 행정조직과 인력, 예산도 지원돼야 한다. 지자체 에너지 전담조직에 대한 지원도 마찬가지다. 지자체가 에너지 생산시설을 소유하고 운영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지역 특성에 맞는 에너지분권이 이뤄져야 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지역마다 사정이 다르고 에너지자원 역시 상이하기 때문에 일률적인 분권보다는 지역특성을 고려한 분권이 이뤄져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지난 2월 충남연구원이 “지역 특성을 반영한 구체적인 태양광 발전시설 허가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 것은 주목할 부분이다. 정부가 아무리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을 추진한다고 해도 실제로 재생에너지 시설이 들어서야 할 지역에서 발목이 잡힌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충남연구원도 “정부는 2050년까지 태양광 사업이 급증할 것으로 내다봤지만 관련 시설 입지문제 때문에 발생하는 현장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정책에 대해서는 미흡하다”며 “태양광 발전시설 허가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 없이 농경지, 주거지, 산림 등에 무분별하게 설치되면 경관 훼손은 물론 주민들과의 갈등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태양광 설치 허가기준을 확실히 해야 할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은 그동안 태양광 설치에 있어 지자체의 조례 때문에 허가에 어려움을 겪어 태양광 확대에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 부분은 정부가 지자체와 협의해 현실적인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는데 가시적인 제도 개선이 빨리 이뤄져야 한다.

다른 이유는 아이러니컬하게도 정반대 현상 때문이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지적됐듯이 태양광 설치 허가만 받고 실제로 사업에 착수한 것은 일부에 지나지 않아 말로만의 태양광 확대이고 무분별한 허가로 지역갈등만 부추긴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런 모든 현상이 정부 차원의 확실한 허가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부의 기준이라는 것은 지금까지의 단순하고 획일적인 기준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철저히 지역의 특성을 반영한 허가기준이어야 한다.

충남연구원도 이런 차원에서 “태양광 발전시설 허가·설치과정에 대해 중앙정부는 단순하고 획일적인 설치기준보다는 각 지역에서 마련한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기준을 각 지역의 태양광 발전시설 허가·설치과정에 의무적으로 반영하도록 하는 법적 조치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런 목소리는 지자체의 태양광 인허가 담당 공무원들에게서도 들을 수 있다. 충남연구원에 따르면 담당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대부분의 공무원이 태양광 관련 민원에 대해 어려움을 겪고 있고 대다수가 ‘관련 규정 및 지침’을 가장 필요한 대책으로 꼽았다고 한다. 현장의 문제를 제일 잘 알고 있는 담당 공무원들이 합리적인 입지 선정 절차와 기준을 마련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에너지분권이 어떤 방향으로 진행돼야 한다는 점을 제시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에너지분권의 과제)

“해야 되는데… 여건은 갖춰지지 않아”

지역간 불균형 완화… ‘지역 맞춤형 분권화’ 추진해야

진정한 의미의 에너지전환을 위해서는 에너지분권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현실적인 면에서 에너지분권이 어느정도 가능한지에 대한 생각은 전문가들 사이에서 미묘한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인력, 예산, 권한의 에너지분권 3대 핵심요소가 실현되기 위한 현실적 여건이 갖춰지지 않았다는 것이 생각의 차이를 만들고 있다.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원은 “지방정부가 국가 에너지정책의 주요한 파트너가 될 수 있고 에너지 수요관리와 교육은 지자체가 더 잘 할 수 있다”며 “재생에너지를 통한 일자리 창출, 에너지자립률 향상, 시민에게 도움이 되는 에너지효율과 재생가능에너지 서비스 제공 등 에너지분권으로 얻을 수 있는 장점은 무수히 많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재생가능에너지를 통해 창출되는 수익을 지역주민들에게 공평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제도와 지원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며 “2020년 신기후체제 출범을 앞두고 지방정부가 온실가스 감축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연구원은 이같은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고 이에 대한 적극적인 개선을 주장한다. 그는 “권한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게, 실행은 한국에너지공단이 하고 있다”며 “지자체의 에너지정책 추진 체계에 대한 확충은 이뤄지지 않고 지역주민을 배제한 대규모 투자가 진행되면서 재생에너지를 둘러싼 갈등은 심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와 관련 “주요 에너지 관련 법률을 검토·분석해 지자체로의 업무 이관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현실적인 면에서 에너지분권의 한계도 분명히 존재한다. 강영진 3차 에너지기본계획 워킹그룹 갈등관리·소통분과장은 “중앙정부 차원에서는 에너지분권을 적극 추진한다는 방침이나 막상 지역 차원에서는 에너지분권을 추진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졌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에너지분권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지역간 불균형을 완화하고 지역 맞춤형 분권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중앙정부의 큰 틀에서 전국적 차원의 에너지분권을 지향하되 현존하는 지역간 불균형 및 에너지구조의 격차를 감안해 각 지역별 특성에 맞게 맞춤형 에너지분권 정책을 개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는 지자체에게 권한만 나눠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한다. 강 분과장은 “에너지전환의 의지가 없거나 상반된 정책 방향을 가진 단체장이 이끄는 지자체가 적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그런 현실에서 지역분권을 전면적으로 추진할 경우 해당 지역에서는 오히려 에너지전환에 역행하는 사태가 초래될 수 있다”며 “그런 사태를 방지할 수 있는 구체적 대책을 마련하고 에너지분권을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에너지분권 계획을 수립할 때 지자체에게 권한만 주는 것이 아니라 에너지전환 및 에너지자립을 향상시키기 위한 책임과 의무도 함께 줘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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