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기술과 신뢰의 원자력안전 플랫폼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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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5.21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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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구 /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부원장

[에너지데일리] 국민주권과 열린 혁신의 시대인 오늘날, ‘안전’은 경제 성장을 바탕으로 기본적인 생리적 욕구를 넘어서 이제 담론의 깊이와 욕구의 강도가 매우 높아져 있다. 안전에 대한 판단은 인식과 경험과 문화의 차이에 의해 달라진다. 체감하는 안전은 시대와 국가와 사회와 개인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 ‘건강’에 대한 기대수준처럼 ‘안전’에 대한 기준은 발전된 사회일수록 높아지기 마련이다.

‘안전한가?’에 대한 판정이 과거에는 전문가나 정부 관계자에 의한 일방적인 결정으로 끝났다면, 오늘날은 국민적 공감까지 확보해야 한다. 전문가들이 나서서 물리적이며 객관적으로 ‘안전’하다고 말해도, 국민은 ‘안심’하지 못한다. 국민은 스스로 판단하기 힘들고 어려운 안전보다는 본능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안심에 기대고 있다. ‘안전 한가’의 여부는 전문가가 판단할 수 있지만, ‘안심해도 좋을 것인가?’의 여부는 국민이 결정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규제는 공공을 이해시킬 수 있어야

미국원자력규제위원회(NRC)도 규제는 공공을 이해시킬 수 있어야 한다며 “안전시스템을 다각도로 점검해 규제 결정을 내놓으면 공공 수용성을 높일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제는 그만큼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안전 가치를 만족시키기 위한 지극한 노력이 더해져야 할 것이다. 특히 후쿠시마원전사고 이후 원자력 안전에 대한 가늠좌는 더욱 촘촘해져 있다. 후쿠시마 사고를 ‘구조적 문제의 개선’ 시각으로 접근해 더 안전한 원자력에 이르는 티핑 포인트를 만드는 것이 같은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숙명적 과제다. 영국 극작가 버나드쇼는 “역사가 되풀이 되고 예상치 못한 일이 반복해 일어나는 것을 보면 인간은 얼마나 경험에서 배울 줄 모르는 존재인가!”라고 했다. 실패로부터 무언가를 배우고 이를 이후의 지침으로 삼아 같은 실패를 하지 않는 것이 위대함과 어리석음의 차이일 것이다.

우리 정부는 ‘내 삶을 책임지는 국가’를 목표로 ‘국민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안심사회’의 전략 하에 ‘탈원전 정책으로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로의 전환’을 국정과제로 삼고 있다. 가동원전 등 원자력시설의 안전성을 강화하고 원전의 내진설계기준 상향등을 통해 원전 안전규제 체계의 혁신으로 원전사고 걱정 없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담겨있다.

시대의 변화 속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규제전문기관인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도 시대의 변화와 보폭을 맞추고 있다. 우선 법적 지위가 달라질 예정이다. KINS의 독립성 확보와 책임성 강화를 위해 원자력안전위원장이 임명하던 KINS 기관장을 대통령이 직접 임명하는 내용의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법 일부 개정안'이 심의·의결되어, 올 6월까지 행정예고 및 규제심사, 법제처 심사 등을 거쳐 국회를 통과하면 시행될 것이다. 또 이번 개정안에는 KINS의 업무가 독립적이고 중립적으로 수행돼야 한다는 내용이 명시되기도 했다.

KINS는 지난 1990년 창립된 이래 27년간 축적된 유무형의 기술자산, 규제기준과 지침, 절차, 우수한 기술역량, 윤리의식, 책임감을 갖춘 스탭들의 노력을 통하여 “방사선 재해로부터 국민과 재산을 보호”하는 미션을 충실히 수행해 온 국민의 기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INS는 변화된 환경과 도전에 대한 대응과 개선책이 충분하고 적절해 왔는지 다시 한 번 짚어보며, 어제 보다 더 안전한 오늘의 원자력을 위한 고삐를 당기고 있다. 그래서 늘 “법과 제도와 절차 등이 최선이었는가?, 조직역량을 강화하고 개인의 전문성을 심화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왔는가?, 환경의 변화와 시민의식의 성장에 보폭을 맞춰 국민의 소리를 소중하게 경청하며 소통하려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해왔는가?”에 대한 뼈저린 자기 성찰을 하고 있다.

KINS는 공공의 안전과 공공의 수용성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할 의무가 있다. 과거의 경험에 의존해서는 오늘을 현명하게 살 수 없고, 오늘의 눈으로 바라본 미래가 제대로 설계될 수 없듯이, 규제가 기존의 현상에 안주하고 유지하려는 편향에서 깨어나지 않는 한 안전도 신뢰도 확보할 수 없다. 낡은 것을 계속 파괴하고 새로운 것을 계속 창조하면서 끊임없이 혁신해 가는 것이 창조적 파괴다. 유전자들은 노화되거나 제 기능을 하지 못하거나 감염된 세포를 스스로 파괴하는 세포자살 과정을 통해 개체 전체의 건강을 유지하게 되며, 모든 고등생명들도 자기파괴를 통해 매일 새로워진다. KINS의 유전자 역시 낡고 저하된 기능의 규제세포를 버리고 건강한 규제세포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전경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전경

공감을 넘어 동감하는 신뢰의 '메신저'

첫째는 KINS 중장기경영목표의 충실한 이행이다. KINS는 “국민에게 신뢰받는 안전최우선의 KINS”라는 비전을 구현할 중장기경영목표가 있다. 중장기경영목표는 4대 전략방향 즉, 원자력안전강화, 국민안심제고, 미래변화대응, 지속가능경영의 4대 전략과 39개의 실행과제로 구성되어 있다. 실행과제의 성실한 이행을 통해 KINS의 기술·경영분야에 광범위하고 목표지향적인 Output이 도출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실행과제에 대한 단위조직에서의 이행결과는 내부 성과실적평가나 경영실적평가 등을 통해 가치부여를 하고 있다.

둘째는 고품질 규제결과의 생산촉진이다. KINS의 규제결과는 이미 다양한 다수의 이해당사자로 부터 평가받고 모니터링 되고 있다. 이제 KINS의 규제의사결정은 그 독립성과 책임성에 있어 과거와는 다른 가치적 위상이 세워지고 있다. 즉 KINS의 결정 하나하나가 KINS의 모습이 되고 KINS의 수준이 될 것이며, 이는 곧 어떠한 상황에서든 KINS의 업무 결과가 대체 불가능한 것이 됨으로써 신뢰도가 높아지게 될 것이다. 규제기준, 규제의사결정, 운전경험반영 등에서 체계적 노력과 아울러 개인과 조직의 지속적 규제역량강화 등을 동력으로 추진해 나갈 것이다.

셋째는 안전규제 진화의 가속화다. 원자력은 예측된 것의 방어 노력만으로는 불가지의 영역인 안전을 완전하게 확보할 수 없다. “또 다른 문제는 없겠는가?”라는 질문으로 모든 위험요인을 점검해야 한다. 지금이 최선이라며 심리적 무장해제를 하는 순간 KINS는 정체성을 잃고 안전을 위한 진화도 멈추게 될 것이다. 미래 대비 규제기술을 선제적으로 확보하는 노력도 그 일환이다. 쉼 없이 진화하는 규제만이 한정된 규제 자원을 극대화시켜 고품질의 규제, 무한의 위험책임 규제를 할 수 있다.

넷째는 윤리경영과 소통활성화다. 부패하지 않은 심판의 공정한 경기운영이 있을 때 팬들이 존재한다. 투명한 안전문화, 품격 있는 조직문화를 만들어가기 위해 저해요소를 하나하나 바꾸고 지속적인 내재화과정을 추진하고 있다. 대국민소통은 신뢰형성을 위한 가장 효과적이며 현실적인 루트이기 때문에 보다 다양하고 다각적인 접근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원전 지역주민, 지자체, 방사선이용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직접 소통을 통해 원자력 및 방사선과 관련된 다양한 현안 문제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있으며, 언제라도 누구라도 부르면 달려간다는 마음이 준비돼 있다.

원자력의 ‘안전’이 곧 국민의 ‘안심’이 되려면 이해관계자를 비롯한 국민의 공감과 신뢰가 필수적이다. 이는 결코 기계적 건전성 확보만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개인의 안전의식과 조직의 안전문화에 힘쓰며 규제의 신용과 신뢰를 쌓아가는 누적된 시간의 대가다. KINS야말로 정책자와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교류하고 교감하는 신뢰의 플랫폼이다. 지금까지 최상위 기술력으로 ‘규제의 신용’을 쌓아가고, 투명한 정보공개와 소통으로 ‘규제의 신뢰’를 제고해 온 KINS는 국민과 더 잦은 만남, 더 많은 소통, 더 든든한 믿음, 더 가까운 유대로 다가가 안전을 넘어 안심으로, 공감을 넘어 동감하는 소통과 신뢰의 메신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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