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고유가' 시대 진입에 정유업계 '긴장'
[초점] '고유가' 시대 진입에 정유업계 '긴장'
  • 이진수 기자
  • 1004@energydaily.co.kr
  • 승인 2018.05.25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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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영업이익 5조원 넘어 실적 호조세 지속
올해 저유가 기조에서 벗어나 유가 다시 상승 전망

[에너지데일리 이진수 기자] 국제유가가 배럴당 80달러   앞두고   ‘고유가 시대’로 재진입하면서 정유업계의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는 국제유가와 생산설비 보수 작업 등으로 인해 국내 정유사에게 큰 호재를 가져다 줬다. 하지만 국제유가가 서서히 고유가로 진입해 들어가면서 풍부한 제품시장과 저유가라는 효과를 누려왔던 국내 정유사들의 사업전망이 밝지만은 않은 상황이 됐다. 이에 석유공사가 발표한 국내 정유사의 지난해 상황과 미래를 전망해 본다.
 
 

2017년 석유산업 시장 동향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는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더딘 회복세를 보이고 있었으나 2017년에는 세계 경제가 광범위하고 지속적인 회복세를 보였다.

선진국의 경우 미국을 포함한 대부분의 선진국 실업률이 큰 폭으로 하락하며 가계 재무여건이 개선되면서 민간소비가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신흥국의 경우 브라질, 러시아등 자원 수출국은 수출 호조에 따라 고용이 개선됐으며, 중국도 소비 중심의 성장을 지속하며 민간소비가 증가했다.

세계 경기 회복으로 국제유가도 상승세를 기록했다. 2017년 국제유가는 6월까지는 배럴당 40달러에서 50달러 구간에서 등락을 반복했으나, 6월 중순 이후 OECD석유재고 감소, 북해/리비아 송유관 가동 중단, 산유국 정정불안, 북미지역 한파 등의 영향과 함께 OPEC의 감산 기간 재연장 결정 등으로 배럴당 60달러를 돌파하는 등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였다.

세계 경기 회복은 세계 석유수요 증가도 견인했다. 세계 석유수요는 2016년 96.2백만 배럴에서 2017년 9780만배럴로 1.7% 가량 증가했다. 특히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의 수요는 2016년 3280만b/d에서 2017년 3390만배럴/일로 3.4%나 증가하며 아시아 역내의 석유제품 정제마진 개선 및 국내 정유사의 석유제품 수출 확대에 기여했다.

2017년 국내 정유사 경영실적 분석

2017년 정유업계 경영실적을 살펴보면 유가 상승에 따른 석유제품 판매가격 상승으로 2016년 대비 매출액은 증가했으나, 원화 강세 및 래깅효과 축소로 인해 영업이익은 소폭 감소했다. 그러나 2016년은 정유업계가 유래 없는 호황을 기록한 해임을 감안시 2017년에도 여전히 정유업계의 실적이 호조를 기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2017년 정유업계 매출액은 2016년 대비 23.8% 증가한 92조4051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2016년 대비 7.2% 감소한 5조5035억원을 기록하며 2년 연속 5조원 대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정유업계의 연간 영업이익이 5조원을 넘어선 것은 2011년 5조3000억원, 2016년 5조9000억원에 이어 2017년까지 총 3번째로 작년에 이어 2017년에도 실적 호조세가 지속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매출액은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오히려 소폭 감소해 2017년 정유업계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2016년 대비 1.9%p 떨어진 6.0%를 기록했다.

사업부문별로 보면 정유업계의 주업인 석유정제 및 판매 관련한 정유부문의 매출액 및 영업이익이 법인 전체 실적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국내 정유사 중 SK에너지와 현대오일뱅크의 경우 석유화학 및 윤활유 등 비정유부문을 따로 분사했지만, 정유와 비정유부문이 동일 법인에 있는 GS칼텍스와 S-OIL의 경우에도 정유와 비정유 부문의 비율이 8:2에 달하는 등 정유부문의 매출액 및 영업이익이 전체 법인 실적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정유사 매출액 중 88%인 81조2795억원이 석유정제 및 판매 부문인 정유부문에서 발생했다. 영업이익도 정유부문에서 75%인 4조1003억원을 기록했고, 석유화학과 윤활유 등의 비정유부문에서는 영업이익의 25%인 1조4032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 중 정유부문과 비정유부문 비중이 88:12 임을 감안할 시 석유 화학과 윤활유 등의 실적이 정유부문 대비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이에 따라 각 부문별 영업이익률도 정유부문 5.0%, 비정유부문 12.6%로 비정유 부문 이익률이 정유 부문의 약 2.5배에 달하고 있다.

각 부문을 살펴보면 정유부문과 비정유 부문 모두 2016년 대비 매출액이 증가 했음에도 불구 영업이익은 감소했다. 특히 정유부문의 경우 2017년에 유가가 상승하며 정제마진이 증가했고 수출 채산성도 개선됐다. 그리고 세계 석유수요 증가에 따른 정유사 가동률도 증가하며 수출 물량도 증가했음에도 불구 영업이익은 오히려 전년대비 감소한 이례적인 상황이 발생했다.

2017년 세계 석유수요 증가, 특히 아시아 지역의 수요 증가에 따라 아시아 역내 정제마진의 지표역할을 하는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이 2016년 배럴당 4.7달러에서 2017년 배럴당 5.8달러로 배럴당 1.1달러가 상승했다.

싱가포르 정제마진과 국내 정유사의 정제마진을 단순 비교할 수는 없지만 국내 정유사의 연간 원유 도입 물량이 약 10억 배럴에 달하는 것을 감안하면 배럴당 1달러 정제마진 개선은 국내 정유사에게도 약 1조원의 영업이익 개선 효과가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수출 채산성도 2016년 대비 배럴당 1.5달러가 개선됐으며 정유사 수출 물량도 2016년 대비 약 1800만배럴(1.8%↑) 증가한 5억9812만배럴을 수출하며 정유사 영업실적 호조에 기여했다.

이렇게 2017년도에 국내 정유업계에 우호적인 경영환경이 조성됐음에도 불구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감소했다. 2017년의 유가 상승폭이 2016년의 절반 수준에 그쳐 래깅효과가 큰 폭으로 감소했으며 2017년 하반기 부터의 원화 강세 또한 영업이익 감소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우리나라는 원유가 생산되지 않기 때문에 전량 해외에서 도입하고 있다. 따라서 국내 정유사가 산유국에서 원유를 구매하여 국내로 들여오는 데 통상 1개월 가량의 시간이 소요된다. 그리고 원유를 들여오는 기간에도 원유가격은 계속 변화하고 있으며, 원유 가격 변동에 따라 석유제품 가격도 같이 변동하게 된다.

즉 유가 상승기에 원유를 도입하면 원유를 도입, 정제해 제품을 판매하는 시점의 석유제품 가격은 원유도입시기의 석유제품가격보다 더 상승하게 되어 석유제품 판매시의 마진이 더욱 커지게 된다.

다시 말해 산유국 현지에서 원유를 구입한 원가 인식 시점과 실제로 제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시점 간에 국제유가 및 석유제품 가격이 변동하며 발생한 재고자산의 평가손익에 따른 이익 확대 또는 축소 효과를 래깅효과라고 말한다.

2016년의 경우 국제유가 상승폭이 배럴당 21.6달러에 달했으나, 2017년에는 국제유가 상승폭이 배럴당 10.58달러에 그치면서 2016년 대비 2017년에 래깅효과가 축소되며 영업이익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작년 말부터 원화가 강세를 보인 것도 영업이익 감소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상기했듯이 정유사는 원유 매입시점과 제품 판매시점 간 차이가 있는데 원유 매입시점보다 제품 판매시점에 원화가 강세(환율 하락)를 보이면 영업이익이 감소하게 된다.

2017년 국내 정유업계의 정유부문 경영실적은 정제마진 상승, 판매물량 증가, 수출 채산성 개선 등으로 높은 영업이익을 기록했으나, 2016년 대비 래깅효과 축소 및 원화 강세로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소폭 감소한 것으로 분석된다.

비정유부문 수익성 분석

석유화학, 윤활유 등의 비정유부문도 정유부문과 마찬가지로 유가 상승으로 매출액은 증가했으나, 석유화학제품 스프레드 축소 등으로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감소했다.

석유화학부문 매출액은 전년 대비 18.7% 상승한 8조4209억원을 기록했으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21.2% 감소한 7857억원을 기록했다. 유가 상승으로 석유화학산업의 원료인 나프타 및 석유화학제품 가격은 상승했다. 톨루엔, 자일렌, 파라자일렌 등 일부 석유화학제품 가격이 원료인 나프타 가격 대비 상승폭이 낮아 석화제품 수익성이 낮아지며 영업이익이 감소한 것으로 분석된다.

윤활유부문 역시 매출액은 전년 대비 16.4% 증가한 2조7046억원을 기록했으나, 영업이익은 소폭(5.6%) 감소한 6174억원을 기록했다.

2017년 정유사 매출액은 전년 대비 23.8% 증가한 92.4조원,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7.2% 감소한 5.5조원으로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6.0%를 기록했다. 정유업계로서는 사상 최대 수준에 버금가는 영업이익 및 영업이익률을 시현했으나, 한국거래소가 밝힌 2017년 12월 결산 상장법인 639개사의 영업이익률이 9.15%를 기록한 것과 비교 시 정유업계의 영업이익률은 아직도 타 산업 대비 높은 수준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2018년 정유산업 전망

2018년 국제유가는 북해산브랜트유(Brent) 기준으로 2017년 대비 14.7% 오른 배럴당 64.1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난 2015년부터 이어진 저유가 기조에서 벗어나 유가가 다시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경기회복에 따라 올해도 개도국 및 선진국의 경제성장세가 견고하게 유지되며, 석유수요가 2017년 대비 일 140만배럴 증가할 할 것으로 전망되며 OPEC의 감산 기조가 유지돼 공급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수급이 타이트해지는 상황에서 베네수엘라와 이란 위기 등 지정학적 불안도 유가 상승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유가 상승이 미 셰일오일 등의 증산과OPEC 국가의 감산 출구전략을 부추기며 유가 급등을 저지할 가능성도 예상된다.

2018년 국내 정유사의 경영환경은 밝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 유가의 불안정성이 높아지고 있고, 역내 최대 수출국이자 경쟁국인 중국도 석유제품 품질 기준을 우리나라와 같은 수준으로 높였을 뿐만 아니라 중국내 정유사들의 수출 쿼터도 2017년 대비 30% 가까이 증가한 1624만톤으로 확대했다.

지금까지 국내 석유시장은 높은 환경기준 및 정유사가 외국산 대비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국내에 공급해와 해외 석유제품 수입이 극히 미미했였으나, 중국산 석유제품의 경쟁력 강화 및 수출쿼터 증가로 국내 시장 뿐 아니라 아시아 역내 경쟁도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아시아 역내의 제한적인 신규 증설 규모(순증 약 68만배럴)에 비해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수요가 약 80만 배럴 증가할 것으로 보여 수요 우위의 시장 수급 상황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정유사들도 불확실한 경영환경 속에서 경쟁력 강화를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고도화 시설 투자를 지속하고, 수익성 다각화를 위한 석유화학시설도 신설을 계획하고 있다. 또한 세계적인 친환경기조에 맞춰 중질유 탈황시설 등의 투자도 진행 중이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정유업계의 투자와 노력을 통해 산업 경쟁력을 강화해 어려운 경영환경을 극복하고 국가 주요 에너지 기간산업인 정유산업의 발전을 통해 국민경제 증진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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