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北 비핵화, 우리나라 검증 활동 참여 길 열렸다
[이슈] 北 비핵화, 우리나라 검증 활동 참여 길 열렸다
  • 송병훈 기자
  • hornet@energydaily.co.kr
  • 승인 2018.08.20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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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물질 분석 능력, 일관 체계 확보' 국제적 인정받아
'핵연료 점검 로봇'도 관심… 핵비확산 과정 역할 기대

[에너지데일리 송병훈 기자] 현 정부 출범 이후 전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진행된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 이중 가장 관심을 모으고 있고, 또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는 것이 바로 북한의 '비핵화'다.
'비핵화'란 핵확산금지조약 가입국 가운데 핵무기 개발 의혹이 있는 국가의 관련 시설에 대해 국제법에 따라 펼치는 사찰 활동을 의미한다.
북한의 '비핵화'와 관련 여러 추측이 난무하고 있고, 긍정적인 전망과 비관적인 예상이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관계국들의 앞으로의 행보와 결과는 한반도 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비핵화'와 관련 우리나라 정부출연연구기관이 직접 검증 활동에 기여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주목된다. 이와 관련한 상세한 내용을 지면에 소개한다.

원자력연구원 연구팀이 핵사찰 시료에 대한 SIMS 입자 분석을 진행하고 있다.
원자력연구원 연구팀이 핵사찰 시료에 대한 SIMS 입자 분석을 진행하고 있다.

핵사찰 시료 분석… 그리고 세계 세번째

한국원자력연구원(원장 하재주)은 국제원자력기구(IAEA)로부터 ‘국제사찰시료 분석 실험실 네트워크(IAEA-NWAL, NetWork of Analytical Laboratories)’ 중 SIMS 이용 입자분석 분야에 대한 가입 승인을 받았다고 지난 19일 밝혔다.

IAEA-NWAL은 IAEA가 세계 각국을 대상으로 수집한 핵사찰 시료에 대한 정밀분석을 전담하는 사찰 시료 전문 분석기관으로, 기술과 시설에 대한 엄격한 인증을 통과해야 가입할 수 있다.

IAEA-NWAL 가입 분야는 크게 총량분석과 입자분석으로 나뉜다. 총량분석(bulk analysis)이란 시료 속에 포함된 전체 핵물질의 양과 동위원소 비를 분석해 불법 핵 활동 여부를 검증하는 방법이고, 입자분석(particle analysis)은 시료에서 회수한 개별 핵물질 입자의 동위원소 비를 측정, 농축·재처리 등 핵 활동의 구체적인 방법 및 사용 시설 등의 정보를 밝혀내는 분석 방법이다.

또한 그 중 입자분석 분야는 분석방법에 따라 ‘핵분열 트랙기법을 이용한 열이온화질량분석법(FT-TIMS)’과 ‘이차이온질량분석법(SIMS)’으로 구분된다.

FT-TIMS(Fission Track - Thermal Ionization Mass Spectrometry)는 시료에서 회수한 입자 중 중성자 조사에 의해 형성되는 핵분열 트랙(Fission Track)을 이용, 검출한 핵물질 함유 입자를 열이온화질량분석기(TIMS)로 분석하는 방법이다. 이는 고감도의 분석 입자 검출이 가능하고 높은 정확도 및 정밀도의 분석이 가능한 방법이며, 따라서 핵활동 탐지에 가장 신뢰도가 높은 분석 방법이다.

SIMS(Secondary Ion Mass Spectrometry)는 시료에서 회수한 입자를 SIMS 장비에 장전, 핵물질 함유 입자 검출해 동위원소비를 측정하는 방법이다. 시료제작이 비교적 용이하고 분석시간이 짧지만, 플루토늄 분석에 제한이 있고 직경 1μm이하의 입자시료의 경우 정확한 분석이 어려운 단점이 있다.

이와 관련 우리나라는 총량분석, FT-TIMS 입자분석 분야에 이어 SIMS 입자분석 분야에 대한 가입을 완료함으로써 프랑스, 일본에 이어 IAEA가 인정하고 있는 핵사찰 시료 분석 전 분야에 가입한 세 번째 나라가 됐다.

이는 우리나라의 극미량 핵물질 분석기술이 국제적으로 인정받았으며, 핵사찰 시료에 대한 자체 분석 능력과 일관 체계를 완전히 확보한 것을 의미한다.

IAEA-NWAL 가입 실험실 현황(2018년 8월 기준, 11개국 17실험실)
IAEA-NWAL 가입 실험실 현황(2018년 8월 기준, 11개국 17실험실)

원자력연구원은 원자력안전위원회(위원장 강정민)의 지원을 받아 지난 2012년과 2015년, IAEA-NWAL 총량분석 분야와 FT-TIMS 입자분석 분야에 각각 가입을 승인받고, 2015년부터 IAEA로부터 사찰 시료를 배정받아 분석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지난 2013년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유영민)의 지원을 받아 극미량인 핵물질의 분석과정 오염을 막기 위한 Class 100급 사찰시료 분석시험시설도 완공, 운영하고 있어 NWAL 시설 요건도 충족했다.

또한 원자력연구원은 2016년부터 SIMS 입자분석 분야의 NWAL 가입 절차를 진행, 총 3차례에 걸친 시험 분석에서 무수한 먼지 속에 포함된 마이크로미터 크기의 우라늄 입자를 회수·분석하는데 성공하며, 정확도·정밀도·품질경영 등 IAEA가 요구한 기술적 요건을 모두 충족했다.

원자력연구원은 이미 분석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총량분석, FT-TIMS 입자분석과 더불어 향후 IAEA 사찰관이 수집한 시료를 의뢰받아 SIMS 입자분석에 나서게 된다. 이를 통해 극미량 핵물질 분석 관련 정책자료 확보, 주변국 핵 활동 감지 및 검증에 기여할 수 있는 기술적 토대를 마련하게 됐다. 또한 향후 진행될 북한 비핵화 활동 검증에 직접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련의 북한 비핵화 과정에서 우리나라의 역할이 기대된다.

원자력연구원 하재주 원장은 “북한 비핵화를 포함한 글로벌 핵비확산 노력에 원자력 기술 선진국 위상에 걸맞는 공헌을 할 수 있게 됐다”며 “향후 국가 핵투명성 제고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원자력연구원이 개발한 SCV(핵연료 점검 로봇)가 모의 핵연료 저장 수조에서 움직이고 있다.
원자력연구원이 개발한 SCV(핵연료 점검 로봇)가 모의 핵연료 저장 수조에서 움직이고 있다.

한국 원자력 로봇과 핵사찰

원자력연구원은 지난 3월 박종원 박사팀이 개발한 ‘핵연료 점검 로봇(SCV, Spent fuel Check Vehicle)’이 ‘IAEA 로보틱스 챌린지’ 경연대회를 거쳐, 최근 IAEA 수상(水上)로봇 부문에 선정됐다고 밝혔다. 이는 우리나라가 개발한 원자력 로봇이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추진중인 핵사찰 로봇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라는 설명이다.

앞서 IAEA는 전 세계 원자력 시설에서 방사성폐기물을 점검할 자율이동 사찰 로봇을 개발하기 위해 지난해 8월 호주에서 ‘IAEA Robotics Challenge 2017(IRC 2017)’을 개최한 바 있다. 총 17개국 27개팀이 참가한 당시 대회는 수상로봇, 지상로봇 분야로 나눠져 예선과 모의 시험 환경에서 직접 평가하는 본선으로 진행됐으며, 원자력연구원이 출품한 ‘핵연료 점검 로봇’은 수상로봇 분야에서 영국, 헝가리 참가팀과 함께 최종 선정됐다.

선정된 로봇은 현장 적용 시험(Proof-of-concept)을 거쳐 최종 기술 수준이 증명될 경우, IAEA 요청에 따라 완제품으로 제작·수출된다. 원자력연구원은 IAEA와 함께 올해 안에 실제 원전 내부에서 사용후핵연료 사찰 작업을 통해 로봇 성능을 시험할 계획이다.

특히 IAEA가 핵사찰을 위해 로봇 개발에 직접 뛰어든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전해지고 있다. 현재 IAEA는 사찰요원을 파견, 사용후핵연료 저장수조에 보관된 핵연료와 지상에 적재된 방사성폐기물 컨테이너를 주기적으로 사찰하고 있다. 그러나 사찰 요원들의 방사선 피폭 우려와 원자력 산업규모의 성장에 다라 사찰 업무 수행이 어려워지자, 이들을 대체할 로봇 개발이 절실해진 상황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원자력연구원의 ‘핵연료 점검 로봇’은 경연대회에 참가한 로봇 중 유일하게 IAEA가 제시한 모든 실험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수상로봇은 깊이 10m 이상의 핵연료 저장 수조에서 자율적으로 움직이고, 핵연료를 정확하게 관측할 수 있어야 하며, 세계 각지로 항공 운송이 가능하도록 무게가 가볍고, 작업을 마친 로봇에 대한 제염 작업 또한 쉽고 빠르게 할 수 있어야 한다.

원자력연구원에 따르면 ‘핵연료 점검 로봇’은 다른 로봇보다 월등히 빠른 30㎝/s 이상의 속도로 자율 주행이 가능하고, 탑재한 검사장비를 이용해 사용후핵연료를 자동으로 인식, 검사할 수 있다. 또한 사용자가 편리하게 조종할 수 있는 유저 인터페이스(UI)를 갖추었으며, 무게가 11㎏에 불과해 항공 운송과 재빠른(5분 이내) 설치·운용이 가능하다. 외부로 노출된 부분이 단순해 제염이 쉬운 점도 높게 평가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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