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업계 에너지전환 정책 흔들기, 도를 넘었다”
“원자력업계 에너지전환 정책 흔들기, 도를 넘었다”
  • 변국영 기자
  • bgy68@energydaily.co.kr
  • 승인 2018.08.21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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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전환포럼, 기자간담회 갖고 5가지 논점 정당성 주장

[에너지데일리 변국영 기자] 에너지전환포럼은 21일 프레스센터에서 ‘원자력업계 에너지전환정책 흔들기, 도를 넘었다’라는 제목의 전문가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홍종호 에너지전환포럼 상임대표(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역대 최고, 최대의 폭염은 기후변화 영향으로 에너지전환정책의 중요성이 더 절실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월성원전 1호기 폐쇄를 기점으로 원자력업계의 에너지전환정책 흔들기가 도를 넘었다”고 주장했다.

포럼은 간담회에서 ▲에너지전환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며 우리에게 새로운 기회 ▲재생에너지와 원전은 전력망 안정성 확보차원에서 경쟁관계 ▲에너지전환의 첫 단추인 수요관리는 새로운 산업 ▲전기요금과 한전 적자는 원전이 아닌 유가와 석탄가격의 영향 ▲원전 경제성은 안전성과 폐로·핵폐기장 비용이 핵심이라는 다섯 가지 논점에 대해 정당성을 주장했다. 포럼이 주장한 5가지 논점을 정리한다.

 

▲원전vs재생에너지=17조 시장vs298조 시장(한병화┃유진투자증권 연구위원)

에너지전환 시장은 2005년 교토의정서 발효를 전후로 성장초기 국면에 진입했고 2008년부터 중국과 미국의 집중 투자로 경쟁력 확보 단계에 올라섰다. 지난 2∼3년 전부터는 에너지전환의 주력인 풍력과 태양광산업은 화석연료와 원전과 대비해서도 높은 가격경쟁력을 가지게 됐다. 이제 에너지전환 산업은 시장의 주류가 된 상태이고 이는 지난해 전세계 에너지원별 투자금액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2017년 재생에너지 투자액은 2980억 달로 석탄/가스 등 화석연료 투자액 1320억원 대비 두 배 이상이고 원전은 170억 달러로 변방의 산업으로 전락했다.

최근 한전의 영국의 원전수출이 삐걱거리면서 정부의 탈원전 정책 때문이라는 보도들이 많

다. 하지만 영국 뉴젠 원전프로젝트가 사업자를 구하기 어려운 근본적인 이유는 수익성 화보라는 난제 때문이다. 경쟁 발전원인 해상풍력의 발전단가가 원전보다 급격히 낮아지면서 신설 원전에 대해서 전력구매계약 단가의 인하를 정치권에서 요구하고 있다.

뉴젠 프로젝트는 과거 UAE처럼 건설만 해서 넘겨주는 것이 아니라 35년간 운영을 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전력구매단가의 인하는 대규모 손실을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 비슷한 이유로 히타치가 건설 중인 호라이즌 프로젝트도 핵심 건설업체인 벡텔이 수익성 악화 때문에 사업을 포기할 의사를 전달하는 등 영국에서의 원전신설 입지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최근 들어 에너지전환 산업은 높아진 경쟁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산업과 융합되며 확산기에 들어갔다. 904GW에 달하는 풍력, 태양광에너지가 설치되자 가장 큰 단점인 간헐성을 극복해주는 에너지저장산업(ESS)이 성장 초기에 들어갔다. 미국, 유럽, 중국, 일본 등 주요 국가들은 지구온난화와 대기오염의 첫 번째 난제인 전력원의 클린화 작업이 성과를 보이자, 두 번째 오염원인 교통부문에 대한 에너지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전기차 시장을 확대하기 위해 미국(11개주)과 중국이 전기차의무판매제도를 도입했고 영국, 프랑스 등 유럽 주요국가와 일본, 인도 등은 내연기관차 판매금지 로드맵을 발표했다. 전기차 시장의 발전은 주요부품인 배터리의 기술과 가격경쟁력 상승을 유발해 자동차뿐 아니라 배, 비행기 등 교통 전반으로 에너지전환이 확산되고 있다.

2017년 재생에너지가 창출한 일자리 수가 1000만개를 넘었다. 전세계 6356GW의 발전설비 중 대한민국의 비중이 117GW로 약 2% 수준이다. 따라서 1000만개의 일자리 중 약 20만명은 국내에 있어야한다. 하지만 국내에는 약 1.5만명 수준의 재생에너지 일자리만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에너지전환의 대세만 따라갔어도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일자리 문제는 상당부분 완화됐을 것이다.

성장과 일자리 문제는 사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에너지전환이 본격 확산 국면에 진입하면서 기존의 산업을 도태시키고 새로운 산업을 창출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처음으로 100만대를 돌파한 전기차 판매량은 2025년 1000만대를 돌파할 것이 확실시 된다. 전기차는 기존 내연기관차에 비해 부품수가 30∼40% 감소하기 때문에 그 자체로도 고용의 감소를 가져온다. 따라서 전기차 연관산업을 선도해서 육성시키지 못하면 국내 고용 대란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현재 국내 자동차산업의 직접고용 인원은 약 30만명 수준이고 간접고용까지 따지면 약 100만개 이상의 일자리가 관련된다는 보도도 있다.

에너지전환과 관련된 일자리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현재 전세계 약 140개의 대기업들이 RE100에 가입돼 있다. 이들은 자체 전력뿐 아니라 거래하는 부품업체들까지도 재생에너지 사용을 단계적으로 의무화할 계획이다. 애플, BMW, GM 등에 납품하는 국내의 대기업, 중소기업들은 재생에너지 사용을 의무적으로 해야 할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그러지 못한다면 납품업체에서 탈락할 것이고 우리의 일자리는 없어질 것이다.

에너지전환의 시대에 우리가 택할 수 있는 방법은 단 한가지 밖에 없다. 남들보다 조금 더 일찍 더 빠르게 전환을 이루는 것이다. 이미 한참 늦어버린 대한민국 입장에서는 더더욱 그럴 수밖에 없다. 속도감 있는 에너지전환을 통해 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모두 이루느냐, 구시대 에너지원에 대한 미련으로 경제의 파국을 맞느냐는 기로에 서있다.

 

▲재생에너지와 원전은 전력망 안정성 차원에서 경쟁관계 (전영환 홍익대 전기공학부 교수)

재생에너지 3020 계획은 전력망의 확충, 에너지저장장치의 활용, 전력계통운영시스템의 고도화, 법 제도의 정비, 에너지믹스 조정 등 기존 에너지 공급 시스템의 혁신적 변화를 통해서 달성 가능하다.

이 중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지만 특히 에너지 믹스 조정은 재생에너지의 운영을 위해 최소한의 필요 설비를 확보하는 차원에서 매우 중요하다. 에너지 믹스에서 발생하는 오해 중 하나가 원전이나 석탄과 같은 기저전원을 확보해야 에너지 공급의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다고 하는 점이다. 이는 사실과 다르다.

지금까지 원자력과 석탄은 기저전원으로서 역할을 해 왔기 때문에 거의 연중 상시 가동됐다. 원자력의 경우는 전력거래소 운영시스템(EMS)과도 연계가 돼 있지 않고, 우리나라에서 개발한 원자로는 부하 변동에 따라 출력을 높이거나 낮추는 일도 가능하지 않다.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제시한 전원믹스를 전제로 재생에너지의 출력을 이용해 전력망의 운영을 시뮬레이션한 결과 2030년의 경우 원자력은 2017년에 비해 22.5GW에서 20.4GW로 2.1GW 줄어드는 반면 풍력과 태양광은 설비용량이 58.5GW까지 대폭 증가한다.

2012년 기상청의 기상데이트를 활용해 2030년 풍력·태양광 58.5.GW를 설치한 결과 재생에너지 출력이 서서히 감소하면 순부하가 급격하게 증가하게 되고, 유연성 발전기 출력은 순에너지 증가 속도를 맞춰 출력을 증가시켜야 한다. 그 양은 시간당 10GW에 해당하는데 수력, 양수, 가스 발전기를 모두 활용해 이 조건을 맞춰야 한다. 원자력 발전기는 경직성 전원으로 운영에 한계가 있다. 결국 이 두 조건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이 경우 원자력발전기와 재생에너지는 동시에 전력을 공급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른다.

 

▲에너지전환, 수요관리가 우선이다.

정부는 에너지 관리를 ‘공급관리에서 수요관리로 전환할 것이다’이라고 선언한 바 있다. ‘공급관리’(Supply Management)에 대응하는 개념으로서의 ‘수요관리’는 실제 ‘수요 측 리’(Demand Side Management)에 해당한다. 수요관리는 크게 에너지 효율과 수요반응(Demand Response)로 나눠지는데 우리나라에서 시행하고 있는 수요관리서비스는 수요반응서비스로 보는 것이 제대로 된 표현이다.

수요반응(DR)은 도매 시장 가격이 높게 형성된 시기나 시스템 신뢰성이 위험에 처한 시기에 전력 사용 감소를 유도하기 위해 설계된 인센티브나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전기 가격의 변화에 반응해 보편적인 소비 패턴에서 벗어난 수요 측 자원에 의한 전기 사용의 변화를 말하는 것이다.

평소에 사용하던 전력소비량이 있는데 이 전력소비량을 줄이면 그만큼 전력망에 전기가 공급되므로 ‘수요자원’이 생기는 것이다. 전기사용의 변화를 통해 ‘수요자원’이 생긴다. 이 수요자원을 거래하는 시장이 ‘수요자원시장(수요자원 거래시장)’이다. 전기사용자가 전력시장 가격이 높을 때 또는 전력계통 위기 시 아낀 전기를 전력시장에 판매하고 금전으로 보상받을 수 있다

그렇다면, 에너지전환과 수요관리는 어떤 관련이 있을까? 우리는 1년 365일 동안 전기를 사용한다. 그러나 우리가 사용하는 전력사용량은 계절에 따라서, 요일에 따라서, 시간에 따라서 유동적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마다 전력사용량이 다르다. 우리가 근무하는 평일과 주말과 휴일에 따라 전력사용량이 다르다. 또 평일 하루 24시간 중 새벽, 오전, 오후, 저녁 시간에 따라 전력 사용량은 큰 차이가 있다.

정부는 왜 공급관리에서 수요관리로 전력정책을 전환했을까? 에너지의 수급의 효율성 때문이다. 1년 중 우리가 최고로 많은 전기를 사용하는 피크타임은 60시간 내외로 알려져 있다. 1년간 우리가 보내는 시간은 8760시간이고 이 시간 내내 전력을 소비하는데 이 60시간 때문에 발전소를 증설하고 송전탑을 세우는 것은 너무나 비효율적인 것이 아닐까?

우리나라는 지난 2014년 11월 수요자원시장을 개설한 이후 원전4기에 해당하는 4.2GW의 자원을 확보해 하동절기의 피크전력을 대비하고 있다. 전력피크 시 전력공급을 위해 발전소 건설에 매달리다 보니 일부 발전소는 여름 한 철만 가동되는 경우도 있어 이런 낭비를 막아야 전체 에너지 수급이 효율적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피크 전력수요 발생 시기에 수요자원을 공급해 줄 것을 요청해 오고 있다. 수요자원으로 계약을 맺으면 기본정산금이 지급되고 실제 수요자원을 전력망에 공급하면(전력수요를 줄이면) 그에 따른 실적정산금이 지급된다. 2014년 수요자원 시장 개설 이후 최대 1836억원 가량의 기본정산금이 지급됏다. 수요자원 공급에 따른 최대 정산금은 200억원 가량이다.

수요관리는 피크전력은 물론이고 에너지전환에 있어서도 기본 요소이다. 기존의 대용량 발전보다는 마이크로그리드 단위의 재생에너지와 저장시스템을, 다양한 소비자들의 필요와 욕구, 그리고 상황에 맞게 스마트하게 에너지를 공급하기 위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속적인 에너지저장장치 구축 계획과 함께 재생에너지와 연계한 에너지저장장치 활용 방안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

 

▲한전적자는 ‘탈원전’ 때문이 아니라 전기요금에 원가반영을 막는 규제 때문이다.(석광훈 에너지시민연대 정책위원)

원자력계는 한전의 상반기 8000억원대의 영업적자와 정부의 전기요금 누진제 유지가 월성1호기 폐쇄, 엄격해진 안전점검 등 ‘탈원전’ 때문인 것으로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원전확대로 고유가를 극복한다’는 전력정책과 함께 정비기간 단축, 건너뛰기 등 무리한 원전가동으로 94%라는 기록적인 원전이용율을 유지했던 이명박정부 시기 한전은 2008년 2조8000억원, 2011년 1조원 등 훨씬 큰 규모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따라서 원자력계의 주장은 아전인수에 불과하다.

정작 문제의 핵심은 당시나 현재나 석탄, 가스 등 연료가격 상승에도 원가의 전기요금 반영을 막는 정부규제에 있다. 지난 4월부터 배럴당 70 달러를 넘는 고유가 상황에서 유연탄 구입비용은 전년 상반기보다 28% 늘었고 한전 발전자회사 연료비 부담은 26.7%(2조원) 증가했음에도 지난 2010년 정부고시에 도입된 ‘발전연료비 연동제’가 지금까지 시행되지 않고 있다.
가격의 수요공급 조절기능은 모든 시장의 기본 토대임에도 전기요금만 정부가 지지율 관리를 위해 통제할 경우 소비자들이나 납세자들이 나중에 훨씬 큰 비용을 치르게 된다. 지난 이명박정부 시절 원전 확대와 저가 전기요금 정책을 유지했으나 수요 폭증과 한전 적자가 커지며 결국 사후약방문식으로 요금을 인상한 바 있다. 게다가 2008년 당시 이명박 정부는 한전적자 보전을 위해 6700억원의 공적자금을 지원했고 지난 2011년에는 가정, 병원, 은행, 중소업체 등 총 656만호가 단전된 ‘9·15 정전사태’까지 이어졌다.

당시 정부는 가을 이상고온을 예측하지 못한 수요예측 실패라고 했으나 실제로는 인위적 요금억제 정책에 따른 수요증가로 발전설비를 정비할 시간도 부족한 구조적인 원인 때문이다. 당시 전기요금 억제로 석유가격과 전기요금이 역전돼 난방용 전력수요까지 급증, 여름, 겨울을 가리지 않고 피크부하(최대전력수요)가 발생해 간절기(봄, 가을)에 일제히 발전소를 정하는 와중에 발생한 필연적 결과였다.

가격이 통제받는 상황에서 한전과 발전자회사들이 적자를 줄이기 위한 방안은 정비기간 단축이나 정비비용 감축정도다. 이대로라면 정비업체, 부품공급업체 등 한전의 후방산업들이 전반적으로 부실해지고 향후 비용 절감을 위해 발전소 부품들도 저가의 중국산으로 교체해야할지 모른다.

정부는 전기요금 누진제 일시 완화와 가구당 2만원 할인에 오히려 냉소적인 반응들이 나오는 이유를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이미 4인가구 기준 월평균 21만원의 통신비용을 지불하는 국민들은 단순히 ‘싼 전기요금’이 아닌 합리적 요금체계를 바라는 것이다.

개발된 지 100년이 넘은 기계식 계량기에 근거해 시간대별 가치를 구분하지 않는 누진제는 디지털시대에는 불합리하다. 중국과 일본에서는 이미 시간대별 합리적 요금부과와 소비자의 능동적 대처가 가능한 스마트미터의 보급률이 각각 약 70%, 50%에 도달했다. 국내의 경우 보급을 시작한지 8년째인데도 29%에 머물러 있고 그나마도 산업용과 일반용이 전부다. 정부는 구태연한 누진제 논란으로 더 이상 지체하지 말고 발전연료비 연동제 및 스마트미터 보급을 위한 특단의 조치를 내려야 한다.

국내에서 전력산업은 물가안정과 제조업지원 등 정부 경제정책의 보조수단 정도로 취급되지만 세계적으로 전력산업은 신재생에너지 및 다른 망산업과 융합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탈바꿈했다. 이웃 일본은 무려 40기가 넘는 원전이 정지해있고 요란한 ‘4차산업혁명’ 구호도 없지만 전력, 통신, 도시가스가 하나의 결합상품으로 통합돼 혁신이 본격화되고 있다. 특히 도쿄전력은 후쿠시마 사고이후 자사 원전 모두를 정지시킨 상황에서 여름 피크시간에 총부하의 20%를 10GW(원전 10기분량)의 태양광으로 공급하고 있다고 보도됐다(Nikkei Asian Review 8월16일자).

국내에서는 ‘4차산업혁명’을 전기차, 자율주행차 등 협소하고 도식적인 연구개발사업 정도로 여길 뿐 정작 변화를 주도할 전력산업을 ‘원전 가동기수’나 따지는 구시대 논쟁에 가두고 있다. 정부는 ‘규제개혁’을 외치면서 정작 박정희, 전두환 시대의 전기요금통제나 칸막이식 독점전력시장을 유지하는 자신의 모습을 자성해볼 필요가 있다.

 

▲원전 경제성, 안전성과 폐로·핵폐기장 비용이 핵심(양이원영┃에너지전환포럼 사무처장)

세계적으로 원전산업이 사양화되는 이유는 경제성이 없기 때문이다. 원전을 추가로 건설하지 않거나 조기폐쇄하는 것은 국민들의 요구에 의해 정부정책 차원의 결정이기도 하지만 원전을 운영하는 사업자가 원자력보다 더 이익이 되는 다른 발전원에 투자하기 때문에 원전이 자연스럽게 도태되고 있는 것이다.

원전이 경제성이 없는 이유는 안전규제가 강화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경험하면서 대규모 방사성물질이 유출되는 사고는 1억년이나 1000만년, 100만년에 한 번 일어나는 사고가 아니라 원전 가동 기간 중에 언제라도 일어날 수 있는 사고가 됐고 그런 사고가 한 부지에서 동시에 여러 기에서 발생할 수 있다는 것도 확인되다 보니 안전규제는 나날이 강화되고 그만큼 비용이 증가하고 이용률도 낮아지고 있다.

세계 원전이용률이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70%대에서 60%대로 낮아진 이유이다. 원전을 경제성이 있는 발전원으로 평가하는 나라가 많지 않은데 경제성이 있다고 하는 경우는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경제적 지원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한국의 경우도 그 중 하나다.

여기에는 느슨한 안전규제와 같은 정책적 지원도 포함된다. 원전은 대규모 원전사고의 가능성과 방사성물질 유출로 인한 건강피해, 재산피해의 위험을 지니고 있으므로 안전규제가 필요하다. 한편으로 폐쇄한 원전을 해체하고 핵폐기물을 안전하게 보관하기 위한 ‘사후처리비용’이 적립돼 있어야 한다.

한국의 경우는 보다 특수해서 원전주변에 인구가 밀집된 대도시가 분포하고 있고 중대사고 시 피난대상지역이 될 수 있는 반경 30킬로미터 이내에 최대 380만명이 살고 있다. 따라서 보다 강화된 관련 규제와 대비책이 필요하다. 더구나 지진안전지대로 인식돼 내진설계도 취약한 상황이다.

하지만 원전확대 정책으로 높은 원전 이용률이 국가 목표가 돼왔다. 일년에서 일년반 가동이후 사용후핵연료를 교체하고 시설정비를 위한 일상적인 계획예방정비 기간이 70일 이상이었던 것이 30일 이하로 줄어들었다. 그만큼 안전점검에 소홀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런 비판이 나올 때 마다 원전 이용률보다 안전점검을 우선 시하겠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원전을 가동하면 하루 매출 10억원이 발생한다. 높은 이용률은 싼 발전단가로 귀결된다. 2005년 국내 원전 평균 이용률이 95.5%로 가장 높았다. 세계적으로도 한국은 높은 이용률을 기록하는데 높은 이용률은 원전 노후화를 앞당긴다. 노후화된 원전일수록 정비 일수가 늘어나고 늘어난 계획예방정비로 가동시간이 줄어드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사고나 고장으로 원전이 정지된 후 재가동을 할 때도 최대한 빠르게 처리되면서 논란이 됐다. 재가동 승인이 원자력안전위원회 심의 없이 현장 직원의 전결로 이뤄져 왔다. 사고나 고장으로 불시정지된 원전을 정비하고 원전사업자가 재가동을 신청하면 사고나 고장의 원인을 제대로 분석하고 근본적인 처리를 한 뒤 원자력안전위원회 심의를 받는 것이 정상적인 절차이지만 현장 주재관 전결로 처리하다보니 최단 4분 만에 재가동 승인이 이루어지기도 했다.

급히 재가동된 원전이 재가동하자마자 하루나 일주일 만에 다시 문제가 생겨서 중단이 되는 사건도 발생했다(신고리1호기, 영광5호기 등). 한편으론 같은 유형의 사고나 고장이 예상되면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원전을 일시 정지하고 검사와 정비를 하는 일본의 규제와 달리 우리나라는 계획예방정비까지 원전 가동을 계속한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일으킨 도쿄전력은 20여년간 핵발전소 주요 부위의 균열사고를 은폐해왔다는 사실이 2002년 8월30일에 알려졌다. 내부 고발자에 의해 알려진 이 사건은 추가 조사를 통해서 29건의 균열 등 은폐 건이 더 발견됐다. 결국 도쿄전력은 회장 등 책임자 5명이 사임하고 도쿄전력 소속 원전 외에 같은 유형의 사고가 예상되는 다른 전력회사의 원전까지 17개의 핵발전소가 장기검사를 위해 가동이 중단됐다. 당시 도쿄전력의 원전 중에서 50%가 가동 중단됐다.

원전 격납건물 내벽 철판(라이너플레이트)는 사고 시 방사성물질 외부 유출을 막는 최후의 보루인데 한빛원전 2호기에서 구멍이 난 것을 확인한 것이 2016년 6월 28일이지만 한빛 2호기만의 특수한 사건으로 한정시켰다. 그 이후 한빛 1호기, 한울1호기 등 연속해서 철판 구멍이 확인됐지만 다른 원전을 가동중단하고 점검하고 원인을 규명하고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지 않고 계획대로 가동을 한 뒤 계획예방정비 시기에 점검하는 식이다. 점검하는 원전마다 철판에 구멍이 난 것을 발견해서 정비하고 있는데(한빛1,2,3,4,5,6 고리3,4, 한울1,2,3,4) 아직도 그 원인을 제대로 규명하지 못하고 있다. 일본과 같은 방식의 규제를 적용했다면 원전 이용률은 현저히 더 떨어졌을 것이다.

원전은 다른 발전소와 달라서 전력난을 이유로 안전점검에 소홀하면서 가동을 강행한다면 언제 갑자기 사고나 고장으로 원전이 갑자기 중단될지 알 수 없다. 이 불확실성이 전력공급의 안정성을 위협한다. 대규모 용량의 원전이 갑자기 전력계통망에서 탈락하는 것은 정전사태를 유발할 수 있다. 안전하고 안정적인 전기사용을 위해서라도 전반적인 원전 안전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며 무리하게 이용률을 높이는 것이 목표가 되어서는 안된다.

한국수력원자력의 이사회가 월성1호기 폐쇄 결정 이유로 “후쿠시마 사고 및 경주 지진에 따른 강화된 규제환경과 최근의 낮은 운영 실적 등을 감안할 때 계속가동에 따른 경제성 불확실”을 들었다.

월성원전 1호기는 수명연장 결정 당시 이미 경제성이 없다고 평가됐지만 무리하게 수명연장 결정을 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2009년 경제성 분석 당시의 수명연장을 위한 7050억원의 설비투자비용을 포함했을 때 10년 수명연장 시에는 604억원의 흑자를 예상했다.

수명연장 여부를 결정(2015년 2월)하기 직전인 2014년 당시 수명연장 결정이 나지 않은 상황에서 설비투자한 비용(5383억 원)을 매몰비용으로 제외하고 편익을 계산하더라도 최고 2269억원, 최저 1462억원의 적자가 발생하는 것으로 평가됐다.

2014년 시점에서 수명연장을 위한 추가비용 (7050억원 중 터빈교체 비용 등 1347억원 미집행,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와 후쿠시마 후속 보완대책 등 안전비용 추가 예상)을 들이는 것보다 폐쇄 절차를 밟는 것이 경제적인 판단이었다.

경제성 결과가 달라진 것은 사용후핵연료처리비용 (다발당 413만원에서 1320만원으로 상승), 원전해체비용(3251억원에서 6033억원으로 상승),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처분비(드럼당 736만3000원에서 1193만원으로 상승), 원전 이용률 감소로 인한 편익감소 등의 변화가 발생했다.

현금이 아닌 회계상 부채로 적립한 원전폐로 비용인 5031억원을 비용에서 제외하고 가장 높은 원전 이용률 90%를 적용하더라도 ,1462억원의 손해가 발생한다. 수익 대비 비용 분석에서 2009년과 큰 차이가 나는 가장 큰 이유는 계속운전심사가 예상과 달리 4년이상 소요되면서(2014년 8월 현재 56개월) 수명만료일인 2012년 11월 21일부터 수명연장 가동으로 발생할 것으로 예상한 지난 2년간의 전기판매 수익이 0이기 때문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2015년 2월 월성원전 1호기 수명연장 허가를 하면서 스트레스 테스트 민간검증단 등 안전성에 문제를 제기한 여론을 의식해 후쿠시마 원전사고 후속안전개선조치에 더해서 추가 안전설비 개선 등 안전 개선사항 19가지를 수명연장 허가조건으로 붙였다.

한국수력원자력이 민간기업이라면 수명연장 허가를 받았더라도 수명연장을 신청했을 당시와 달리 수명연장 인허가 과정에서 추가 안전설비 비용이 필요하고 가동연수는 더 짧아지면 경제성 평가를 다시 해서 수명연장 가동을 할 것인지 여부를 판단했을 것이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 당시 월성원전 1호기 수명연장 허가는 원전확대 정책의 일환이었기 때문에 정상적인 기업의 판단이 이뤄지지 않았다.

안전개선사항은 추가 비용을 발생시켰고 계획예방정비 기간이 길어져서 수익은 더 감소했다. 더구나 후쿠시마 원전사고 후속조치 중 하나인 수소제거기 부착 과정에서 격납건물 내벽을 손상시킨 사건이 발생해서 이를 정비하는 데에 시간이 더 들었다. 결국 이용률이 50%이하까지 떨어지게 된 배경은 무리한 수명연장 허가 과정과 안전성 문제에 기인한다.

원전은 앞으로도 비용이 더 들어갈 일만 남았다. 노후화로 정비 기간은 길어질 수밖에 없으며 안전설비는 더 확충될 수밖에 없다. 지난 6월 말에 감사원이 발표한 ‘원자력발전소 안전관리실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원자력안전위원회 검사를 통과한 격납건물 철판도 측정방식이 불합리 기준 미달판정을 받아 전면 재검사에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고 내진보강을 마쳤다는 국내 원전 22개 건물은 내진설계가 반영돼 있지 않고 아예 구조설계도서가 없어 안전성 확보 여부조차 확인할 수 없는 건물도 5개가 있다는 것이 확인되는 등 안전성 관련 문제점이 다수 지적됐다.

원전 주변에 인구가 밀집한 대도시가 있지만 원전사고 시뮬레이션도 대피 시나리오도 없다보니 대피훈련, 대피시설, 대피경로 모두 미흡한 상황이라서 이를 위한 비용도 예상된다.

원전 해체비용도 한 호기당 2012년 3251억원, 2015년 6033억원에서 2017년 6437억원으로 증가하고 있는데 실제 해체하게 되면 비용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여 한수원이 적립한 사후처리충당비용으로는 감당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전세계에서 2017년 말까지 폐쇄된 원전 166개 중 마지막 해체 단계에 있는 원전이 24개에 불과하며 기간도 20년에서 30년 이상 걸리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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