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한전 송배전분야 민영화 원점서 재검토>발언의 파장
대통령의<한전 송배전분야 민영화 원점서 재검토>발언의 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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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3.05.05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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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은 민영화 철회 선언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
재검토 논의 통해 새로운 구조개편의 계기될 수도

“전력의 민영화는 원점서 재검토한다.”
지난달 28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 요지이다. 이에 따라 전력산업 민영화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전력산업의 민영화는 1998년 7월 공기업 민영화 시책이 발표되면서 처음으로 거론됐다. 1999년 1월 전력산업 구조개편 기본계획이 확정 발표돼 민영화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러나 지지부진한 걸음걸이였다. 2000년 12월 ‘전력산업 구조개편에 촉진에 관한 법률’이 국회에서 의결됨으로써 민영화는 가시권에 들어왔다. 2001년 3월 발전자회사 분할에 관한 한전의 주주총회가 개최됨으로써 민영화는 돌이킬 수 없는 대세가 된 듯했다.

그러나 한전 노조는 민영화에 반대했다. 이런 상황에서 2002년 대선 레이스가 시작됐고 유력 후보 중 한명이었던 노무현 민주당 후보는 네트워크 산업의 민영화는 문제라는 입장을 밝혔다.

민영화에 반대 입장을 보인 노무현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됨으로써 한전의 분위기는 ‘민영화는 최소한 유보될 것이다.’는 분위기가 지배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2003년 4월 시행키로 했던 사업부제 실시는 유야무야 됐다.

지난달 28일 노무현 대통령은 ‘민영화를 원점에서 재검토하라’고 지시했다. 한전 민영화를 둘러싼 5년 간의 논쟁이 다시 원점에 선 것이다.
“철도산업과 전력산업은 대선 공약 사항이다. 그 때문에 밀고 나가려 해서도 안되고 기존 정부의 방침을 고수하려고 해서도 안 된다. 따라서 원점에서 다시 토론하고 검토하는 자세로 임하자.”

위와 같은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을 놓고 한전 내부에서는 ‘사실상의 민영화 철회 선언’이라면 반기는 눈치다.

민영화를 반대한 한전 노조와 추진을 강행해 온 산자부 사이에서 눈치 보기에 급급했다는 한전의 한 간부는 ‘대통령의 지시 사항은 한 마디로 민영화 철회’라고 해석했다.
“원점에서의 재검토가 뭘 의미합니까? 일단 이제까지의 민영화 추진은 없었던 일로 하자는 것 아닙니까? 다시 말해 대통령이 나서서 이제까지의 민영화에 문제가 있었다고 선언한 것입니다. 이걸 보고도 청와대 비서실이나 산자부에서 민영화가 필요하다는 논리를 다시 펼 수 있을 것 같습니까? 민영화가 왜 필요한가 하는 논리를 개발해 왔던 이들이 앞으로는 민영화가 왜 불필요한가 하는 논리를 개발하게 되겠지요.”

한전 노조는 지난 1일 일간지에다 ‘민영화를 재검토하겠다’는 대통령의 발언을 크게 부각시킨 광고를 실었다. 민영화 재검토를 제대로 해 보자는 뜻을 부연하고는 있지만 실제로는 민영화가 이제는 철회되야 한다는 분위기를 담고 있었다.

 




그렇지만 대통령의 발언은 ‘원점에서의 재검토’이며 민영화 자체를 공식적으로 철회한 것은 아니다. 말하자면 재검토를 위한 과정이(세미나 혹은 공청회 같은 행사가) 남아 있다.

이런 과정에 한전 직원들은 큰 의미를 주지 않았다. 정부가 5년 여를 추진해 온 일을 한 순간에 뒤집어 버릴 수는 없으므로 재검토 과정을 통해 ‘철회용 명분’을 쌓을 거라는 것. 그러는 동안 시간이 흘러서 철회 방침이 자연스럽게 굳어질 거라는 해석이다.

재검토 과정은 단순히 명분 쌓기일 뿐인가? 이번의 재검토가 대통령의 지시 사항이란 점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한전의 민영화 철회가 정부의 궁극적인 목표라며 굳이 대통령이 나서서 재검토를 거론할 필요가 없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산자부에서 재검토를 발표해도 된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재검토를 지시했다는 것은 말 그대로 진지하게 재검토를 해 보자는 뜻이 담겨 있다. 그런 과정에서 민영화가 설득력을 얻는다면, 현재로서는 그럴 가능성이 낮지만, 민영화가 추진될 수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민영화는 철회된 것이라는 해석을 하는 측에서는 전혀 다른 해석을 내놓는다. “이제까지 산자부에서는 한전의 민영화를 추진해왔다. 앞으로도 그럴 계획이다. 그러나 대통령은 민영화에 반대이다. 그런 반대를 간접 표현한 게 바로 재검토이다.”

대통령의 발언, 그 이면이 무엇이든 송배전 분야의 민영화 여부는 또다시 논란의 대상이 될 것임은 분명하다. 반대론자들과 찬성론자들이 각각의 논리를 끌어댈 것이다.
한전 직원들이 민영화를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전력산업 구조개편 정책의 문제점과 정책대안(배전분할 정책을 중심으로)>라는 전국전력노동조합이 2003년 1월에 펴낸 정책자료집에는 그 이유가 나열돼 있다.

 




자료집의 제4장은 ‘배전 분할과 관련한 문제점’이라는 제목 아래 그 문제점들을 △전기요금 체제 개편에 따른 요금인상 △구조 개편에 따른 전기요금 인상 요인 △지역간, 계층간 전기요금 격차 및 서비스 차별 △전력공급의 안전성 저해 △국가 경제의 조절 기능 상실 △남북 협력시대에 즈음한 대북지원사업 곤란 등등이다.
민영화 반대의 가장 큰 이유는 한 마디로 전기요금 인상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비되는, 민영화 추진 이유는 공기업의 독점구조가 가져온 비효율성이다. 오래도록 한전이 전력시장을 독점해 옴으로써 경쟁 상황이 가져오는 효율성과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비효율성에는 방만한 인적 구조도 물론 포함돼 있다. 이런 방만한 인적 구조는 1998년 7월 공기업의 민영화가 추진된 때부터 제기된 사항이다.

한 마디로 한전이 방만한 인적 구조를 가지고 있는 한 민영화의 이유는 상존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전 노조는 민영화 반대의 이유로 전기 요금 인상을 거론하고 있다. 한 마디로 이것은 민영화 추진을 무마시킬 수 있는, 설득력 있는 대항 논리로서는 설득력이 약하다.

민영화 찬성론자들은 한전의 비효율성, 특히 방만한 인사 조직을 물고 늘어질 수도 있다. 이런 과정에서 현재의 공사체제를 한골탈태(換骨奪胎)하는 새로운 구조개편안이 제시될 수도 있다. 이런 새로운 구조개편안은 민영화냐 아니냐 하는 단순한 대결 논리를 넘어 한전의 새로운 모습을 창출해 내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정부에 의해 어느 쪽으로 가야 한다고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앞으로 진지한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한전 송배전 분야의 민영화를 둘러싼 논의는 전력산업의 발전에 플러스 요인이 될 전망이다.



정법종 기자 power@epowe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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