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한국전기연구원(KERI) - 가치를 창조하는 세계 일류 전기전문 연구기관
[기획] 한국전기연구원(KERI) - 가치를 창조하는 세계 일류 전기전문 연구기관
  • 송병훈 기자
  • hornet@energydaily.co.kr
  • 승인 2018.09.17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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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신소재 '그래핀', 첨단 나노기술로 사업화 박차
'은' 대체 '난제 극복', 10분의 1 가격 '차세대 복합 잉크' 개발
전기차·ESS 등 활용 '고용량 리튬이온전지'… 성능 획기적 제고

[에너지데일리 송병훈 기자] 최근 한국전기연구원(KERI, 원장 최규하)에서는 꿈의 신소재라 불리는 ‘그래핀(graphene)’을 활용한 나노융합기술 성과가 두드러지고 있다.
그래핀이란 흑연의 표면층을 한 겹만 떼어낸 탄소나노소재다. 탄소원자가 벌집모양의 육각형 결정을 이루며, 원자 하나의 두께를 갖는 탄소의 2차원 동소체다. 구리보다 전기를 100배 이상 잘 흘리고, 실리콘보다 100배 이상 전자의 이동이 빠르며, 다이아몬드보다 2배 이상 열을 전달하는 등의 장점이 있다. 따라서 다양한 전기전자 소재로 활용이 기대되는 꿈의 신소재로 불린다.
전기연구원 나노융합기술연구센터는 그래핀 기술을 활용, ‘고전도성·고신뢰성 구리-그래핀 복합 잉크’, ‘리튬이온전지용 실리콘-그래핀 복합 음극재 대량 제조기술’을 최근 연이어 개발, 기술 사업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경남 창원에 위치한 한국전기연구원 본원 전경
경남 창원에 위치한 한국전기연구원 본원 전경

구리-그래핀 복합 잉크

전기연구원 나노융합기술연구센터 이건웅 책임연구원·정희진 책임연구원팀은 최근 그래핀을 구리에 합성, 가격은 낮추면서도 뛰어난 전기 전도성을 갖는 ‘구리-그래핀 복합 잉크’ 개발에 성공했다.

전자기기의 배선 및 회로, 전극으로 사용되고 있는 기존의 비싼 은(Ag, Silver) 잉크를, 성능은 대등하면서도 가격은 1/10 수준으로 대체할 수 있는 차세대 복합 잉크다. 특히 터치패널, 디스플레이 등 유연 인쇄전극 분야에서 안정적이면서도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현재 시판되고 있는 전도성 잉크 소재 중에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소재는 귀금속계 계열인 은이다. 은은 전기 전도도가 높고 산화가 잘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지만 가격이 매우 높다. 이에 성능은 은과 유사하면서도 가격은 10배 저렴한 구리(Cu, Copper)가 대체 소재로 주목을 받아 왔다.

하지만 구리는 은보다 녹는점이 높고 공기 중에 노출되면 표면에 쉽게 산화막이 형성되는 문제가 있다. 전극 제조 과정 중 고온에 노출됐을 때 구리 입자가 산화되는 단점도 있었다. 산화막이 형성된 구리는 전기가 흐르지 않기 때문에 이를 방지할 수 있는 완벽한 기술 개발이 요구됐다.

구리 입자 크기를 수십 나노미터로 줄이거나, 표면에 은을 추가로 입혀 단점을 해결하기 위한 시도 등 그동안 국내·외 연구진에서 산화막을 막는 여러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그러나 비용이 많이 들거나 다시 산화막이 형성되는 문제가 발생하며 실제 상용화까지는 이어지지는 못했다. 그야말로 난제 중의 난제였던 것이다.

구리-그래핀 복합 파우더(왼쪽)와 잉크(오른쪽)
구리-그래핀 복합 파우더(왼쪽)와 잉크(오른쪽)

이같은 상황에서 이건웅-정희진 연구팀은 ‘그래핀’ 소재를 주목했다. 그래핀은 화학적 안정성이 뛰어나고, 전기 전도도 및 열 전도도가 우수해 금속 소재의 산화 방지막으로 활용이 가능한 나노 소재다. 연구팀은 또 같은 구리라도 나노 크기가 아닌 보다 값싼 마이크론 크기의 상용 구리 입자를 사용해 가격 경쟁력을 높였고, 구리 입자 표면에 수층의 그래핀을 용액상에서 합성하는 ‘액상합성법’을 통해 대량 연속 공정의 기반을 구축했다.

제조된 구리-그래핀 복합성 잉크의 결정성은 매우 우수해 6개월 이상 안정적으로 유지될 정도로 산화 방지에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연구원 연구팀이 구리-그래핀 전극의 고온·내습 신뢰성 실험을 진행했는데, 섭씨 85도, 상대습도 85%의 환경에서 6개월 동안 전기 전도도 변화가 5% 미만임을 확인했다.

이를 기반으로 분산성이 우수한 고점도 잉크를 제조한데 이어 스크린 인쇄를 통해 해상도가 높은 패턴 막을 형성했다. 또 광열소성을 통해 은과 유사한 수준의 전기 전도도를 구현, 상용화 가능 기술을 확보했다. 특히 구리 입자의 크기, 광 에너지 및 패턴 두께의 조절을 통해 다양한 전기 전도도를 갖는 패턴 전극을 확보, 폭넓은 응용 분야로 적용이 가능하게 됐다.

연구팀은 개발된 성과가 향후 전자파차폐(EMI) 필름, 태양전지, 무선인식(RFID) 안테나, 연성인쇄 회로기판(flexible PCB) 및 웨어러블 신축 전극 등의 소재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기연구원 관계자는 "현재 해당 성과에 대한 원천특허 출원 및 자체적인 양산준비 가능성을 검증하고 상업화를 위한 기술이전 수요 업체를 탐색하고 있다"면서 "관련 업체와의 협의를 통해 기술이전 및 사업화를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실리콘-그래핀 복합 음극재 대량 제조기술

한국전기연구원이 자체 정부출연금사업을 통해 ‘리튬이온전지용 실리콘-그래핀 복합 음극재 대량 제조기술’을 개발했다. 이 연구는 전기연구원 나노융합기술연구센터(이건웅 책임, 정승열 책임, 박종환 선임)와 전지연구센터(김익준 책임, 양선혜 선임)가 공동으로 주관했다.

이 기술은 친환경 전기차 등에 사용되는 리튬이온전지의 주요 소재인 ‘실리콘(Si)’의 단점을 보완하면서, 저렴한 가격으로 국내 중소·중견 업체들도 쉽게 접근이 가능한 복합 음극재 제조기술이다.

리튬이온전지용 실리콘-그래핀 복합 음극재 대량 제조기술
리튬이온전지용 실리콘-그래핀 복합 음극재 대량 제조기술

현재 리튬이온전지의 차세대 음극재로 대두되고 있는 소재는 실리콘이다. 실리콘은 흑연보다 약 10배 이상의 이론 에너지 밀도를 가지고 있지만, 전기전도도가 매우 낮고 충전과 방전을 반복하면 4배 정도 부피가 팽창한다. 심지어 입자가 부서지거나 전극이 벗겨져 전지 성능을 급격히 감소시키는 문제도 있어 상용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실리콘과 다양한 소재의 복합화에 관한 연구가 국내·외에서 활발하게 진행되는 이유다.

전기연구원 연구팀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역시 ‘그래핀’에 주목했다. 그래핀은 2차원 탄소나노소재로서 전도성이 우수하며, 전기 화학적으로도 안정적이어서 실리콘을 전해질로부터 효과적으로 보호할 수 있다. 또한 그래핀 코팅층은 우수한 기계적 강도를 지닌 그물망 구조이기 때문에 실리콘의 부피팽창에 따른 성능 감소를 억제할 수 있다.

이번 기술의 최대 강점은 중소·중견 기업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을 정도의 뛰어난 가격경쟁력이다. 기존 고가의 나노 실리콘 대비 값싼 마이크론(μm) 크기의 상용 실리콘을 활용했으며, 여기에 오랜 연구 노하우가 집적된 전기연구원만의 고전도성 그래핀 분산기술을 적용, 코어-쉘(Core-Shell) 구조의 복합 음극재를 대량으로 제조할 수 있게 됐다.

연구팀은 실리콘-그래핀 복합 음극재를 기반으로 ‘파우치형 풀 셀(Full Cell)’을 제작하고 전기화학적 특성 검사까지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며 상용화를 위한 준비과정을 마쳤다.

개발된 실리콘-그래핀 복합 음극재 기술은 친환경 전기자동차, 에너지저장시스템(ESS), 방위산업, 우주·항공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는 고용량 리튬이온전지의 성능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특히 전기자동차에 적용할 경우 배터리의 성능을 높여, 주행거리를 약 20% 이상 늘릴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연구팀은 개발된 기술이 상용화될 경우 연간 톤(t) 단위 이상의 실리콘-그래핀 복합체 분말을 제조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에너지 밀도로 환산하면 스마트폰용 배터리 약 2000만대 분량 및 200MWh 용량의 전기자동차용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연구팀은 현재 기술에 대한 원천특허 출원 및 자체적인 양산준비 가능성을 검증하고 기술이전 수요 업체를 탐색하는 등 사업화를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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