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촌토성과 풍납토성
몽촌토성과 풍납토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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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3.05.19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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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국의 진정한 성벽은 꿈이라는 사실을
백제의 토성들이 한강변에서 전해준다

백제의 모든 것은 꿈속에 있다. 7백여 년에 이르는 왕국, 백제의 흔적은 흐릿하며 역사는 단편적이다. 백제를 들여다보면 볼수록 그것은 오히려 더 멀어지는 기분이 든다.

백제는 이 땅에 2천여 년 전에 건국됐던, 까마득한 과거의 왕국이기에 흐릿한 게 당연하다고 여겨야 할까? 부여에서 후세 사람들이 억지로 이름지어 놓은 낙화암이니 백마강이니 하는 것들을 둘러보고 이게 백제려니 하는 생각에서 머물러야 하는가?

(궁녀들이 떨어졌다고 해서 낙화암(洛花巖)이라고 이름지은 이 한자 조어는 역사 의식 없이 그저 ‘떨어지는 데’다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 얼마나 천박스러운가? 소정방이 백제의 용을 낚기 위해서 백마를 미끼로 썼다고 하는 치욕의 역사를 기억해 금강 대신 백마강이라고 부르는 이들의 역사 의식은 또 얼마나 천박한가?)

사람들이 너무나도 백제를 잊고 있다고 여겼는지, 무녕왕은 1971년에 자신의 무덤을 공개했다. 백제의 정수를 그대로 간직해 온 왕릉. 그러나 그 왕릉을 발굴하는 데는 하루가 채 지나지 않았다. 자신을 드러내기까지 1천 5백년의 세월을 묵묵히 보낸 무녕왕과 그걸 하루 만에 다 봐 버리려고 설쳐댄 이 땅의 사람들.

(무녕왕릉 출토 유물은 청와대로 옮겨져 당시의 대통령에게 구경까지 시켰는데 그 대통령은 유물 한 점을 손에다 들고 잘 만들어졌는지 알아본다면서 함부로 손으로 만졌다든가 어쨌다든가. 이런 대목에 이르면 백제는 ‘짓밟힌 꿈’이 돼 버린다.)

아무리 더럽혀졌다고 해도 꿈은 아직도 꿈이다. 그 꿈을 찾아나선다. 공주나 부여 아닌 서울에서.

몽촌토성과 풍납토성은 원래의 이름은 아니고 그곳의 지명을 가져다가 성 이름으로 붙여 놓은 것이다. 한강을 북쪽에다 두고 있는 토성들이다. 한성 백제시대, 그러니까 백제가 한강에 군림하고 한강변에다 왕성을 두고 지내던 시대의 토성들이다.

토성은 흙으로 돼 있다. 성이라 하면 석성(石城)을 떠올리는 사람들에게 토성은 어딘지 견고하지 못하게 보일 것이다. 석성의 벽은 수직이지만 토성의 물매는 웬만한 사람이면 다들 올라갈 수 있는 거라서 적의 침입에 강력한 대항 수단이 되지 못할 성싶다.

이런 생각은 성이란 방어 수단이라는 전제에서 이루어진 것임이 분명하다. 소설 삼국지에서 농성전(籠城戰)를 자주 접한 탓에 그렇게 생각하게 됐으리라. 물론 왕궁의 성은 적을 방어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왕국 시절에는 왕의 거주지와 백성의 거주지를 나누는 경계 구실도 했다. 그 경계를 꼭 돌로 쌓아야만 하는가? 흙으로 쌓아 두면 안 되는가?

왕국의 수도에서 농성전이 벌어질 경우를 대비해 최소한 궁성과 인근의 성들은 석성이 돼야 한다고 끝끝내 주장하는 이들이 있으리라. 그들에게는 이런 말을 해 주고 싶다. 왕궁의 수도가 적에게 포위돼 농성전을 치르고 있을 정도라면 그런 왕국은 이미 망한 것이라고. 왕국의 제왕은, 그리고 장군들은 국경 바깥으로 나아가 적을 이겨야지 왕궁의 성에 앉아서 농성전이나 치르는 게 아니라고.

백제는 시작부터 대외적인 활동이 활발한 나라였다. 중국이나 일본과의 문화 교류. 그리고 '비류백제'로 불리는 왕성한 해상활동. 이런 백제에게는 왕궁을 감싸는 게 석성이냐 토성이냐 따위는 사실 별로 중요치 않다.

왕궁을 감싸는 것은 꿈이다.

(그걸 말해 주려는 듯이 토성이 남아 있는 곳의 지명이 몽촌(夢村)이다. 꿈의 마을 말이다.)
꿈의 마을, 몽촌토성에서 북쪽을 바라본다. 온조와 비류가 나라를 세우기 전에 올랐다는 삼각산의 인수봉이 서울 시가지 너머로 뚜렷하게 떠 있다. 천년왕국 백제의 꿈처럼.



정법종 기자 power@epowe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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