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칼럼] 공백기술 영역, 그 자연스러운 공간
[E·D칼럼] 공백기술 영역, 그 자연스러운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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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11.23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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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성호 선임연구원 / 한국전기연구원(KERI) 전력정책연구센터

얼마 전에 개최된 한 학회에 참석하였다가, '공백기술 영역'이라는 재미있는 주제의 발표를 듣게 되었다. 그 발표자의 정의에 따르면, 공백기술 영역이라 함은 상대적으로 연구개발이 진행되지 않은 분야이기 때문에 지식의 창출, 이전, 확산과 활용이라는 의미에서 혁신이 원활하지 않은 영역이었다. 그리고 이 분야에 대한 도출과 해당 영역 기업들의 특성 분석을 통해 혁신을 활성화할 수 있는 지원 및 정책을 수립해 보겠다는 내용이었다.

가만히 발표를 들으면서 공백기술 영역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점이 하나 생겼다. 과연 공백기술 영역은 반드시 메꾸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일까? 해당 기술을 개발하는 데에 들어가는 투자 대비 효과가 너무 작아서 자연스럽게 공백으로 남겨지게 된 것을 아닐까? 아니면, 다른 영역에서의 기술 개발로 인해 해당 공백을 구지 메꾸어야 할 필요성 자체가 없어진 것은 아닐까?

이러한 생각과 동시에 떠오르는 기억 하나가 있었다. 몇 년 전에 정부 R&D 재원의 중장기 투자전략 수립을 위한 에너지자원 분야 실무 작업반에 참여하여 활동했을 때의 일이다.

한 번은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를 논의하는 자리였는데, 필자는 모든 신재생에너지 기술에 재원을 골고루 투입하자는 의견에 반대하는 쪽이었다. 당시는 일정 기간 이상 다양한 신재생에너지 기술에 대한 투자가 여러 방향으로 이루어져서, 전원별 잠재량 데이터와 함께 각 기술별 성장 가능성이 어느 정도 드러나고 있던 시점이었다.

유럽의 주요 나라들은 이미 자국의 지리적·환경적 특성에 맞추어 풍력이든 지열이든 기술혁신 가능성이 큰 분야를 위주로 재원을 투입하여 기술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인데, 우리나라만 여전히 모든 관련 기술에 골고루 투자해야 한다는 측의 논리는 한정된 재원의 전략적 투입 차원에서 이해하기 힘들었다.

물론, 신산업에 대한 기술개발 초반에는 어떤 기술을 중심으로 해당 산업이 발전해 나갈지 모르기 때문에 국가 차원에서 여러 관련 기술들에 골고루 재원을 투입해 볼 수는 있다. 하지만, 일정기간 동안 경쟁하여 기술 간의 우위가 드러났다면 경쟁력이 없는 기술이 도태되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닌가?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공백으로 남을 수밖에 없는 기술과 지속적으로 개발해 나아갈 기술이 분류되는 것이다.

지금쯤 많은 기업과 연구소들이 내년에 어떤 기술 영역에 어느 정도 규모를 투자할 것인지 고민하고 있거나, 이미 의사결정을 끝냈을 것이다. 그 어떤 조직도 해당 분야에 속한 모든 기술을 다 개발할 수는 없다. 세계 최초나 국내 최초라는 수식어에 사로잡혀 포트폴리오 상의 공백기술 영역을 무조건 채우는데 급급하기 보다는, 이미 보유하고 있는 핵심기술을 중심으로 성장을 도모하며 중점기술 영역을 점차 확장해 가는 것이 보다 전략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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