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자부의 원전수거물 관리시설 설명회 이모저모
산자부의 원전수거물 관리시설 설명회 이모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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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3.06.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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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측과 찬성측, 격렬한 대립으로 골 깊어져
2조원의 개발비 놓고 구체성 미흡하다는 평가
▲ 지난 10일 장흥군 설명회장인 군의회 입구를 원전수거물 시설 반대측이 트럭을 동원해 봉쇄했다.

금주로 예정된 2차 설명회도 갈등 표출될 듯


산자부는 원전 수거물 관리시설의 순회 설명회를 지난 9일 시작했다. 1차 설명회는 9일부터 13일까지 실시됐으며 2차 설명회는 18일부터 26일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이번 설명회는 예상했던 대로 지역주민들의 찬반이 격렬했다. 산자부와 주민들의 갈등은 물론이고 주민들끼리의 갈등까지 표출됐다. 설명회 내용을 놓고도 입장에 따라 시각이 교차했다. 1차 설명회 현장인 영광, 장흥에서 표출된 갈등과 시각차는 무엇인지 살펴보았다.




0… 1차 설명회 첫날인 9일 오전 11시. 전남 영광군 한전문화회관 앞.
‘영광 핵폐기장 반대 범군민 대책위’ 소속 50여명이 입구를 막았다. 설명회는 오후 2시인데 미리 입구를 점거한 것.

2시가 되자 산자부 관계자와 홍농읍 주민 2백여명이 설명회 개최를 요구하면서 영광 한전문화회관으로 밀려들었다. 몸싸움과 말싸움이 이어졌다.
반대측에서는 방사능의 위험성을 부각했다. 이어서‘지역개발이라는 한수원의 약속은 믿을 수 없다. 영광 원전이 들어설 때도 영광 주민들은 이제 편히 살 수 있다고 했지만 달라진 게 뭐 있는가’라는 논리를 내세웠다.

찬성 측에서는 수거물 관리센터 건립이 지역발전의 견인차라고 주장했다. ‘이미 원전이 가동되고 있는 상황에서 그 폐기물을 안전하게 보관한다는데 그걸 반대할 필요가 없다. 더구나 지역개발을 이루어준다는데 왜 반대하는가? ’하고 반문했다.

대립은 한 시간 반 가량이 지나 일단 봉합됐다. 영광 군수의 중재로 설명회를 일단 개최하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이번 설명회에 의해 양측의 갈등의 골은 더 깊어졌다.
0…9일 오후 3시 40분. 전남에서는 유일하게 설명회가 시작된 영광의 한전문화관.

산자부 김신종 에너지 정책 심의관은 지난 4일 지자체 관계공무원 회의에서 밝힌 내용을 다시 설명했다.
핵심사업에 8천6백억원, 지원사업에 7천5백억원, 지역개발사업에 4천9백억원이 투입된다는 지역개발 예산이 설명의 핵심이었다.

이어진 설명에서는 좀 더 세분화된 사업별 금액이 제시됐다. 핵심사업의 예산은 원전수거물관리시설사업에 6천7백억원, 양성자기반공학기술개발에 1천6백억원, 한수원 본사 이전사업에 300억원. 지원사업 예산은 지원금 지원사업 3천억원, 중앙정부지원사업 4천5백억원. 지역개발사업의 사업비는 테크노 파크개발사업 800억원, 산업단지 개발사업 1천5백억원, 배후 주거단지개발사업 1천1백억원, 관광레저단지개발사업 1천5백억원.

지역민들의 찬반 대상인 원전수거물관리시설 경우는 60만평규모에 6천700억원의 사업비가 투자돼 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시설을 저장할 수 시설이 2016년까지 완공된다고 설명했다.

이런 내용이 알려지자 찬성측에서는 예상보다 많은 투자라며 반겼지만 반대측에서는 실현가능성이 없는 것을 들먹이고 있다는 분위기였다. 반대측에서 거론한, 실현 가능성이 낮은 사업은 테크노 파크, 관광레저단지 등.

0… 9일 군산시청에서 열린 설명회에서는 산자부 자원정책실장이 주민과 지자체 임원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원활하게 개최했으며 해당 지역의 관심이 높았다는 소식이 영광에 전해졌다. 이를 놓고 찬성측과 반대측은 해석을 달리했다.

찬성 측에서는“어차피 원전이 가동하고 있는 상황이다. 수거물 관리시설이 더 들어온다고 해서 상황이 크게 달라질 것도 없다. 괜히 반대하다가 지역개발비만 군산으로 넘어가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반대측에서는“전라북도는 새만금 사업의 계속이 최우선 과제다. 새만금 사업비는 중앙정부의 예산이다. 이런 상황에서 전라북도는 도지사가 나서서 중앙정부의 핵폐기장 사업을 맡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는 새만금사업을 위한 지원 사격의 성격이 짙다. 같은 맥락에서 군산시청에서의 설명회 분위기도 설명된다”고 해석했다.

0… 10일 오전 9시. 전남 장흥읍의 군민회관 앞은 ‘핵폐기장·양성자가속기 반대 범군민대책위’가 몰고온 트럭으로 막혀 있었다. 전날부터 동원한 반대측의 트럭이었다.

10일 오전 10시 반. 산자부 관계자들이 군민회관으로 접근했으나 대책위 측은‘고운 산하는 그대로, 핵쓰레기는 여의도’를 외치면서 산자부 직원들을 막았다. 산자부 직원들은 영광에서와는 달리 찬성하는 측이 함께 하지 않아서 저지선을 뚫을 엄두를 내지 못하고 물러났다.

결국 이날 오전 10시 반에 군민회관에서 군의회 의원들을 주 대상으로 해서 열리기로 한 설명회는 열리지 못했다. 오후 2시 이장단 대상의 설명회 역시나 열리지 못했다.
0… 장흥에서는 영광처럼 주민들이 찬반으로 나누어져 몸싸움과 말싸움을 벌이는 일은 없었다. 반대측과 군민회관으로 집입하려는 산자부 관계자들의 실랑이만 있었다.

산자부 관계자들의 진입을 막으면서 비대위가 내세운 논리는‘그렇게 안전하다면 핵 폐기장을 여의도에 세워라’는 것. 산자부 측은 설명회를 일단 개최해 주민들에게 수거물시설의 실상과 지역개발 내역을 알리겠다고 말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반대위는 26일로 예정된 설명회 역시나 원천봉쇄할 것이라고 미리 예고했다. 금주로 예정된 2차 설명회도 순탄치는 못할 것이라는 사실이 미리 예상되는 대목이다.
0… 장흥에서 원전 수거물 시설을 반대하는 이들은 ‘양성자가속기도 핵 관련 시설이다’라는 프랭카드를 내걸어 눈길.

산자부가 원전 수거물 시설 유치 지역에 양성자 가속기 시설 단지를 건설하겠다는 시책을 내건 이후 각 지역 주민들이 ‘원전 관련 시설은 싫지만 양성자 가속기 시설은 원한다’는 흐름에 쐐기를 박으려는 뜻을 깔고 있는 듯했다.

양성자 가속기 사업이 핵 관련 시설이라는 것은 ‘녹색평론’ 여름호를 통해 제기된 내용으로 이를 반대측이 그대로 플랭카드에 옮긴 것. 많은 주민들이 ‘그게 사실이냐’며 관심을 드러냈다. 이에 원전 수거물 시설 반대측은 장흥 군청 앞의 농성 텐트에다 녹색평론을 비치해 놓기도 했다.

반대측은 앞으로 양성자가속기 사업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걸 주민들에게 알릴 것임을 천명하기도 했다.

0… 상황이 어떻든 산자부의 설명회는 금주에도 계속될 예정이다. 설명회가 주민들의 이해에 일조할 것이라는 산자부 관계자의 설명과는 달리 찬성측과 반대측의 갈등은 더 깊어질 전망이다. 주민들의 원전 수거물에 관한 의혹을 해소하기 위한 설명회가 갈등의 골을 깊게 하고 있는 상황과 관련 산자부의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또한 산자부는 설명회를 계속하려면 개발지원금에 관한 구체적인 청사진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3천억원을 지원한다고 발표했다가 2조원의 개발비가 투여된다고 순식간에 부풀리는 식의 방식은 정공법이 아니다.



정법종 기자 power@epowe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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